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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저축은행 10곳 중 3곳은 '장수 CEO' 체제 SBI·한국투자저축은행도 현 대표 연임 도전 NH저축은행, 신한저축은행은 수장 교체 수순
연말연시 인사철이 도래한 가운데, 국내 대형 저축은행 대표들의 연임 여부에 시장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SBI저축은행 대표, 한국투자저축은행 대표 등이 내년 초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연임 심판대에 오른 것으로 전해진다.
저축은행 업권, 장수 CEO가 지배
6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자산 기준 상위 10개 저축은행 중 5년 이상 장수 CEO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은행은 OK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 페퍼저축은행 등 3곳이다. 정길호 OK저축은행 대표는 올해 7월 5연임에 성공하며 2016년부터 약 10년 간의 장기 경영을 이어가게 됐다. 정 대표 취임 후 OK저축은행은 자산 규모를 4배 이상 불리며 업계 2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김대웅 웰컴저축은행 대표는 2017년 취임 이후 8년째 대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는 '웰컴디지털뱅크' 플랫폼을 통해 100만 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하고, 업계 최초로 마이데이터 사업에 진출하는 등 웰컴저축은행의 디지털 전환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매튜 페퍼저축은행 대표는 2013년부터 12년째 대표 직위를 유지하며 최장수 CEO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페퍼저축은행은 그의 지휘 아래 상위 10개 저축은행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저축은행권의 '연임 선호'가 업계 불황에서 기인했다는 평이 나온다. 한 시장 관계자는 "현재의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는 검증된 CEO의 안정적 경영 능력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며 "한동안 많은 저축은행들이 '장수 CEO'를 앞세워 리스크 관리와 수익성 개선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곳곳에서 '연임 도전장'
이런 가운데 SBI저축은행과 한국투자저축은행 대표도 내년 3월 임기가 종료되며 나란히 연임 심판대에 오른다. 김문석 SBI저축은행 대표는 지난해 2월 취임해 1년 임기를 마친 뒤 올해 3월 연임에 성공했으며, 내년 임기 종료에 따른 3연임에 도전하게 된다. 모회사 SBI홀딩스는 매년 자회사 대표의 경영 성과를 평가하며 임기를 1년 단위로 설정하고 있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임기 만료 한 달 전인 내년 2월부터 대표 선임 절차를 개시할 예정이다.
업계는 김 대표가 무리 없이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SBI저축은행이 올해 고금리 장기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등으로 업황이 악화한 와중에도 호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SBI저축은행의 순이익은 1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1% 증가했다.
지난 1월 신임 수장으로 선임된 전찬우 한국투자저축은행 대표도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연임에 도전한다. 한투저축은행의 대표 임기가 통상적으로 5~8년인 만큼, 전 대표 역시 연임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전 대표의 전임자인 권종로 전 한투저축은행 대표의 경우 지난 2019년 1월 대표로 선임된 뒤 총 5차례 연임하며 5년간 수장 자리를 지켰다.
일각선 교체 시도도
이런 가운데 일부 저축은행에서는 경영진 교체가 예고됐다. NH농협금융지주는 최근 NH저축은행을 포함한 아직 임기가 남은 3개 계열사 CEO(서국동 NH농협손해보험 대표, 오세윤 NH저축은행 대표, 이현애 NH선물 대표)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하며 대대적인 경영진 교체를 예고했다. 이는 전임 회장 관련 인사들을 교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사표 제출을 요구받은 인사들은 모두 이성희 전 농협중앙회장 체제에서 선임됐다.
3개 계열사 CEO의 빈자리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관련 인사로 채워질 가능성이 크다.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의 지분 100%를 보유한 모회사로, 금융 계열사 CEO 인선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금융 및 계열사 CEO를 선임하는 임추위에 강 회장이 추천한 박흥식 비상임이사가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전망에 무게를 더한다.
신한저축은행의 이희수 대표는 제주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이 대표의 후임으로는 채수웅 신한은행 본부장이 내정됐다. 채 내정자는 차후 신한저축은행의 임추위에서 자격 요건 및 적합성 여부 등에 대한 검증을 거쳐 이사회 및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추천 임기는 2년으로, 최종 선임 시 채 내정자는 내년 1월부터 2026년 말까지 신한저축은행을 이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