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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북러 동맹 지원보다는 국익 선택 한국전쟁 경험이 결정적 영향 ‘갈등 휘말리기’보다는 글로벌 리더십 목표에 무게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북한-러시아 동맹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은 이념적 동맹보다 국익과 글로벌에서의 야망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조심스러운 접근은 한국전쟁을 포함한 역사적 갈등에서 얻은 교훈 때문이다. 현재의 지정학적 역학 구도에서 중국의 최대 목표는 동맹이 불러올 잠재적 위험과 이점을 헤아려 갈등에 휘말리지 않는 것이다.
중국, 한국전쟁 경험 통해 북러 동맹에 ‘신중한 입장’
북한과 러시아의 동맹 강화는 군사적, 정치적 목적이 깊게 결합해 있으며 북한이 실제로 러시아를 도와 우크라이나전에 참전하면서 지정학적 역학에도 상당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해당 동맹이 다소의 이점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냉전 시절의 경험을 통해 볼 때 리스크가 더 큰 것이 사실이다.
중국이 북러 동맹에 보이는 신중한 입장은 냉전 종식 이후 견지해 온 한결같은 태도기는 하다. 하지만 북한은 중국의 단 하나뿐인 조약 동맹국(treaty ally)인 데다, 중국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전까지 러시아에 대해 ‘중러 관계에 한계는 없다’고 밝혀 오지 않았던가?
중국의 현재 전략은 한국전쟁을 비롯한 역사적 사례들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1950년 소련과 북한이 중국과 상의 없이 일으킨 한국전쟁으로 중국은 국경과 국익 수호를 위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했다.
한국전쟁 때와 달리 ‘전략적 선택권’ 있어
하지만 현재 상황에는 당시와 다른 면이 존재한다. 먼저 한국전쟁이 중국 국경 너머에서 벌어져 즉각적인 개입이 필요했다면 우크라이나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는 만큼 '긴급성' 면에서 차이가 있다. 또한 한국전쟁 당시와 달리 중국은 러시아에 경제적, 군사적으로 의존하지 않는다. 오히려 러시아가 지원을 원하고 있어 중국은 원대한 목표까지 희생하면서 갈등에 휘말리지 않고 국익을 우선시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있다.
게다가 중국 내부에서도 대북한 관계는 복잡하고 우려를 자아내는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중국 국영 매체들은 북한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고 있지만, 학계는 예측 불가능한 북한에 대한 자국 정부의 대응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부 학자는 북한과의 긴밀한 동맹 유지의 위험성을 들어 대북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념적 우방이냐, 글로벌 리더십이냐’
또한 이러한 논의의 중심에는 역사적, 이념적 우방인 북한 문제와 국익 차원에서의 실용적 접근을 두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 중국의 고민이 있다. 북러 동맹 강화에 대한 반응을 가급적 자제하는 것도 서구권을 자극하거나 경제적 협력 관계를 무너뜨리지 않으려는 현실적 고려 때문이다.
정확히 보자면 북러 동맹이 중국에 주는 장점도 있다. 남중국해와 대만 문제로부터 미국의 관심과 개입을 분산시켜 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다만 중국이 북러 동맹에 깊이 관여할수록 지역 안정과 중국의 국제적 이미지를 훼손할 위험도 크다. 특히 서방 국가들이 우려의 수위를 높이고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강화한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여기서도 한국전쟁의 교훈이 중국의 외교 정책에 영향을 주고 있음이 분명히 드러난다. 1950년대 옛 소련 독재자인 이오시프 스탈린(Joseph Stalin)의 일방적인 북한 지원 결정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중국은 비대칭적 동맹 관계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의사결정의 독립성 유지를 최우선시하는 것이다. 결국 중국이 투명하면서 일방적이지 않은 관계를 지속해야 전략적 목표를 저해하는 갈등 상황에 끌려 들어가지 않을 것임은 자명하다.
중국의 이 같은 입장에는 대만 관련 경험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대만을 ‘방어 우산’(defence umbrella)에 포함함으로써 중국의 대만 수복 의지를 좌절시킨 바 있다. 중국이 미국을 자극할 수 있는 언행을 자제하고 장기적 경제 성장에 유리한 안정을 추구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중국은 선택은 ‘이념’ 아닌 ‘실용’
이런 경계심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북러 동맹을 암묵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북한과 러시아가 서구의 패권에 대한 저항 의식을 공유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경제적, 정치적 우선순위를 위해 이념적 압력에 굴하지 않고 복잡한 관계를 헤쳐 나가는 실용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북러 동맹은 중국의 최우선 지역인 동북아시아 정세를 뒤흔들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의 지원으로 대담해진 북한이 갈등을 고조시켜 중국의 경제 성장에 필요한 지역 안정을 해칠 수도 있는 것이다. 여기에 블랙리스트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는 유럽 및 동남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악화시켜 글로벌 리더를 지향하는 중국의 목표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지난달 G20에서 시진핑(Xi Jinping) 중국 국가 주석이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대통령과 별도 회담을 갖고 "한반도를 둘러싼 갈등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중국의 안보와 국익 침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 것은 중국의 신중한 입장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로 평가된다. 이는 중국이 한반도를 핵심 지역으로 여기고 있음과 함께 북러 동맹에 대한 조심스러운 접근도 내비치고 있다. 또한 역사적 동맹국들을 변화한 현재 상황에서 대해야 하는 중국의 고민이 담겨있기도 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중국은 이념이 아닌 실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원문의 저자는 야오 보웬(Yao Bowen) 난양공과대학교(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 박사과정생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China balances cautiously between Russia and North Korea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