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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장자들의 브로맨스 '새드엔딩' 맞이하나" 트럼프, 머스크 잇단 언행에 '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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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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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계 들쑤신 ‘머스크 파워’ 
H-1B 비자 둘러싼 내분 격화
트럼프와 머스크의 밀월 끝나나
사진=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X(옛 트위터)

이달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그의 최측근으로 부상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긴밀한 관계에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트럼프 2기 행정부 구성 과정에서 전문직 이민 비자인 H-1B 비자를 둘러싼 내분이 격화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트럼프-머스크 관계 균열 감지

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캠프에 참여했던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가 머스크의 잇따른 언행과 언론의 집중 조명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트럼프와 머스크 사이에서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는 것은 최근 H-1B 비자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불거진 일어난 논란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이들은 “머스크는 최근 소셜미디어(SNS) X에 올린 글에서 스페이스X와 테슬라를 비롯해 미국을 세계 강국으로 만든 수많은 기업들이 H-1B 비자를 통해 외국 전문인력을 활용한 덕분에 성장했다”면서 “H-1B 비자 프로그램을 지키기 위해 전면전도 불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트럼프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머스크의 주장에 동조하는 입장을 보였으나 두 사람 사이의 긴장감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 관계자는 “트럼프는 머스크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지고 있다는 생각을 최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국 속담에 ‘호랑이는 두 마리가 같은 산에 살 수 없다’는 말이 있는데 현재 두 사람의 관계가 그런 분위기”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머스크가 처음엔 상당히 매력적인 인물로 비쳤으나 지금은 트럼프 입장에서 그 영향력에 대해 부담감을 느끼는 것 같다”며 “머스크가 의도적으로 트럼프의 정치적 영향력을 넘어서려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가 워싱턴 정가에서 지나치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점이 불편함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머스크는 트럼프의 정치 드라마 속에서 주연이 아닌 조연에 불과하다”며 “머스크는 워싱턴 정치판을 뒤흔들기 위한 트럼프의 도구로 사용될 수는 있어도 트럼프가 주도권을 놓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2024년 11월 12일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X에 올린 미국 정보효율부(DOGE) 이미지 사진/사진=일론 머스크 X

‘비공식 대통령’으로 불리는 비선 파워

머스크는 대선 기간에 약 4,000억원을 트럼프 후보에게 ‘올인’하며 순식간에 최측근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그의 위상과 관련한 논란은 최근 미 의회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임시 예산안 처리 시한을 이틀 앞둔 지난달 18일, 공화당과 민주당은 올해 3월 14일까지를 기한으로 하는 추가 임시예산안(CR)에 합의했으나, 트럼프가 반기를 들었다. 정부의 부채한도 폐지 등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정부 ‘셧다운’이 닥칠 수도 있는 위기 상황이었지만, 트럼프는 “미국에 대한 배신”이라며 양당 합의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텼다.

그런데 이에 앞선 빌드업 과정이 있었다. 머스크는 트럼프보다 한발 앞서 임시예산안 합의에 반대 목소리를 강하게 내면서 의회를 압박했다. 그는 자신의 X에 150건 넘는 글을 올리며 예산안에 합의한 공화당 의원들을 비난했다. “이 터무니없는 예산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의원이 있다면 2년 내 퇴출당해야 마땅하다” 등의 내용이었다.

결국 머스크는 공화당 내부를 흔드는 데 성공했다. 다수 의원이 머스크의 입장을 지지하는 뜻을 공개적으로 표명했고, 당 지도부는 끝내 부채한도 유예를 포함한 수정안을 마련했다. 다만 이 수정안은 통과되지 못했고, 부채한도를 더 늘리는 방안은 내년으로 넘기기로 하면서 정부 셧다운은 가까스로 피하게 됐다. 셧다운 위기로 이번 예산안에는 반영되지 않았으나, 트럼프 취임 이후 예산안부터는 부채한도 증액 부문을 명확히 한 셈이다.

예산안을 둘러싼 소동에서 입증된 것은 ‘비공식 대통령’으로까지 불리는 머스크의 비선 파워였다. 막강한 영향력을 재차 입증한 머스크를 향해 공화당 내에선 “하원의장으로 추대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하원 규정상 의원이 아니더라도 의장을 맡을 수 있다. 강성 트럼프 지지자인 공화당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조지아)은 “기성 정치 제제는 산산조각이 나야 한다”며 “의장 후보로 머스크를 지지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민주당에선 “머스크가 대통령이냐”는 반발이 쏟아졌다. 민주당 짐 맥거번 하원의원(매사추세츠)은 “머스크는 대통령이고, 트럼프는 이제 부통령”이라며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머스크 밀월관계, 눈물로 끝날 수도"

트럼프는 머스크의 정치적 영향력이 논란이 되자 “그가 대통령직을 가져가는 게 아니다”라며 “난 똑똑한 사람을 두는 걸 좋아한다”고 해명했지만, 트럼프는 자신보다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인물을 장기간 곁에 두지 않는다는 게 측근들의 공통된 견해다. 게다가 두 사람의 관계는 선거 기간에 돈과 권력을 교환한 일시적 성격이 짙다. 이는 두 사람의 밀월 관계가 오래가지 않을 거란 관측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이유기도 하다.

미국 시사지 더네이션의 발행인인 카트리나 반덴휴벨은 최근 가디언 기고문을 통해 “두 나르시시스트 사이의 허니문이 얼마나 오래갈지 회의적”이라며 “이들의 관계는 (대선을 위해 일시적으로 뭉친) 트럼프 동맹과 마찬가지로 매우 위험하고 취약하다”고 했다. 영국 저널리스트인 이안 홀링스헤드도 억만장자들의 브로맨스는 결국 새드 엔딩일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그는 "트럼프와 머스크의 관계는 이합집산 로맨스를 다루는 블록버스터 영화로 제작했을 법하다"며 "억만장자 두 명이 현재 의견을 일치하는 데는 분명 여러 이유가 있다"고 적었다.

홀링스헤드는 트럼프와 머스크는 관료주의를 없애고 경제 성장을 촉진한다는 공통 분모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상 미국의 각종 규제 완화 과정에서 많은 수혜를 보는 사람이 머스크라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머스크가 정부효율부 수장으로서 실패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 연방 정부는 300만 명에 가까운 인원이 있고, 방대한 예산을 담당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머스크에게 소위 '퍼주기'를 하진 않을 것이라고도 진단했다. 트럼프의 옛 저서 제목이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이라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홀링스헤드는 트럼프가 테슬라의 판매량과 상관없이 중국을 때릴 것이고,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한다면 머스크의 스페이스X 사업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홀링스헤드는 "트럼프와 머스크라는 알파 남성들의 엄청난 자존심을 고려하면 둘 다 자신을 주인공으로 여길 것"이라며 "해피엔딩을 생각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더불어 "트럼프는 머스크를 지루해하거나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부 장관 등에게 그랬던 것처럼 밀어내게 될 것"이라며 "둘의 사이는 틀어지고 눈물로 브로맨스가 끝날 듯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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