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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전면 출근’ 둘러싼 줄다리기 팽팽, 기업 압박에 근로계 강한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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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출근’ 하이브리드 형태 증가
상주인구 적은 도시 출근율 낮아
교섭 건너뛴 일방적 출근 통보에 반발↑

미국 내 주요 기업들과 공공기관이 사무실 복귀(Return to Office·RTO) 의무화 문제를 놓고 노사 간 팽팽한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다. 업무 효율 극대화를 주장하는 회사 측과 장시간 출퇴근에 따른 피로도가 역효과를 낳을 것이란 근로계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다. 근로계에서는 기업 및 공공기관의 RTO 의무화 이면에 감원 의도가 숨어있다는 지적과 함께 재택근무의 전면 중단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장거리 근로자 피로도 증가 예상

1일(현지시각) 미국 통계분석기관 플렉스인덱스(Flex Index)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미국 기업의 약 32%가 전면 출근제를 운용하고 있다. 같은 기간 일주일에 3일 이상 출근을 의무화한 기업은 28%로 직전 분기(19%) 대비 9%p 증가했다. 이처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 중 일부는 사무실 근무를, 일부는 재택근무를 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도시별 사무실 복귀 비율에서는 뉴욕시와 마이애미시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들 도시의 사무실 복귀 비율은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7월 당시의 90%에 육박했다. 반면 샌프란시스코는 해당 비율이 50%가량에 그치며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상주인구가 적은 도시일수록 출퇴근에 어려움을 겪는 근로자가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샌프란시스코 인구는 2020년 87만 명에서 2022년 말 80여만 명으로 2년 사이 8% 넘게 감소했다.

미국 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RTO를 추진한 기업은 아마존이다.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9월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보낸 이메일을 통해 재택근무 전면 폐지를 선언했다. 그는 “우리는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는 장점이 훨씬 많다고 믿는다”며 “내년(2025년) 1월 2일부터 주 5일 사무실 출근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다만 아마존은 사무실을 확보하지 못해 해당 일정을 잠시 연기한 상태다.

공무원들 역시 사무실 출근을 통보받았다. 차기 행정부에 신설되는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으로 지명된 일론 머스크와 인도계 사업가 비벡 라마스와미는 지난해 말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을 통해 “재택근무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의 특권이었던 만큼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는 연방 공무원에게는 미국 납세자가 급여를 지급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무원 집단은 즉각 반발했다. 비용 절감 등을 위해 물가가 저렴한 지역으로 이주해 업무를 처리하던 이들의 경우 장거리 출퇴근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 연방정부 공무원은“가장 가까운 사무실도 출퇴근에 2~3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라며 “사무실 출근을 강요하면 공무원들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역효과만 가져올 것”이라고 토로했다. 에버렛 켈리 미국 공무원 연맹(AFGE) 회장 또한 “근로조건 변경과 관련해서는 정상적인 단체 교섭 절차를 통해 협상해야 한다”며 차기 행정부의 일방적인 사무실 출근 통보에 반감을 드러냈다.

자진 퇴사 유도하려는 기업·기관

근로계는 업무 효율 극대화를 내세운 공공기관과 기업의 RTO 의무화 이면에 인력 감축 의도가 깔려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머스크와 라마스와미는 앞서 언급한 기고문에서 “연방 공무원에게 주 5일 사무실 출근을 의무화하면, 자발적으로 그만두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우리는 이를 환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연방정부의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최소 인력을 추려 예산 낭비를 막아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두 사람은 “특정 직원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 인원 감축은 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아마존 역시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 아마존은 전면 출근제를 선언하면서 관리자 직급을 대폭 축소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시 CEO는 “우리는 ‘회의 준비를 위한 회의’ 같은 불필요한 의사 결정 과정을 과감히 생략할 것”이라며 올 1분기까지 관리자급 직원 15%가량을 해고할 계획을 시사했다. 일방적인 정리 해고에 수반되는 각종 의무를 피하려는 의도다. 기업의 근무 형태에 반발한 직원의 자진 퇴사에는 회사가 퇴직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IT 기업 델 또한 재택근무 종료를 선언하며 인력 감축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델은 지난해 상반기 원격 근무 직원들에게 사무실로 출근해 파트타임으로 일하거나 계속 원격 근무를 하라는 선택권을 줬다. 단, 원격 근무를 선택한 직원에게는 앞으로 승진이나 수평 이동이 없을 것이며, 향후 인력 감축 시 우선적인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근로자 사이에서 “소리 없는 약탈”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 배경이다.

팬데믹이 불러온 신(新) 노사갈등

다만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구성원들의 전면 출근을 압박하는 데 있어 여러 현실적 문제가 발목을 잡을 것이란 평가 또한 비등하다. 사무실 확보를 비롯한 여러 과제가 산적한 탓이다. 일례로 정부 청사 건물을 관리하는 미국 연방총무청(GSA)은 최근 몇 년 사이 관리비 절감을 이유로 사무실 건물을 적극적으로 처분해 왔다. 지난달에는 사용하지 않는 연방 사무 공간 150만ft²에 대한 처분 절차를 시작했으며, 이에 앞서 팬데믹 기간에는 국제개발처(USAID), 법무부, 보훈부, 재무부, 국세청(IRS), 환경보호청(EPA) 등이 보유 부동산 대거 정리했다.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사무실을 확보하려면, 당장 인력 감축을 통해 확보되는 것보다 훨씬 큰 수준의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핵심 인력의 이탈 또한 고려해야 할 요소다. 직장 리뷰사이트 블라인드에서 아마존 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재시 CEO가 전면 출근제를 통보한 후 응답자의 73%가량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직 고려 직원 가운데 상당수는 간부급인 것으로 파악됐다. 기존 핵심 인력의 이탈이 가시화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나아가 새로운 간부급 직원을 채용할 때도 사무실 출근 의무 조항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근로계 전반의 평가다. 니콜라스 블룸 스탠퍼드대 경제학 교수는 자신의 SNS에 향후 1년 내 아마존에서 발생할 일을 예측해 시나리오로 제시하며 “(아마존의) 퇴사율은 30%에 육박할 전망이며, 이를 확인한 회사는 주 5일 출근 결정을 조용히 철회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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