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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반도체 장비 업계 ‘생존에 사활’, 대중 수출 문턱 낮추려 로비도 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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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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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협력사 수출액만 8조원 훌쩍
일본·네덜란드 기업 제외에 형평성 논란도
라이선스 취득 후 수출 등 일부 완화 전망

대중 수출 의존도가 높은 미국 내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로비전에 뛰어들었다. 매출의 상당 부분이 중국 시장에서 발생하는 만큼 생존을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미국 행정부는 이달 내 추가 대중 반도체 제재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美 정부, 140개 중국 기업에 신규 수출 제한 조치

13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의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KLA, 램 리서치 등 주요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는 자국 정부의 대중(對中) 수출 제한 조처 완화를 위해 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치열한 로비전을 전개하고 있다. 앞서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지난 2일 중국 140개 기업에 대한 신규 수출 제한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는 화웨이 협력사인 스웨이슈어, 시엔, 펜순테크놀로지 등이 포함됐다.

이에 더해 미 정부는 중국이 제3국으로부터 인공지능(AI)용 첨단 반도체 칩을 공급받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추가 통제 조처를 이달 내 발표할 예정이다. 새로운 수출 통제 조처는 AI 모델 학습에 중요 역할을 하는 고강도 그래픽처리장치(GPU)의 글로벌 출하량을 통제하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부 언론에서는 초기 계획보다 다소 완화된 수준의 조치가 포함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일본과 네덜란드 등 동맹국과의 협의는 물론, 미국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들의 로비, 그리고 수개월간의 신중한 검토를 거친 결과 일부 수출 통제 조처가 완화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대중 수출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들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업계는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KLA, 램 리서치 등 3대 장비업체가 지난해 화웨이 협력사들에 대한 수출로 60억 달러(약 8조5,800억원)가량의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NYT는 “다수의 반도체 기업이 규칙 적용을 완화해 중국에 대한 판매를 계속하려고 정부 측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며 “특히 이들 업체는 다른 나라 경쟁사에도 동일한 규제 조처가 적용돼야만 대중 수출 통제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피력 중”이라고 전했다.

군사용 AI 반도체 개발 제재에 방점

이런 가운데 미 행정부의 대중국 3차 반도체 제재안의 윤곽이 나왔다. 로이터통신에 의하면 미 정부는 중국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인 나우라테크놀로지, 파이오테크, 시캐리어 등 기업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들 제재 대상 중국 업체에 수출하려면 특별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한다. 중국이 군사용 AI를 발전시키거나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반도체를 생산할 수 없도록 하려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마지막 조치로 풀이된다.

당초 화웨이와 거래하는 모든 업체에 대한 제재가 검토됐지만, 조정 과정에서 일부가 제외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규정은 미국 기업뿐 아니라 한국과 말레이시아, 대만, 싱가포르, 이스라엘 등 해외에서 생산된 장비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다만 네덜란드와 일본에서 생산된 장비는 이번 제재 대상에서도 빠진다. 로이터는 HBM2(고대역폭메모리 3세대) 이상의 AI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 피해, 정부 중장기 청사진에도 악영향” 지적도

자국 정부를 향한 미국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고강도 로비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중 수출량이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만큼 규제의 문턱을 최대한 낮춰야 편익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에는 엔비디아, 인텔, 퀄컴 등 대형 반도체 제조사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어나 이목을 끌었다.

이들 업체는 중국에 대한 판매 감소로 사업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미국에 생산시설을 늘리려는 정부의 중장기 계획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미국이 수출 길을 걸어 잠근 사이 중국이 독립적 반도체 산업 구축에 속도를 낼 가능성을 제기하며 세계가 중국산 반도체에 의해 지배되는 의도치 않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당시 엔비디아의 로비 활동을 지원해 온 팀 티터 법무 자문위원은 미 싱크탱크들에 지지를 호소하며 “(과도한 제재는) 경쟁자가 주도하는 생태계 발전을 촉발할 위험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는 반도체와 AI 등 첨단기술에서 미국의 지도력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워싱턴 정계 지도자들의 추가 통제 재검토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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