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서울 빌라, 절반 이상이 월세" 전세의 월세화 속도 붙었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Real name
김서지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매일같이 달라지는 세상과 발을 맞춰 걸어가고 있습니다.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에, 관성보다는 호기심에 마음을 쏟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수정

서울 연립·다세대 월세 비중 50% 돌파
보증보험 가입 요건 강화되며 임대인 발목 잡혀
고금리 장기화하며 전세 수요·공급 나란히 감소

서울 빌라(연립·다세대) 임대 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눈에 띄게 확대된 것으로 확인됐다. 잇따르는 전세사기 사건으로 인해 임차인 사이에서 '전세 포비아(공포증)'가 확산한 가운데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요건 강화 △대출 규제 강화 △고금리 장기화 등 악재가 겹치며 전세 공급과 수요가 나란히 감소하는 양상이다.

서울 빌라 임대, 월세가 전세보다 많아

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거래된 빌라 임대 거래 12만7,111건 중 월세 거래는 6만8,116건(53.4%)이었다. 이는 국토부가 관련 통계를 공개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자, 전세사기 피해가 본격화하기 전인 2020년(29.5%) 대비 24%p 이상 급증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아파트의 월세 비율(41.6%)과 비교했을 때도 눈에 띄게 높다.

2021년 33.0% 수준이었던 서울의 빌라 월세 비율은 2022년 39.5%에서 작년 48.1%로 증가했고, 올해 들어 50%를 돌파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전셋값 하락으로 역전세난이 본격화하고, 빌라의 전세사기 피해가 급증하면서 '전세 포비아'가 확산한 결과다. 임대인들은 보증금 반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속속 전세 매물을 월세로 전환하고 있으며, 임차인 역시 안정성을 이유로 전세 대신 월세를 선택하고 있다.

높아지는 보증보험 가입 문턱

정부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요건 강화도 월세 비율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요건을 기존 '공시가격의 126%'에서 '공시가격의 112%'로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HUG가 지난 11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손명수 의원실에 제출한 '전세보증 근본적 개선 대책'에 포함된 내용이다.

빌라 전세보증보험 가입 요건은 2022년 10월까지만 해도 공시가격 인정비율 150%, 전세가율(담보인정비율) 100%였다. 공시가격 2억원짜리 빌라 기준 전세보증보험 가입 한도가 최대 3억원(공시가격의 150%)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HUG는 같은 해 11월부터 공시가격 인정 비율을 150%에서 140%로 낮췄고, 2023년 5월부터는 전세가율 기준도 100%에서 90%로 하향 조정하면서 '공시가격의 126%'까지 보증보험 가입 한도를 축소했다. 이에 따라 공시가격 2억원 빌라 기준 가입 한도는 2억5,200만원으로 축소됐다.

보증보험 가입 한도가 '공시가격의 112%'까지 줄어들 경우, 공시가격이 2억원 빌라의 보증금 한도는 2억2,400만원까지 미끄러지게 된다. 임대인들이 보증보험 가입 요건 강화에 난색을 표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만약 보증 요건이 추가로 강화된다면 새 임차인을 구할 때 그에 맞춰 보증금을 낮춰야 하는데, 그러려면 임대인은 수천만원의 현금을 조달해야 한다"며 "곳곳에서는 '이대로 가다간 파산한다'는 웃지 못할 농담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대출 규제·고금리도 영향 미쳐

강력해진 대출 규제 역시 전세 수요를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부는 지난 9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조치를 시행, 본격적으로 차주들의 대출 한도 조이기에 나섰다. 스트레스 DSR은 미래 금리 변동 위험을 반영해 대출 금리에 ‘스트레스(가산) 금리’를 더하는 제도다. 2단계 스트레스 금리는 0.75%p 수준이며, 은행권의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 한해 1.2%p의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된다. 시중은행들 역시 가산금리 인상,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 등으로 대출 문턱을 높이며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에 힘을 보탰다.

일각에서는 고금리 상황이 '전세의 월세화'를 견인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고금리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며 월세 지출과 전세대출 이자 지출이 큰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려오고 있다"며 "비슷한 돈을 낸다면 보증금 미반환 우려가 있는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하는 임차인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금리가 뛰고 은행 전세대출을 이용한 갭투자가 사실상 무의미해지며 집주인들도 전세로 내놓은 물건을 속속 월세로 돌리고 있다"며 "빌라 임대 시장의 공급과 수요 전반이 월세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Real name
김서지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매일같이 달라지는 세상과 발을 맞춰 걸어가고 있습니다.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에, 관성보다는 호기심에 마음을 쏟는 기자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