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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이 정부 '전기톱 개혁' 1년 만에 포퓰리즘서 깨어난 아르헨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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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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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의 트럼프' 재정 개혁
집권 1년 만에 인플레 완화
재정흑자 달성했지만 빈곤층 급증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과감한 개혁으로 고질적인 물가 문제를 잡았다. 임기 초반에는 밀레이 대통령의 극단적 정책에 따른 부작용 때문에 야권과 국민들의 반발이 심했지만, 집권 1년 만에 가시적인 성과들이 나타나며 밀레이식 개혁에 점차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밀레이 정부, 정부부처 축소·공무원 감원

9일 외교가에 따르면 오는 10일 경제학자·방송인 출신의 ‘정치 아웃사이더’ 밀레이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지난해 12월 10일 취임한 밀레이 대통령은 관료제 타파를 위한 작은 정부를 지향했고, 이 같은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 선거운동 당시 전기톱을 들고 정부 지출 삭감을 외쳤던 약속을 지킨 것이다.

밀레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18개 정부부처를 절반인 9개로 줄였다. 공무원을 7만 명 감원하고 300개에 달하는 규제를 철폐했다. 또한 교통·에너지 보조금 삭감, 대학 보조금 동결 등 정부 지출을 줄이기 위한 개혁을 단행했다. 이런 정책의 목표는 물가 잡기다. 인플레이션 안정을 위해 밀레이 대통령이 선택한 것은 좌파 포퓰리즘(대중 인기영합주의)과의 작별이었다.

그 결과 올 상반기 아르헨티나 정부 지출액은 지난해보다 29% 감소했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시중에 유동성을 줄이면서 물가가 잡히기 시작했다. 올해 1분기 16년 만에 처음으로 재정 흑자를 달성한 뒤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밀레이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해 12월 전월 대비 물가 상승률이 25.5%를 기록했는데, 최근 2.7%까지 떨어졌다.

이 같은 ‘군살 도려내기’는 시장의 신뢰도 되돌렸다. 과거 아르헨티나 정부는 무분별한 돈 풀기로 통화 가치가 급락하자 인위적으로 환율을 통제하고 이를 ‘공식’ 환율이라고 발표했다. 시장 가치와 맞지 않는 공식 환율은 외면당했고 환율 거래는 대부분 암시장에서 이뤄지는 등 외환 시장이 붕괴된 처지였다. 이에 밀레이 대통령은 외환 시장을 정상화하겠다며 취임 직후 공식 환율을 시장 가치에 맞게 조정했다. 현재 환율은 1달러에 1,030페소 정도로, 암시장 시세인 1,120페소와 거의 비슷해졌다. 투자자도 돌아오고 있다. 취임 직후인 지난해 12월 11일 97만6,823 정도였던 메르발 지수(아르헨티나 대표 주가지수)는 2일 229만5,432까지 올라, 1년 만에 135% 상승했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사진=게티이미지뱅크

탈규제로 임대시장 진정

규제 철폐의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달 20일 현지 유력 경제지 암비토 피난시에로는 밀레이 정부가 시장 개입과 관련된 43개 규정을 한꺼번에 폐지했다고 전했다. 전임 좌파 정부에서 소고기, 유제품 등의 소비자가격과 통신요금, 사립학교 수업료를 대상으로 만든 규정이 그 대상이었다. 밀레이 대통령은 부처 통폐합 과정에서 탈규제·국가개혁부라는 부처를 신설했다. 반시장적 조치와 규제를 걷어내기 위해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앞서 밀레이 정부는 출범한 지 열흘 만에 부동산 임대차보호법을 폐지했다. 의회까지 장악하던 전임 좌파 정부가 2020년 제정한 임대차보호법의 핵심은 주거용 부동산의 최저 임대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임대료 인상률을 제한하는 것이었다. 결과는 재앙이었다. 계약 조건이 불리해진 임대인들이 물건을 거둬들이면서 인구 350만 명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임대차 시장에 나와 있는 주택이 한때 채 100채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밀레이 정부가 임대차보호법을 폐지한 이후 올해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아파트 월세 물건은 170% 증가했고, 부동산 임대료도 실질 가격 기준으로 40% 내려갔다.

내수 부진·빈곤층 급증은 부작용

다만 해결할 사안도 적지 않다. 밀레이 정부의 긴축 재정에 따라 아르헨티나 빈곤율은 40%에서 53%로 증가한 상태다. 불과 7년 전 26%였던 아르헨티나 빈곤율은 지난해 말 41.7%로 뛰었고, 밀레이 대통령이 본격적인 긴축 정책을 펴기 시작한 올해 결국 50%를 넘어섰다. 반복적인 경제 위기 속에 긴축재정으로 저소득층 소득 보전이 줄어들자 빈곤율이 급등한 것이다.

게다가 각종 보조금 철폐로 인해 서민들의 소비 여력이 떨어지면서 '소고기의 나라'라고 불리는 아르헨티나에서 1인당 소고기 소비량마저 급감했다. 아르헨티나 로사리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인당 소고기 평균 소비량은 44.8㎏으로, 이는 아르헨티나에서 소고기 소비량을 기록하기 시작한 1914년 이후 1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자, 전체 기간 평균 소비량(72.9㎏)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연간 300%에 육박하는 인플레이션 등 극심한 경제 위기 속에 지갑이 얇아진 주민들이 소고기 소비를 줄인 결과다.

최근에는 "소고기를 언제 사서 먹었는지 기억이 없다. 최저 연금을 받기 때문에 약을 사고 공과금을 내고 나면 빵으로 연명해야 한다"는 내용의 70대 은퇴자 방송 인터뷰가 현지에서 주목받기도 했다. 로사리오 증권거래소는 관련 보고서에서 "경제난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닭고기를 선호하는 상황"이라며 "기록상 처음으로 소고기와 닭고기 섭취량이 비슷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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