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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5 출자 합작법인 연내 설립
G마켓, 알리익스프레스는 독립 운영
이커머스·물류 1위 독차지 쿠팡 견제
신세계그룹이 알리바바인터내셔널과 손잡고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 내 영향력 강화에 나선다. 이들 두 회사는 각각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를 합작법인 자회사로 편입해 독립 운영할 계획이며, 원활한 서비스를 위해 물류 기업인 CJ대한통운과도 손을 잡았다. 업계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미국 방문 직후 알리바바와의 협력 발표가 나온 배경에 주목하는 동시에 지마켓·알리바바에 물류기업 CJ대한통운까지 합쳐진 상품·물류 ‘원팀’이 발휘할 시너지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적자 행진’ G마켓, 글로벌 진출 서두른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알리익스프레스를 운영하는 알리바바인터내셔널과 합작법인을 설립한다. 양 사의 출자 비율은 5대 5로 동등하며, 신세계그룹은 G마켓을 현물 출자하는 방식으로 참여하게 된다. 연내 설립 예정인 합작법인에는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가 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신세계가 적자 상태인 G마켓의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글로벌 경쟁력이 입증된 알리바바와의 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했다. G마켓은 이베이코리아에서 신세계로 둥지를 옮긴 2021년부터 매년 적자를 거듭해 왔기 때문이다. 2022년 654억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G마켓의 적자는 2023년 321억원으로 일부 축소됐다.
각각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유통 대기업 신세계와 알리바바가 손을 맞잡은 배경에도 이목이 쏠린다. 신세계그룹의 이번 발표는 정용진 회장의 미국 방문 및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접견 이후 첫 행보였기 때문이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달 16일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으로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5박6일 체류한 바 있다. 당시 정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을 비롯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다수의 기업인을 만나 다양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신세계와 알리바바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협업으로 본다. 신세계 입장에선 중국 거대 자본을 통한 합작법인으로 G마켓을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으며, 알리바바 역시 미국으로의 우회 진출을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중국 제품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는 만큼 알리바바로서는 G마켓과 손잡고 우회 노선 구축이 절실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세계 측은 정 회장의 트럼프 당선인 접견과 이번 합작법인 설립은 별개의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신세계 관계자는 “시간 흐름으로는 정 회장의 미국 방문 직후 G마켓·알리바바 합작법인 설립이 이뤄진 것처럼 보일 수는 있다”면서도 “정확한 날짜를 밝힐 수는 없지만, 두 사안은 별개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어 “합작법인 건은 (정 회장의) 미국 방문 이전부터 이미 상당한 시간을 들여 진행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반(反)쿠팡 연대 구축 가속화
양사는 현재와 마찬가지로 각각의 플랫폼을 독립 운영할 계획이다. 먼저 G마켓은 알리바바와 협업으로 입점 판매자(셀러)들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G마켓 셀러들이 판매하는 국내 강소기업의 우수 상품이 알리바바의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200여 개 국가에 소개되는 등 새로운 판로가 생기는 셈이다. 또 알리바바가 축적해 온 IT 기술을 통해 셀러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 지원도 강화한다. 셀러의 성장이 곧 G마켓의 성장이라는 게 신세계의 설명이다.
알리바바는 우리 토종 기업인 G마켓과의 협업으로 국내 유통 노하우를 공유하고, 이커머스 참여자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나아가 시장에서는 알리바바가 미국의 규제를 피해 한국을 해외 진출 전진 기지로 삼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 유통 관계자는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의 관세 장벽을 우회하기 위해 멕시코 등에 공장을 세워 무관세 혜택을 노린 것과 비슷한 전략”이라며 “관세 장벽 대응책을 합작법인 설립에서 찾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회장의 미국 방문 훨씬 이전부터 알리바바의 물밑 움직임이 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신세계와 알리바바 간 합작투자계약을 두고 양사의 이커머스 사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계기를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해외 판로 개척을 원하는 국내 셀러 확보와 해외 구매자 저변 확대 등은 이커머스 플랫폼 경쟁력 제고 요인이며, 투자 여력도 강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합작법인 설립은 반(反)쿠팡 연대 구축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짚으며 “단순히 신세계와 알리바바의 사업적 시너지를 넘어 쿠팡이 독주하고 있는 이커머스 시장을 견제한다는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쿠팡 독주 체제 제동 걸릴까
다만 이들 합작법인의 이커머스 시장 내 입지 강화를 위해서는 선행돼야 할 과제가 있다. 오픈마켓을 주력으로 하는 G마켓과 알리바바의 경우 쿠팡의 직매입 형태보다 배송 속도 등에서 구조적으로 뒤처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쿠팡은 자사 플랫폼에서 유통 중인 물건의 90% 이상을 직접 매입한 뒤, 주요 거점에 있는 유통 센터를 통해 직접 출고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배송 인력 또한 직고용해 물류의 모든 단계를 내재화했다.
문제는 쿠팡 수준의 독자적 물류 인프라 구축에는 막대한 자본 투입이 필수라는 점이다. 이에 G마켓·알리바바는 쿠팡에 필적한 배송 인프라를 갖춘 CJ대한통운에 손을 내밀었다. 이미 이들 두 회사는 CJ대한통운과 협력해 물류의 대부분을 처리하고 있다. G마켓은 지난해 6월부터 스타배송(익일배송) 물량 모두를 CJ대한통운에 맡기고 있다. 또 알리바바는 2023년부터 CJ대한통운을 통해 직접구매(직구) 물량의 절반 이상을 처리 중이다. 합작법인을 통해 늘어난 판매량 또한 CJ대한통운이 모두 소화할 전망이다.
CJ대한통운 입장에서도 G마켓·알리바바와의 동행에 거는 기대가 크다. CJ대한통운은 오랜 시간 지켜 온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2022년 쿠팡에 빼앗긴 상태이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국내 택배시장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1분기 기준 쿠팡로지스틱스가 34.8%(물량 기준)로 2위 CJ대한통운(29.0%)을 크게 앞질렀다. G마켓·알리바바 합작법인의 성공이 CJ대한통운에는 시장 내 영향력을 되찾아 올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CJ대한통운이 올해 주 7일 배송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8월 CJ대한통운은 주 7일 배송과 택배기사 주5일 근무제 도입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전국택배노조는 택배대리점연합과 지난해 9월 총 10차례 교섭을 통해 주 7일 배송과 주5일 근무제를 포함한 기본협약 잠정안을 마련했다. 해당 잠정안은 지난달 조합원 총투표 결과 94.3% 찬성으로 통과됐다.
본격적인 주 7일 배송 시작은 올해 첫 일요일인 오는 5일이다. 윤진 CJ대한통운 한국사업부문 대표는 “주 7일 배송의 보편화로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건강한 경쟁이 촉발되고 이커머스 산업 전반의 발전과 소비자 혜택 증가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며 “산업생태계 발전에 기여하고 물류산업의 패러다임을 혁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