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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플라자, 캡스톤자산운용으로부터 분당점 부동산 인수 '세일 앤 리스백' 점포 되사는 이례적인 전략 재무 구조 개선 효과 기대, 매각 재타진 노렸나
애경그룹 백화점 부문을 이끄는 AK플라자가 핵심 점포인 분당점을 되사기로 했다. 지난 2015년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해당 점포를 세일 앤 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유동화한 지 10년 만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세일 앤 리스백 거래 이후 자산을 되사는 사례가 드물다는 점을 고려, AK플라자가 매각 재타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재무 구조 개선에 착수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AK플라자, 분당점 되찾는다
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AK플라자는 최근 캡스톤자산운용으로부터 AK플라자 분당점 부동산을 인수하기로 했다. 지난 2015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해당 자산을 유동화한 지 10년 만의 일이다. 1999년 설립된 AK플라자는 애경그룹의 백화점·쇼핑몰 운영사로 부동산 개발 및 임대, 투자업 등을 함께 영위하고 있다.
AK플라자에 따르면 이번 인수는 캡스톤자산운용이 AK플라자 분당점을 투자 자산으로 삼아 조성한 부동산 펀드의 지분을 추가 설정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AK플라자는 최대 지분율 확보를 목표로 내년 1월까지 인수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인수 건과 관련해 AK플라자 관계자는 “지분 인수를 통해 분당점의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마련함으로써 중장기적으로 수익성 개선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례적 행보에 시장 '주목'
시장은 AK플라자가 세일 앤 리스백 점포를 다시 사들이는 흔치 않은 결정을 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07년 애경그룹은 유통 부문 사업 확대를 위해 AK플라자 분당점(구 삼성플라자), AK몰(구 삼성몰) 등 삼성물산 소유의 유통업체 두 곳을 4,700억원에 사들였다. 이후 AK플라자 분당점은 애경그룹 산하 백화점 중 최대 규모 매출을 올리는 효자 매장으로 성장했다. 매각이 이뤄지기 직전인 지난 2014년 기준 해당 점포의 매출액은 6,500억원 수준이다.
문제는 분당점 인수 당시 발생한 이자 비용으로 인해 AK플라자의 재무 구조가 악화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2014년 말 기준 AK플라자의 부채비율은 253%에 달했다. 이에 AK플라자는 2015년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인 캡스톤자산운용과 ‘AK플라자 분당점’ 매매 및 임대차계약을 체결, 분당점 부동산을 세일 앤 리스백 방식으로 매각했다. 당시 계약에는 매각 이후 AK플라자가 해당 점포를 20년간 책임 임차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처럼 세일 앤 리스백 방식으로 매각한 점포를 되사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AK플라자가 매각 등을 염두에 두고 과감한 재무 구조 개선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 IB업계 한 관계자는 “AK플라자는 2~3년 전 외국계 IB를 통해 매각을 진행했지만 실패했다”며 “분당점 부동산을 되찾으면 판매 및 관리비로 잡히는 임차료가 감소하며 재무 구조 개선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AK플라자의 재무 구조 개선 노력
한편 AK플라자는 부동산 인수 외에도 재무 구조 안정을 위한 전략을 속속 채택하고 있다. 지난해 온라인몰인 'AK몰'을 큐텐 측에 매각하고 이커머스 사업에서 철수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AK플라자는 AK몰을 포함한 전자상거래 사업 부문을 큐텐의 자회사 인터파크커머스에 양도했다. 이에 따라 인터파크커머스는 AK플라자 전자상거래 사업 부문의 자산, 부채, 영업에 관한 모든 권리를 넘겨받았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양도가액이다. 2023년 기준 AK플라자 전자상거래 사업부의 매출액은 369억원, 보유 자산은 481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양도가는 5억1,000만원에 그쳤다. AK몰의 부채를 인터파크커머스가 전면적으로 양도받으며 표면적인 양도가액이 미끄러진 것으로 풀이된다. AK플라자 전자상거래 사업부의 부채는 2023년 말 기준 554억원에 달한다. 해당 거래가 성공적으로 종료됨에 따라 AK플라자는 이커머스 사업에서 철수함과 동시에 AK몰의 대규모 부채를 털어내며 재무 구조를 개선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AK플라자가 재무 상황 안정을 위해 힘쓰는 배경에는 대규모 누적 손실이 있다. AK플라자의 순손실은 2019년 87억원, 2020년 302억원, 2021년 291억원, 2022년 314억원, 2023년 440억원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부채비율도 눈에 띄게 치솟고 있다. 2019년 195.0% 수준이었던 부채비율은 2021년 1102.3%, 2022년 4094.9%까지 뛰었다. 매각에 재도전하기 위해서는 재무 구조 개선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다만 AK홀딩스 측은 현재 매각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AK홀딩스 관계자는 “AK플라자 매각과 관련해 외국계 IB와 논의한 적은 있으나, 현재는 AK플라자의 자체적인 턴어라운드에 집중하고 있다”며 “분당점 인수도 AK플라자 경영 정상화의 일환일 뿐이며, 현재 AK홀딩스 차원의 AK플라자 매각 계획은 전혀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