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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하루 석유 생산량 약 17%↑ OPEC 소속 국가들 생산량 초과 규모 트럼프 화석 연료 활성화 약속 영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화석연료 확대를 언급한 가운데 미국 최대 석유·에너지 기업 엑손모빌이 생산량 확대를 결정했다. 세계 원유 시장에서 확산하고 있는 과잉 공급 우려에도 화석 연료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엑손모빌, 일 생산량 460만→540만 배럴로
13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엑손모빌은 11일 올해 460만 배럴인 하루 석유·가스 생산량을 2030년 540만 배럴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540만 배럴은 중동의 주요 산유국인 이라크나 쿠웨이트의 하루 생산량보다 많은 양이다. 엑손모빌은 증산을 위한 설비 투자액도 올해 280억 달러(약 40조원)에서 2030년 최대 330억 달러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엑손모빌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맞춰 공격적인 투자로 시장 장악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동안 “드릴, 베이비 드릴 (Drill, baby drill, 석유를 시추하자)”을 외치며 화석 연료 활성화를 통한 경제 성장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즉 당분간은 유가가 하락하더라도 차후 세계 경제가 살아나 석유 수요가 회복되면 큰 수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 깔려 있다는 설명이다.
OPEC·OPEC+도 전략 변경 예고
미국 석유 기업의 확장 기조는 텍사스·뉴멕시코주에 걸쳐 있는 퍼미언 분지(Permian Basin) 덕분이다. 퍼미언 분지는 셰일오일 지대로, 기술 발전에 따른 사업성 개선에 힘입어 매년 생산량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엑손모빌의 올해 3분기 원유 생산량 중 퍼미언 분지 비중은 30%에 육박한다.
미국산 석유 공급 확대가 계속되자 생산량을 줄여 가격 고수에 집중하던 주요 산유국도 전략 변경을 예고했다. 당초 전 세계 경기 침체에 따른 원유 수요 둔화를 우려해 내년 4월까지 증산 계획을 미뤘으나 석유기업들의 증산 행보에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공급을 늘려 시장점유율 유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재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 간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는 이달 자발적 감산 조치 종료를 앞두고 있다. 앞서 OPEC+ 내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알제리, 오만, 이라크, 카자흐스탄, 쿠웨이트 등 8개국은 지난해 11월 자발적으로 매일 22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지 않기로 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전망에 따르면 하루당 220만 배럴은 올해 전 세계 석유 수요(일일 1억298만 배럴)의 2.1%에 해당한다.
석유기업들, OPEC+ 감산 수혜
그동안 미국 석유 기업은 OPEC과 OPEC+ 감산 조치의 수혜를 받아 왔다. 시장조사기관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데이터를 보면 3분기 엑손모빌의 주당 이익은 1.92달러로 시장 전망보다 2.1% 높았다. 셰브론 역시 3분기 주당 조정 순이익이 2.51달러로 시장 평균 추정치를 3.7% 넘어섰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나은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이처럼 미국 석유기업들이 올 3분기 호실적을 기록한 건 화석연료 생산을 일제히 늘린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엑손 모빌의 3분기 셰일 오일·가스 생산량은 전년 동기대비 24% 급등했고 같은 기간 쉐브론 역시 화석연료 생산량을 7%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시추 과정에서의 효율성 증가와 기술 발전 등도 실적 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기간 유럽계 석유 기업들도 석유 생산량을 덩달아 늘리면서 3분기 모두 호실적을 거둔 것으로 파악됐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석유 메이저인 셸의 경우 3분기 순익 60억 달러(약 8조6,0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54억 달러)를 뛰어넘은 수치다. 영국 석유 기업인 BP도 3분기 순익 23억 달러로 시장 예상치인 21억 달러를 웃돌았다. 엑손모빌을 비롯한 빅오일들은 이 같은 호실적에 힘입어 증산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