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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 국평 분양가 평균 17억4,621만원 제주 8억5,278만원, 경기 8억1,648만원 수준 서울 전용 59m² 분양가도 3억5,000만원 올라
국민평형(전용면적 84㎡ 초과, 85㎡이하) 아파트 분양 가격이 17억원을 돌파했다. 특히 서울은 1년 만에 5억2,000만원가량 급등하며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용면적 59㎡ 소형 아파트도 같은 기간 3억원 넘게 오르면서 12억원을 넘어섰으며, 서울 아파트 분양가도 평당 가격이 4,600만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서울 국평 분양가, 1년 새 5억 껑충
6일 분양평가 전문회사 리얼하우스가 청약홈을 통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최근 1년간 전국에서 신규 분양한 국민평형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6억5,905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0월 말과 비교하면 0.78% 하락했으나 전년 동월 대비로는 10.22% 상승한 가격이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의 상승폭이 가장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11월 말 국민평형 아파트 분양가는 평균 17억4,621만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5억2,561만원(43.1%) 상승했다. 1년 새 상승폭이 지방 국민평형 분양 아파트 한 채 가격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국민평형 아파트 분양가가 두 번째로 비싼 지역은 제주로, 평균 8억5,278만원을 기록했다. 경기는 평균 8억1,648만원으로 1억1,451만원 올라 서울을 제외한 타지역보다 상승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과 대구도 각각 7억8,702만원, 7억2,698만원을 기록하며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이어 울산(6억4,491만원), 인천(6억3,175만원), 대전(6억2,905만원), 광주(6억2,445만원), 강원(4억7,922만원)의 순으로 나타났다.
전용면적 59㎡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도 서울이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11월 말 기준 서울 59㎡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젼년 동월 대비 3억4,597만원 오른 12억337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두 번째로 분양가가 비싼 부산(평균 6억82만원)보다 2배 높은 가격이다. 이외에 경기(5억6,268만원), 광주(5억5,934만원), 울산(5억1,608만원)도 59㎡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가 5억원을 넘겼다.
서울 아파트 분양가 또 최고치 경신
서울 아파트 분양가 역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10월 말 기준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민간 아파트의 최근 1년간 ㎡당 평균 분양 가격(공급 면적 기준)은 1,420만3,0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1,338만3,000원) 대비 6.13%, 전년 동월(974만4,000원) 대비 45.76% 오른 수치다. 이를 3.3㎡(평) 기준으로 환산하면 서울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는 4,695만2,000원으로 전월(4,424만1,000원) 대비 271만1,000원 급증했다.
서울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은 지난해 2월부터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오다 지난 5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소폭 하락하더니 이후 다시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지난달에는 평당 분양가가 4,600만원대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3.3㎡당 서울 아파트 분양가를 면적별로 보면 △60㎡ 이하 4,494만5,000원 △60㎡ 초과~85㎡ 이하 4,716만원 △85㎡ 초과~102㎡ 이하 6,267만1,000원 △102㎡ 초과 6,041만7,000원으로, 60㎡ 이하의 중소형 평형을 제외하고는 모두 평당 4,500만원을 넘겼다.
서울·인천·경기를 포함한 수도권은 평당 분양가격이 2,911만7,000원으로 전월 대비 4.26%, 전년 동월 대비 27.18% 상승했다. 인천과 경기의 평당 평균 분양가는 각각 1,863만1,000만원, 2,177만2,000원으로, 서울 분양가의 약 절반 수준에 그쳤다. 반면 5대 광역시와 세종시의 경우에는 평당 1,957만원으로 전월 대비 오히려 0.09% 하락한 반면 기타 지방은 같은 기간 1,492만2,000원으로 0.05% 상승했다. 다만 해당 지역 역시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각각 12.52%, 5.4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기준의 민간아파트의 ㎡당 평균 분양가격은 575만9,000원으로 평당 가격은 1,903만8,000원이다. 전월과 전년 동월 대비로는 각각 1.18%, 13.05% 상승한 규모다. 한편 HUG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전국 신규 분양 민간아파트 물량은 총 1만7,877가구로 전년 동월(1만8,435가구) 대비 3% 하락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수도권에서는 1만1,110가구, 5대 광역시와 세종시는 4,456가구, 기타 지방은 2,311가구가 각각 신규 분양됐다. 거래량도 대폭 감소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7월 9,199건을 기점으로 8월 6,486건, 9월 3,122건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분양가 상한제 지역은 '로또 청약' 광풍
분양가가 가파르게 오른 이유로는 원자재·인건비 급등에 따른 공사비 상승이 꼽힌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100이던 공사비지수는 올해 9월 130.4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렇게 분양가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아파트 청약 열기도 시들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10월 말 기준 청약통장(주택청약종합통장·청약저축·예부금 합산) 가입자 수는 총 2,671만9,542명으로 전월(2,679만4,240명) 대비 7만4,698명이 줄었다. 이는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큰 규모다.
문제는 정부의 건축 규제 강화로 인해 공사비 오름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내년 6월부터 30가구 이상 단지에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이 의무화된다. 이 제도는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건물을 지을 때 단열·환기 성능을 높이고,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정도를 총 5단계로 평가하는데, 제로에너지 건축물 최소 등급인 5등급을 충족하려면 공사비가 기존 대비 26~35%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외에도 층간소음 등 시공 규제 강화로 공사비가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07년 전면 시행된 분양가 상한제도 분양가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분양가 상한제는 시장 과열기에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도입됐지만,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적용되면서 주택공급 위축과 주택 품질 저하를 초래했고 주거수요 변화에 부응한 다양한 주택 공급을 어렵게 했다. 게다가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이 법에 규정돼 있어 시장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데 애로사항이 적지 않다.
분양가 상한제가 투기 심리를 부추겨 본래 취지가 변색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단지가 적어 전체 시장에 미치는 가격 조정 효과는 제한적인 데다, 아파트 가격이 고공행진하는 상황에서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만 저렴하게 공급되다 보니 '로또 청약' 광풍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청약의 사례처럼 청약통장 없이도 만 19세 이상이면 전국에서 청약이 가능하도록 하면서 무주택자 등 실수요뿐 아니라 전국의 가수요를 끌어모아 시장 불안을 자극한다는 지적도 뒤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