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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들 돌아가라” 시리아 내전 종식에 서둘러 문 닫는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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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문제 골머리 앓던 유럽 국가들
시리아인 최다거주 獨, 심사보류 발표
英·伊·그리스 등 줄줄이 '중단' 움직임

시리아 반군 하야트 타흐리트 알샴(HTS)이 수도 다마스쿠스를 점령하면서 시리아 내전이 종식된 가운데, 유럽 국가들이 즉각 시리아 난민 수용 심사를 중단하고 나섰다. 대규모 난민이 유입된 이후 치안 문제와 사회 갈등, 정치적 양극화로 몸살을 앓았던 유럽이 ‘시리아 내전 종식’이라는 명분이 생기자 이민 규제 강화 신호를 보이는 양상이다.

독일·영국·이탈리아 등 난민 심사 중단

15일(이하 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유럽 국가 중 가장 많은 시리아 난민을 수용한 독일 연방이민난민청은 9일 시리아 피난민 망명 심사를 보류한다고 밝혔다.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Bashar al-Assad) 독재정권 붕괴가 이유다. 현재 독일에서 계류 중인 시리아인 망명 신청은 4만7,270건에 이른다. 다만 이미 허가된 망명 자격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낸시 페저(Nancy Faeser) 독일 내무장관은 “독일에서 보호받았던 많은 난민이 마침내 시리아로 돌아가 조국 재건의 희망을 갖게 됐다”며 “알아사드 정권 붕괴는 고문, 살인, 테러에 고통받던 많은 이들에게 큰 안도”라고 말했다.

영국도 시리아 난민 망명 절차를 일시 중단했다. 영국 내무부는 “현재 상황을 평가하는 동안 시리아 망명 신청 처리를 일시 보류했다”며 “우리는 새로운 문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망명 신청과 관련된 모든 국가 지침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 외에도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벨기에, 그리스 정부도 시리아 피란민의 망명 절차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일부 국가에선 이미 받아들인 시리아인 난민들을 자국으로 돌아갈 것을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게르하르트 카르너(Gerhard Karner) 오스트리아 내무부 장관은 “시리아로의 질서 있는 송환 및 강제 추방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고, 독일 보수기독교민주당 소속 옌스 슈판(Jens Spahn) 의원은 한 독일 방송에 출연해 “연방 정부가 시리아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모든 사람에게 비행기를 전세 내주고 1,000유로(약 150만원)의 정착 기금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하면 어떻겠냐”고 했다.

난민에 대한 불만, 강경 우파 제도권 편입 계기로 작용

이 같은 흐름은 대규모의 시리아 난민 유입 이후 유럽이 겪은 사회적 문제를 반영한다. UN(국제연합) 난민기구에 따르면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이래로 시리아 난민은 전 세계 130개국으로 이주했다. 이들 대부분은 튀르키예, 레바논, 요르단, 이라크, 이집트에 머물고 있으나 일부는 유럽으로 갔다. 그런데 이들은 많은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다. 유럽인은 대부분 기독교를 믿지만, 시리아 난민 대다수는 이슬람교기 때문에 종교적으로 충돌했고, 난민 유입으로 인한 범죄율도 상승했다.

난민들에 대한 분노와 사회 분열은 급진 우파 확산의 트리거가 됐다. 올해 유럽의회 선거에서 독일을위한대안(AfD), 오스트리아 자유당(FPO), 스웨덴 민주당(SD) 등 극우 정당이 급부상한 것이 대표적 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독일에서는 2015년에 보여준 시리아인들에 대한 ‘환영 문화’가 사라졌고, 대다수는 더 이상 시리아 난민을 수용할 수 없다고 말한다”며 “시리아 난민에게 공급할 충분한 주택이나 공간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독일 전역의 도시에서 시리아 난민들이 시리아 국기를 들고 폭죽을 터뜨리며 알아사드 정권의 축출을 축하하던 그때, 극우 정치인들은 난민의 귀환을 촉구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급진 우파의 약진에 이민·환경 정책 후퇴 가능성

강경 우파의 확산은 유럽 내 정치 지형을 바꿀 것으로 관측된다. 오태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과거 급진 우파 정당은 소수를 대변하는 것으로 평가받았으나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득표율 상승 등에 힘입어 과거보다 더 적극적으로 정책 결정에 관여하며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들 급진 우파가 유럽의회에서 당장 저지력을 행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유럽의회를 이끌었던 중도 대연정그룹인 유럽인민당(EPP), 사회민주진보동맹(S&D), 리뉴유럽(Renew Europe)에서 선출된 의원이 과반수를 상회(56%)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그린 딜 입법에 협력해 온 녹색당-유럽자유동맹(Greens-EFA)까지 대연정에 가세하면, 60%가 넘는 세력을 구축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EU의 주요 정책 방향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EU 집행위원장이 올해 7월 연임에 성공한 것도 중도파의 단결을 보여주는 사례다. 아울러 유럽의회 내 급진 우파 정치 그룹인 유럽애국당(PfE), 유럽보수와개혁(ECR), 주권국가의유럽(ESN)은 상이한 이념적 정책과 분열로 단일 그룹으로 합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환경 우선주의 후퇴 또는 속도 조절은 불가피하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기후, 난민 문제에서 새로운 정책이 도입될 때 급진 우파는 힘을 합쳐 적극 반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스테펀 레네(Stefan Lehne) 카네기유럽 선임 연구원은 “급진 우파의 부상은 유럽 정책을 보수적으로 바꾸는 데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라며 “급진 우파를 의식한 중도 우파 정당은 이민, 기후, 젠더 정책을 이미 우경화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럽의회에서 대연정그룹 내 갈등이 발생할 경우, 급진 우파의 정책 결정 영향력이 커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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