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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지명자들, 대중국 ‘매파’로 채워져 트럼프 ‘상업 지향’과 참모진 ‘이념 지향’ 충돌 가능성 미중 군사 대치 상황 “없다고 장담 못 해”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의 백악관 재입성과 매파 성향 행정부 지명자들은 지역 분열을 가속화하고 미중 관계를 심각하게 악화시킬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Biden administration)가 대중국 관계 설정을 위해 기울인 노력도 물거품으로 돌아갈 것이다. 트럼프 특유의 ‘거래 지향적 외교 방식’(transactional approach to diplomacy)은 대외 정책 참모들의 다자간 국제기구 및 중국에 대한 이념적 반감과 임기 내내 충돌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집권으로 미중 대립 격화 가능성 고조
이번 세기 초까지만 해도 아시아태평양 국가 관료들의 공통적인 희망 사항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지 않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그러한 바람조차 사치가 된 듯하다. 그 선택권조차 온전히 중국과 미국의 수중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미중 외교의 키를 다시 쥐게 되면 양국 관계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보다 더 심각한 분열과 대립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많은 우방국들에게 트럼프는 대중국 관계를 다룰 최악의 리더에 다름 아니다. 중국과의 정치적 협력과 경제적 교류를 경멸하는 데다 미국의 유일한 역할을 중국에 대한 전략적 견제로 보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많은 노력을 기울여 중국에 대한 경쟁 전략을 고민하는 사이, 올해 들어 양국 고위 관료들 간 최소한의 긍정적 접촉이 이어지면서 ‘위태로운 안정’(fragile stability)이라도 유지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전 세계가 11월 미국 대선 결과를 숨죽여 기다린 것도 그 희망이 깨지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일 것이다.
2기 행정부, ‘대중국 매파’ 인사로 채워
하지만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는 과거 정치 이력과 주요 행정부 지명자들의 정책 지향을 합쳐 볼 때 한층 심화한 미중 관계의 악화를 예견하게 한다. 트럼프와 뜻을 같이하는 대외 정책 진영은 과거부터 호전적 제국주의자와 러시아 동조자, 중상주의적 무역 전사들의 잡다한 집합체였다. 하지만 ‘자유주의적 다자주의’(liberal multilateralism)에 대한 경시와 대중국 전략적·경제적 승리에 대한 열망에 이르면 이들의 뜻은 한결같이 모아진다.
실제로 내년 1월 20일 취임을 앞둔 트럼프의 행정부 인선은 중국과의 불화와 대치가 그의 두 번째 임기를 물들일 것임을 예견하게 한다. 특히 대외 및 안보 정책의 선봉에 설 책임자들이 중국에 대한 매파적 견해로 무장한 공화당원들이다. 경선 과정에서 한 때 트럼프를 ‘제3세계 독재자’(third world strongman)로 비유했지만 국무장관으로 내정된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와 미국 하원 중국 태스크 포스의 일원이자 2022년 동계 올림픽 보이콧을 주장했던 마이클 왈츠(Michael Waltz) 국가 안보 고문 내정자가 그들이다.
대중 관계 놓고 트럼프 ‘거래적 접근’과 참모들 ‘이념 지향’ 충돌 가능성
하지만 행정부를 채울 대중국 매파 지명자들은 트럼프가 중국에 대한 자신들의 이념적 확신에 동의하지 않을 것을 잘 안다. 트럼프의 중국에 대한 적대적 인식은 온전히 경제적 이유, 즉 무역 전쟁에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관심이 실제 전쟁이나 이념적 대립에 있지 않다는 것은 대만에 대한 그의 접근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바이든과 똑같이 중국에 대한 적대적 입장을 취하지만 이유는 전혀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매파 참모진들과 달리 대만을 민주주의의 전초 기지나 중국의 패권을 저지할 방벽으로 보지 않는다. 다만 미국의 안보 지원에 기생하며 미국에 빨대를 꽂아 무역 흑자를 챙기는 또 하나의 동아시아 국가일 뿐이다. 트럼프 정권하에서 미중 갈등이 생길 여지도 같은 이유에 있다. 그렇다고 트럼프가 중국이 바라는 대로 대만 정책을 끌고 갈 것이라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진정한 위기는 경제적 이해에만 집착해 거대한 전략적 흐름을 보지 못하는 단점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중국을 격노하게 하면서까지 대외 전략팀의 대만에 대한 공식적인 접촉을 묵인할 확률도 높은데 이 역시 사안의 정치적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는 무지에서 비롯된 일일 것이다.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독촉도 미국의 우방국들이 국방 문제에서 더 자립적이야 한다는 한결같은 집착의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우방국들에게 미국의 안보 지원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기보다는 미국산 무기 체계를 팔아먹는 일에만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트럼프의 임기는 대통령의 ‘거래 우선주의’(transactionalism)와 대외 정책 참모들의 ‘이념적 충동’ 간 충돌로 점철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대중국 관계에서는 두 가지 접근의 차이조차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인적 교류가 사라지고 대만 해협에서의 대치가 심화하고 외교적 대화가 단절되는 혼란 속에서 돌발적인 군사 대치의 위험은 급격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은 그 상황이 돼 봐야 정신을 차릴 것이다.
원문의 저자는 동아시아포럼 편집위원회(The EAF Editorial Board)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Managing the America First approach to China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