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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분양 시장 과점화, 대형사가 ‘장악’ 상급지·프리미엄 브랜드에만 몰리는 수요 "올해 부동산 시장 양극화 더 심화될 것"
지난해 전국 분양시장에서 10대 대형 건설사의 공급 비중이 전체의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의 경우 10가구 중 8가구가 대형 건설사 분양이었다. 이에 업계에서는 청약시장에 이어 건설시장에서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10대 건설사, 전체 물량 中 8할
6일 부동산리서치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분양한 24만1,866가구 중 작년 시공능력평가 기준 10대 건설사 물량은 12만538가구(49.8%)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2022년만 하더라도 전체 공급 물량인 33만8,351가구 중 10대 건설사 비중은 35.2%(11만9,029가구)였지만 2023년 43.9%로 늘어나 지난해엔 절반을 차지했다.
지난해 대형 건설사 공급 물량은 GS건설이 1만9,676가구로 가장 많았고, 현대건설(1만9,325가구), 대우건설(1만8,601가구), 롯데건설(1만7,132가구), 포스코이앤씨(1만2,674가구), HDC현대산업개발(8,578가구), DL이앤씨(8,425가구), SK에코플랜트(5,808가구), 현대엔지니어링(5,249가구), 삼성물산(5,070가구) 순이었다.
특히 서울에선 10대 건설사 분양 비중이 3년 연속 80%를 웃돌았다. 10대 건설사가 서울에 공급한 물량은 2022년 2만2,891가구(86.3%), 2023년 1만9,414가구(81.5%), 2024년 2만3,711가구(82.8%) 등이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공급 물량도 지난해 전체 13만9,285가구 가운데 10대 건설사 물량이 6만8,402가구를 기록, 전체의 49.1%를 차지했다. 2022년과 2023년엔 이들 건설사의 공급 비중이 각각 37.0%와 46.3%이었다. 지난해 5대 광역시에서도 10대 건설사 공급 비중이 55.3%(2023년 38.3%)로 과반을 넘었으며 지방에서도 45.4%(2023년은 42.7%)를 기록했다. 전국적으로 중소형 건설사의 입지가 좁아진 셈이다.
상급지 아니면 눈길도 안 준다
대형 건설사 쏠림 현상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같은 지역일지라도 브랜드나 입지에 따라 청약 경쟁률은 물론, 추후 집값도 차이가 나는 경우가 발생한 탓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전국 민간아파트의 평균 초기 분양률은 54.5%로 전 분기(64.2%) 대비 9.7%p 하락했다. 전년 동기보다는 29.0%p 떨어진 수치다. 지난해 3분기는 분양 단지 2가구 중 1가구만 6개월 안에 계약된 것이다.
이어 같은 기간 전국에서 분양한 64개 단지 중 1순위 청약에서 마감된 단지는 34.38%(22곳)에 불과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청약을 진행한 '광명 유승한내들 라포레'는 371가구 모집에 326건이 접수돼 0.8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천 중리지구 A-2BL 신안인스빌 퍼스티지'(451가구 모집, 203건 접수·경쟁률 ), '곤지암역 제일풍경채'(454가구 모집, 962건 접수), '평택 브레인시티 한신더휴'(887가구 모집, 440건 접수)도 모두 저조한 경쟁률 기록하면서 대부분에서 미달이 나왔다.
반면 평촌 '아크로 베스티뉴'는 높은 분양가에도 1순위 청약 217가구에 총 1,299명이 접수해 평균 5.6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최고 경쟁률은 19.29대 1을 기록한 59㎡B 타입에서 나왔다. 분양가는 평(3.3㎡)당 평균 4,070만원으로 전용 59㎡ 기준 9억9,520만원~10억8,950만원, 전용 84㎡는 14억4,380만원~15억7,440만원 수준이었다. 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앓는 지방에서도 지역 상급지의 신규 단지에는 수요가 몰리는 상황이다. 대구 남구에 위치한 'e편한세상 명덕역 퍼스트마크'는 예비입주자 계약을 마친 후 계약률 98%를 달성했다.
이렇듯 각종 인프라가 집중된 인기 지역의 단지들은 실거래가격이 전고점을 뛰어넘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경기 안양시 동안구 '평촌자이아이파크(2022년 1월 입주)' 전용 84㎡는 지난해 7월 10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최고가는 지난해 9월 9억7,000만원으로 5,000만원 상승한 격이다.
'공급 절벽' 현실화하나
이 같은 양극화는 올해 더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급지와 하급지, 아파트 시장과 비아파트 시장, 고가 아파트와 저가 아파트, 수도권과 지방 주택시장 간에 가격 차이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5년 수도권 입주예정 물량은 12만,5382가구로 2024년 17만4,558가구 대비 28.2% 감소한다. 특히 경기도 입주물량이 11만6,941가구에서 7만405가구로 큰 폭으로 감소하고, 인천 역시 전년 대비 7,102가구가 줄어든다.
분양 물량도 줄어들 예정이다. 지난해 수도권에서는 12만6,808가구가 분양됐는데 올해 분양 예정 물량은 8만5,840가구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수도권 분양시장은 공급 감소 불안과 공사비 상승 우려, 추가 금리인하 기대, 신축 아파트 선호 등으로 수요가 이어지겠지만, 미분양 주택이 쌓인 일부 지방은 침체가 이어질 전망이다.
또 같은 지역 내에서도 입지와 가격 경쟁력에 따른 옥석 가리기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대출 규제와 탄핵정국으로 부동산 시장 관망세가 이어지겠지만, 수도권 핵심지역의 '똘똘한 한 채'와 '로또 청약' 단지에는 수요가 대거 몰릴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주택시장을 전망하며 "사업비 인상이 이미 반영된 사업장보다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사업장에 대한 수요가 집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R114 백새롬 책임연구원은 "올해 서울은 1,000가구 이상의 대규모 정비사업지의 강세가 계속될 전망"이라며 "특히 강남권 분양 예정 단지는 치열한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