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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방위비 목표치 상향” 우선 2.5% 목표, 내년 공식 합의 전망 두 개의 전쟁 '안보불안' 군비 증강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유럽 회원국들이 국방비 목표를 국내총생산의 3%로 높이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동 분쟁으로 촉발된 안보 불안 등이 유럽의 대대적인 군비 증강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나토 유럽 회원국, 국방비 지출 상향 검토
13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나토 유럽 회원국이 내년 NATO 정상회의에서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방비 지출 의무 조약을 2%에서 3%로 늘리는 것에 대해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 4명은 유럽 국가들이 내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새 목표에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해당 논의는 지난주 나토 외무장관 회의에서 시작됐지만 아직 완전한 합의에 이르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회원국들은 단기적으로 GDP의 2.5%를 방위비 지출 목표로 설정하고 2030년까지 이를 3%로 올리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FT 인터뷰에서 "생각하고 있는 숫자가 있지만 지금은 언급하지 않겠다"며 "확실한 건 2%로는 방위 능력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2%는 세기의 도둑질"
나토의 이 같은 결정에는 3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이 크다. 미국을 제외한 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지출은 지난 2년래 1,000억 달러(약 140조원)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유럽 각국은 도널드 트럼프 2.0 시대를 맞이하면서 군비 강화를 더욱 서두르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나토의 유럽 국가들이 군사비를 더 늘리지 않으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는 지난 2월 유럽 국가들이 국방비를 GDP의 2%까지 끌어올리지 않을 경우 "러시아로 하여금 원하는 대로 하라고 격려할 것"이라고 말해 동맹국들을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다.
나토 회원국들은 지난 2014년 GDP 대비 2%를 방위비로 지출하기로 합의했지만 작년까지 이 목표를 달성한 나라는 10개국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 속 트럼프는 한 발 더 나아가 목표를 3%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 8월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국가방위군협회(NGAUS) 총회에서 "2%는 세기의 도둑질(the steal of the century)"이라고 비난하며 "3%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유럽을 지키는 데 돈을 내고 있다. 믿기지 않는다"며 "나는 동맹국이 제 몫을 하도록 만들겠다. 그들은 공정한 분담(fair share)을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럽 군비 증강에 방산업계 큰장 열려
한편 나토 회원국들의 방위비 지출 급증은 국내 방산업계에 새로운 기회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까지 한국 방위산업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 전쟁이라는 '두 개의 전쟁'이 몰고 온 무기 수요를 수출 증가에 활용해 왔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더욱 격화될 미·중 해군 경쟁 속에서 한국 조선업체들을 향한 미 군함 정비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여기에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대표되는 미국 우선주의에 대비해 무기고를 채워 두려는 글로벌 수요가 겹치면서 K-방산의 르네상스가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장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 해군의 보수·수리·정비(MRO) 수요도 훨씬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안보 전문가들은 미 해군이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작전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본다. 군함 정비 수요가 늘면 동아시아 국가에서 군함 정비를 받도록 하는 미 국방부 정책에 따라 MRO 사업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강은호 전 방위사업청장(전북대 방위산업연구소장)은 "유럽과 중동의 국가들이 눈앞에서 전쟁을 경험하면서 미래의 위협 요인에 대비하기 위해 군비 증강에 나설 것"이라며 "트럼프 당선으로 K-방산에는 더 큰 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글로벌 군비 증강의 흐름 속에서 K-방산만 수혜를 받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방위 산업 강국인 미국과 유럽이 생산 능력을 확충하고 견제에 나설 것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