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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중국과 인도, ‘생존을 위한 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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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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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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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도, 분쟁 지역 병력 철수 후 ‘현상 회복’
양국 관계 정상화 필요성이 ‘긴장 완화 촉진’
‘민족주의’에 앞서는 ‘실용주의’ 증명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작년 10월 23일 시진핑 중국 주석과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총리가 분쟁 지역에서 병력을 철수하는 데 합의한 것은 양국 간 중요한 외교적 돌파구로 평가할 수 있다. 러시아 카잔(Kazan)에서 열린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창설돼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아랍에미리트로 확장된 국가 연합) 회의의 별도 회담으로 마련된 양국 정상 간 만남은 최근 5년 동안 실시된 첫 대표급 회담이었다. 이후 양국은 일주일도 안 돼 병력 철수를 개시했고 사상자를 낸 2020년 무력 충돌 이전으로 현상을 회복했다.

사진=동아시아포럼

중국-인도 관계, 2020년 무력 충돌 이후 ‘최악 치달아’

양국 간 군사 대치의 해소는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 모았는데, 다수의 전문가는 상황을 ‘전략적 변화’(strategic shift)가 아닌 ‘전술적 일시 정지’(tactical pause)로 평가하고 있다. 또한 브릭스 회의와 러시아의 중재 덕분이라고 보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양국 긴장 해소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차질을 야기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실제 통제선’(Line of Actual Control, LAC)은 인도 식민 지배 시절 영토 획정의 유산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길고 다툼이 많은 국경으로 알려져 있다. 국경 길이에 대한 양국의 다른 해석이 대치를 반복하게 하는 주원인인데, 인도는 국경 길이가 3,488km라고 주장하지만 중국은 파키스탄과의 국경이 이미 확정되어 인도와의 국경은 2,000km라고 일축한다. 국경 분쟁은 1962년 전쟁으로까지 확대됐다 이후 산발적 충돌이 이어져 왔다.

그리고 21세기 들어 긴장은 다시 극에 달한다. 수십 년간 이어진 안정을 깨고 2010년대 중반부터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에 들어선 것이다. 양국에서 시진핑과 모디로 대표되는 민족주의 리더가 집권한 것과 잦은 군사적 대치, 미중 간 지정학적 갈등 심화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2017년 도클람(Doklam)에서 벌어진 70일간의 대치에 이어 2020년 6월 갈완 계곡(Galwan Valley)에서 벌어진 충돌은 수 세기 만에 처음으로 인도 측 20명, 중국 측 최소 4명의 사망자까지 발생하는 최악의 사건으로 기록되며 양국 관계를 한계 상황까지 밀어붙였다.

인도, 중국 투자 중단으로 경제 성장 차질

인도가 중국과 화해를 추구하게 된 것은 경제적 요인이 결정적이다. 2020년 충돌 이후 인도가 단행한 중국의 투자 및 기술 도입 중단은 경제 성장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했고, 치솟는 실업률과 경제적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집권 ‘바라티야 자나타 당’(Bharatiya Janata Party)이 작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도 얻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국민 대상 설문 조사가 중국 투자 재개의 필요성을 지적하는 가운데 재계 역시 모디 행정부에 중국과의 화해를 주문해 왔다.

동시에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Belt and Road Initiative, BRI)를 중대한 위협으로 간주하는 경향도 줄어들었다. 인도는 일대일로에 합류하지 않았음에도 산하 조직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의 수혜 대상이기 때문이다.

한편 인도가 경계하는 중국-파키스탄 관계의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는 ‘중국-파키스탄 경제 회랑’(China–Pakistan Economic Corridor, CPEC) 및 과다르항(Gwadar Port) 개발도 야심 찬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나아가 2019년 중국이 파키스탄의 지원을 받는 극단주의자 마수드 아즈하르(Masood Azhar)를 글로벌 테러리스트로 규정한 유엔의 결의를 지지한 것도 인도의 안보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일조했다.

국제 관계에 있어서도 인도가 기대한 ‘메이드 인 인도’(Made in India) 이니셔티브와 산업화 노력에 대한 미국과 우방국들의 지원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일대일로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미국 주도의 ‘인도-중동-유럽 경제 회랑’(India–Middle East–Europe Economic Corridor)도 추진력을 얻는 데 실패했다. 인도가 강대국 지위 등극의 열망을 실현하는 데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필수적임을 깨달았음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중국도 지정학적, 경제적 이유로 ‘인도 외면 어려워’

중국 입장에서도 쿼드(Quad, 미국, 일본, 인도, 호주로 구성된 안보 협의체)를 포함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인도가 중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동시에 미국의 제안에도 인도가 정식 군사 동맹 가입을 주저하며 비동맹을 고수하는 모습은 안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양국의 경제적 상호 의존성이 자생적이라는 사실도 컸다. 긴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양국 간 무역 규모는 재작년과 작년 1,180억 달러(약 173조원) 규모로 성장한 것이다. 경기 침체에 직면한 중국이 방대한 이웃 시장을 외면할 형편도 절대 아니었다.

결국 시진핑-모디 회담은 중국-인도 관계의 ‘실용적 재조정’을 위한 서막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렇게 양국 지도자들이 민족주의 이슈를 실용주의(pragmatism)로 순화시킨 것은 상당 기간 글로벌 및 국내 상황을 지켜보며 얻은 깨달음 때문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갈등의 장기화는 국경 분쟁을 심화시키는 데서 끝나지 않고 원대한 전략적 목표 달성에 심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 자명해졌기 때문이다.

양국 국경 분쟁 해소가 영속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적어도 분쟁 지역 병력 철수가 가져온 양국 관계 정상화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문의 저자는 굴람 알리(Ghulam Ali) 홍콩 아시아 연구 센터(Hong Kong Research Centre for Asian Studies) 부소장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China and India rebuild trust on the path to reconciliation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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