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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공급, 일부 성과 거둘 것”
중장기적 개선 가능성에는 의구심도
IMF, 중국 잠재성장률 4% 이하 전망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중국의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4.0%에서 4.2%로 0.2%p 상향 조정했다.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일부 성과를 거둘 것이란 판단에서다. 다만 잠재성장률 전망치는 여전히 4%를 밑도는 등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인 모습이다.
中 학자 “실제 성장률은 3%대, 공식 수치는 5%대”
16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무디스는 “중국의 지정학적 위험은 다소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당국의 경기 부양책에 따라 신용 여건이 내년 상반기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에 2025년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4.2%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이는 애초 중국의 경제학자들이 전망한 3%대 성장률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가오산원 SDIC증권 수석연구원은 이달 초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해 “지난 2~3년간 (중국의 GDP 성장률) 공식 수치는 연평균 5%에 가깝지만, 실제 수치는 2% 정도일 것”이라며 “지금으로서는 향후 3~5년의 성장률 또한 3~4%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공식 수치는 항상 5% 정도로 집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가 경제성장률을 비롯한 여러 경제 지표들의 수치를 포장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무디스는 중국 당국의 경기 부양책이 일부 성과를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9월 말 시중에 1조 위안(약 196조원)의 장기 유동성을 공급한 것을 기점으로 증시 안정화, 부동산시장 부양 정책 등을 연이어 내놓음에 따라 미국의 잠재적 관세 인상에 따른 충격을 다소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설명이다. 이에 더해 중국 당정은 지난 11∼12일 중앙경제공작회의를 열고 내년 경기 회복을 위해 재정 지출을 확대하고, 통화정책을 완화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다른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중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5%에서 4.3%로 하향 조정했다. 피치는 지난 9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대(對)중국 무역정책이 날카로운 보호주의로 돌아설 것”이라며 그 이유를 밝혔다. 줄리안 에반스-프리처드 캐피털 이코노믹스 연구원 또한 “지금으로선 중국의 경기 부양책이 단기적 개선 이상의 것을 가져올 수 있을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관세 인상을 실행에 옮기면 수출 수요 또한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 0%대 중반 전망
이들 신용평가사의 전망치가 현실화할 경우, 중국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5%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지 못하게 된다. 앞서 한국은행도 중국의 내년 경제성장률로 4%대 후반을 예상한 바 있다. 한은 베이징사무소는 지난 7월 발표한 ‘2024년 하반기 중국 경제 전망 및 주요 이슈’ 보고서에서 “올해 중국 경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 등에 힘입어 제조업 생산·수출을 중심으로 4% 후반 수준의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또 중국의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대 중반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올해 상반기 중국 경제가 전기차·배터리 등 전략 육성된 제조업을 중심으로 생산·투자·수출이 호조를 보였다고 진단하면서도 소비 개선이 더디고 부동산 개발 투자 부진이 심화하는 등 부문별 차별화된 경기 흐름이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산업 내 공급 과잉, 가격 경쟁 심화, 가계의 저가 소비 패턴 고착화 등이 단기간에 빠르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은은 향후 중국의 경제성장을 저해할 수 있는 요소로 지방정부의 자금조달용 특수법인 LGFV(Local Government Financing Vehicle) 리스크를 꼽았다. 중국 지방정부는 인프라 사업을 위해 별도 법인인 LGFV를 설립해 자금을 조달해 왔는데, 이렇게 모은 자금은 실질적으로는 지방정부의 부채지만 장부상에는 잡히지 않는 ‘숨겨진 빚’이 되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말 기준 중국 지방 정부의 공식 부채를 총 40조7,000억 위안(약 7,780조원)으로 추산하면서 여기에 LGFV 부채까지 더하면 실제 부채가 최대 101조 위안(약 1경9,308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방정부 ‘숨겨진 빚’ 대규모 디폴트 초래
중국 입장에서 더 큰 문제는 이와 같은 불안감이 실질성장률 저하는 물론 잠재성장률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은 자본시장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블룸버그통신에 의하면 중국 지방채 시장에서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8,000억 달러(약 1,110조5,600억원)가량의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났다. 이는 사상 최고 수준으로, 대부분 LGFV 연계 비표준 상품채권에서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중국은 수출 주도 성장 정책을 계속할지 아니면 내수를 활성화하고 중국 소비자를 성장 동력으로 전환할지에 대한 갈림길에 오랫동안 직면해 있다”고 진단하며 “확실한 것은 당국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잠재 성장률은 4% 이하로 둔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중국의 소비자 신뢰 문제에 있어서 단기적으로 큰 장애물 중 하나가 부동산 부문에 있다는 것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결정적 조치가 소비자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되리라는 것을 중국이 인지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