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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아시아 서열, 인도 중심으로 재편될 것" 인도 경제 성장세 뚜렷, 현지 사업 확대하는 韓 기업 시장 잠재력, 미·중 무역 갈등 상황 등이 성장 견인
인도가 아시아 경제의 중심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인도의 높은 시장 잠재력, 미·중 무역 갈등 상황 등을 고려한 기업들이 속속 인도 시장에 진입하면서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기관에서는 차후 인도가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주요국을 꺾고 가파른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급성장하는 인도 경제
이코노미스트는 5일 발간한 '2025 세계대전망'을 통해 내년에는 아시아의 ‘서열’이 재편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2010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듯, 내년에는 인도가 일본을 뛰어넘어 아시아 두 번째 경제 대국이자 세계 4위 경제 대국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인도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경제의 3.37%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일본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한 비중은 4%대였다. IMF는 일본과 인도의 명목 GDP 차이가 2023년 6,400억 달러(약 914조2,100억원)에서 올해 1,730억 달러(약 247조1,200억원)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으며, 내년에는 인도(명목 GDP 전망치 4조3,398억 달러)가 일본(4조3,103억 달러)을 제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도와 중국의 성장 격차 역시 점차 두드러지고 있다. 인도는 2021년 회계연도(당해 4월~이듬해 3월) 9.7%, 2022년 7%, 2023년 8.2% 등 최근 수년간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한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8.4%, 3%, 5.2%의 성장률을 나타내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코노미스트는 “인도의 인구수는 이미 중국을 추월했다”며 “경제 성장률 역시 향후 몇 년 동안 중국보다 2~3%P 더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기업 속속 인도行
인도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줄줄이 인도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995년 대기업 최초로 인도 시장에 진출한 뒤 30년간 꾸준한 투자를 이어 왔으며, 현시점 현지 가전·스마트폰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삼성전자는 인도 스마트폰 시장 22.8%를 점유하며 선두 자리를 지켰다.
LG전자는 1997년 뉴델리 인근인 노이다에 인도 법인을 설립한 이후 현지에 연구개발(R&D)부터 생산·판매를 아우르는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현재 냉장고·세탁기·TV 등 현지 가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가전 인기에 힘입어 LG전자 인도 법인의 실적도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다. 2023년 LG전자 인도 법인 매출은 전년 대비 17% 증가했으며, LG전자 전체 매출에서 인도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3.5%에서 2022년 3.8%로 늘었다.
현대차, 포스코 등 다수의 국내 주요 기업도 인도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10월 인도법인 HMI(Hyundai Motors India)를 현지 진출 28년 만에 인도 증시에 상장했고, 같은 달 포스코는 인도 1위 철강 회사인 JSW와 철강, 이차전지 소재, 재생에너지 분야 사업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포스코와 JSW는 해당 MOU 체결에 따라 인도에 일관제철소를 합작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한편, 핵심 사업 분야에서 다양한 사업 기회를 함께 발굴하고 그룹 차원의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인도 시장의 '매력'은?
이처럼 국내 기업들이 인도 시장 공략에 힘을 쏟는 배경에는 인도의 ‘시장 잠재력’이 있다. 인도는 글로벌 경제 둔화 기조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며 가전, 자동차, 물류 산업 등의 ‘기회의 땅’으로 급부상했다. 2009년만 해도 GDP 기준 세계 10위권 밖이었던 인도 경제는 2010년 ‘글로벌 톱 10’에 진입했고, 2022년에는 미국, 중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5위 경제 대국에 올랐다. 세계 경제 둔화로 수출 주도 성장이 어려워진 가운데, 강력한 내수와 투자가 경제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중 무역 갈등 확대 역시 국내 기업들의 인도 진출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정학적 리스크를 우려한 다수의 기업이 중국의 대체 시장으로 인도를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중 무역 갈등이 본격화한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중국의 대미 수출은 153조원 감소한 반면, 인도태평양 주요 5개국의 대미 수출은 192조원 증가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시장 전문가는 "지정학적 긴장으로 중국에 투입됐던 자본이 속속 인도로 이동하고 있다"며 "아시아의 경제 중심축이 동아시아에서 남아시아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인도 시장 상황을 무조건 낙관적으로 볼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인도의 성장세가 이 같은 시장의 후한 평가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인도 통계청은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인도의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5.4%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는 2022년 4분기(4.3%)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와 관련해 아난타 나게스와란 인도 재무부 수석 경제 고문은 "경기 둔화의 대부분은 제조업 부문에서 비롯된 것으로, 일부 국가의 과잉 생산에 따른 가격 덤핑이 인도 제조업을 어렵게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3분기 인도의 제조업은 전년 동기 대비 2.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 2분기 성장률은 7%였다. 민간 소비 역시 전년 동기 대비 6% 늘어나는 데 그치며 성장세 둔화에 영향을 미쳤다. 2분기 민간 소비 증가율은 7.4%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