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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97억 몸값' 제시한 와이즈넛, 성장률에 의구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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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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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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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즈넛, 창립 25년 만에 증시 입성
공모자금으로 AI 유관 기술기업 투자 확대
기업가치 3400억 제시, 고평가 논란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 와이즈넛이 코스닥 시장 상장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선다. 와이즈넛은 최대 3,397억원의 기업가치를 제시했는데, 이는 코스닥 시장에서 시가총액 순위 200위권에 드는 수준이다. 향후 적정한 기업가치를 설득하는 일이 기업공개(IPO)의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와이즈넛, 수요예측 돌입

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와이즈넛은 오는 3일부터 9일까지 공모가액 결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벌인다. 와이즈넛은 공모가 희망밴드를 2만4,000~2만6,000원으로 제시했다. 공모주식 수는 90만 주로 상장 후 주식 수(1,306만5,612주)의 6.9%다.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되는 45만 주(5%)를 제외한 85만5,000주가 일반공모를 통해 이뤄지는데, 기관투자자에는 58만5,000~63만 주, 일반청약자에는 22만5,000~27만 주가 배정된다. 대표주관사는 삼성증권이 맡았다.

기술특례상장 방식으로 증시 입성에 나선 와이즈넛은 AI, 검색, 빅데이터, 서비스 등의 사업영역을 주로 영위하고 있다. 현재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검색엔진과 AI 어시스턴트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유지 중이다. 와이즈넛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352억원, 영업이익 35억원으로 11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와이즈넛은 공모자금을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과 운영자금, 시설자금에 사용할 계획이다. 특히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에 가장 큰 자금을 투입한다. 내년 140억원, 내후년 100억원 등 총 24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아울러 음성 AI를 비롯해 생성형 AI, AI기반 기술분야 등 유관 회사에 대한 지분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운영자금으로는 글로벌 마케팅, 운전자금 등에 85억7,400만원을 투자할 예정이며 시설자금은 장비 인프라 구축, 인증 및 업무지원 시스템 구축 등에 75억3,300만원을 집행한다.

매년 40%씩 성장 예상에 시장 의구심

와이즈넛은 최대 3,397억원의 시가총액을 목표로 IPO를 진행하고 있다. 미래에 사업 모델이 본 궤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공모가 산정을 위해 2026년 추정 실적을 활용했다. 기업가치 책정 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피어그룹'이다. 와이즈넛은 공모가 산정을 위한 피어그룹으로 △한글과컴퓨터 △엠로 △비아이매트릭스 등 3개사를 선정했다. 이들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35.61배다.

그런데 한글과컴퓨터는 최근 5년간 연간 매출액이 적게는 2,400억원, 많게는 4,000억원을 기록한 기업이다. IT 산업 분야가 장기적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점을 감안한다고 해도 와이즈넛과 사업 규모가 크게 차이난다는 평가다. 특히 문서기반 서비스의 매출 비중이 높아 와이즈넛의 사업 포트폴리오와 완전히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엠로는 PER 배수가 60.43배인 기업이다. 주당순이익(EPS) 885원에 비해 최근 1개월 평균 종가가 5만3,483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통상 피어그룹을 선정할 때 비경상적 멀티플의 기준을 ‘10배 미만, 50배 초과’로 채택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이에 와이즈넛 측은 성장성이 높지만 아직 수익 모델이 안정화되지 못한 AI 산업 특성상 비경상적 멀티플 기준을 100배 이상으로 설정해야 적정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와이즈넛은 2026년 순이익을 2023년보다 4.4배 증가한 186억원으로 예상했다. 현재는 실적이 정체된 상태지만 올해부터 성장세가 가팔라질 것이란 설명이다. 여기에 연할인율 15%를 적용해 추정 순이익 현재가치를 136억원으로 평가했고, 피어그룹 평균 PER과 곱해 4,828억원의 기업가치 평가액을 산정했다. 이를 적용 주식 수로 나눈 주당 평가가액은 3만6,659원으로, 상장 후 시가총액을 계산하면 최소 3,136억원에서 최대 3,397억원이 나온다.

2023년 8월 7일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홍보관에서 열린 파두 상장기념식에서 이지효 파두 대표이사(왼쪽에서 네 번째)와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한국거래소

기술특례상장 종목 과반 '부실화'

하지만 시장은 와이즈넛이 제시한 성장률에 의구심을 표하는 분위기다.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이용한 기업 중 증시 입성 1년도 안 돼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거나 상장 직전 거래소 심사 통과가 취소되는 등의 문제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어서다.

'파두 사태'가 대표적이다. 반도체 회사 파두는 상장 당시 2023년 연간 매출 추정액을 1,202억원으로 제시했고 이에 기반해 시가총액 1조원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상장 직후 2023년 2분기 매출이 5,900만원, 3분기 매출이 3억원이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주가가 공모가 대비 40%가량 폭락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파두와 주관증권사 NH투자증권 관계자를 자본시장법 위반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상태다.

당초 기술특례상장은 우수한 기술을 가진 기업이 자금난으로 도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적자 기업에도 예외적으로 상장을 허용해 주던 제도였다. 그러나 기술특례 상장 문턱이 지난 20년간 지속적으로 낮아지면서 최근에는 벤처캐피털(VC) 등이 부실기업을 상장하거나 기업 가치를 최대한 부풀려 상장함으로써 일반투자자들을 ‘등쳐먹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기술특례상장은 적자기업을 상장시키는 만큼, 미래 실적을 추정한 다음에 이를 기준으로 기업 가치를 측정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미래의 추정 수익을 기준으로 불확실성 및 리스크를 반영해 할인하는 DCF(현금흐름할인법) 등이 자주 적용된다. 하지만 미래의 추정 수익과 불확실성 및 리스크를 계산하는 할인율은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모두 다르기에 표준화된 수치가 없다. 무엇보다 기업들과 상장 주관사는 기업 가치와 공모금액을 최대한 부풀릴수록 이익이 늘어나는 구조라 뻥튀기 상장에 대한 유인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들 상당수는 이미 부실화됐다. 2005년 기술특례 상장 1호였던 헬릭스미스는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2위 기업이었지만 임상 3상에 성공하지 못하면서 존폐 위기에 몰렸다. 결국 2022년 카나리아바이오엠에 회사가 넘어갔다가 지난해 바이오솔루션으로 다시 주인이 바뀌었다. 이 외에 제넥신이나 신라젠 등 기술특례로 상장한 바이오 기업들 역시 신약 개발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18년 성장성 특례상장 1호 기업으로 증시에 입성한 셀리버리 역시 2년 연속 감사의견 거절, 완전자본잠식 등으로 상장폐지 위기를 겪고 있다. 2023년 3월 주식 거래가 정지되면서 투자자들은 투자금도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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