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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중국 ‘권위주의 체제’ 답습하는 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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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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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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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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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민주 절차 따른 정치 행위에 국가보안법 적용
국제 사회 비난에 ‘중국 내정 간섭 중단’ 맞서
민주화 운동 탄압 위해 식민지 시대 ‘선동법’까지 되살려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작년 11월 19일 홍콩 법원은 45명의 민주화 인사들에게 체제 전복 공모 혐의로 4년에서 10년까지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비공식적 예비 선거(primary elections)에 관여했다는 혐의로 내려진 이번 판결은 중국 영향 아래서 점점 심각해지는 법적, 정치적 자유의 제한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해당 판결로 서방 민주주의 국가들이 인권 탄압을 비난하는 등 국제 사회가 비판에 나섰지만 홍콩 정부는 ‘거짓된 중상모략’(untruthful smearing)이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사진=동아시아포럼

민주 절차 따른 예비 선거, 국가보안법으로 탄압

국회의원, 학자, 노동조합원, 인권 운동가, 지역 사회 리더 등으로 구성된 민주화 인사들이 2020년 민주화 예비 선거에 참여했다. 목표는 입법회(Legislative Council, 홍콩 입법 기구)에서 야당 의석을 확보하고 정부에 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홍콩 당국은 지극히 정상적 민주주의 절차에 속하는 예비 선거를 2020년 중국에 의해 도입된 국가보안법에 따라 위협으로 간주했다.

해당 예비 선거에는 홍콩 인구의 10%에 달하는 60만여 명이 참여해 민주화 운동에 대한 대중의 강력한 지지를 증명했다. 2019년 구의회 선거에서 민주화 진영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직후의 일이었다. 하지만 홍콩 정부는 선거 승리 분위기와 확대되는 반정부 시위가 결합할 경우 체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용서 없는 탄압으로 맞섰다.

기소된 47명의 피고인 중 45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무죄를 주장한 16명은 국가안보 사건을 위해 특별히 선임된 판사 앞에서 재판을 치러야 했다. 이들 중 14명이 유죄를 선고받았으며 8명이 항소를 준비 중이다. 규모와 심각성으로 판단할 때 전례 없는 재판이며, 반대자 탄압을 위해 주저 없이 국가보안법을 동원하는 홍콩 당국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판결이다.

국제 사회 비판에 대한 반박에서 중국 영향 “물씬”

서방을 포함한 국제 사회는 해당 판결을 비판하고 나섰다. 호주는 ‘강한 반대’(strong objections)를 표명했고 미국은 홍콩 관료들에 대한 비자 발급 제한 강화를 시사했다.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 국제 인권 기구)는 홍콩 당국의 탄압을 ‘반대파에 대한 무자비한 숙청’(ruthless purge of the opposition)이라고 규탄했는데, 그럴만한 것이 입법회 선거를 준비하는 민주 진영 후보 대부분이 47명에 속한다.

홍콩 정부는 긴 반박문을 발표했는데, 국제 사회의 비판을 ‘전형적이고 비열한 정치 공작’(typical despicable political manipulation)으로 몰아세우고 ‘중국에 대한 내정 간섭을 중단하라’는 내용이었다. 반박문의 논조와 표현은 홍콩 통치와 공적 메시지에 대한 중국의 직접적인 관여를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홍콩 국가보안법, 민주주의 정치 과정까지 탄압

국가보안법은 전 세계적으로 존재하지만 홍콩 국가보안법은 엄격함에서 두드러진다. 체제 전복 혐의가 선동은 물론이고 정부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에까지 적용될 정도다. 해당 법의 ‘공모’ 관련 조항은 기껏해야 추측에 불과한 혐의는 물론 민주주의 정치 과정에 필수적인 행위까지 가혹하게 처벌한다. 여기에 보석에 대한 원칙적 금지, 배심원 재판의 생략은 물론 사건 관할권을 중국 본토로 옮길 수 있는 조항까지 있어 사법 정의를 본질적으로 훼손할 수 있다.

홍콩 정부의 ‘과도한 기소주의’(strong appetite for prosecution)는 식민지 시대 ‘선동법’(sedition law)까지 되살리고 있다. 작년 8월 폐쇄 언론사인 스탠드 뉴스(Stand News) 편집인들이 홍콩 정치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1967년 이후 잠자고 있던 선동법을 적용해 유죄를 선고한 것은 반대 의견을 불법화하려는 정부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낸다.

홍콩 사법 당국은 처벌 조항을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등 확립된 법 원칙을 적용하고 있지만, 엄격한 법 규정과 정치 현실이 인권 보호 노력을 질식시키고 있다. 외국인 판사들이 항의 표시로 사퇴한 것과, 국가보안법 판결을 담당하는 판사들이 정치적 고려에 의해 선임되고 있는 사실도 판결의 공정성에 우려가 제기되는 원인이다. 종종 수백 페이지에 이를 정도로 상세한 판결문은 정작 허용 가능한 반대 의견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명확히 제시하지 못해 사법부의 독립성마저 의심받고 있다.

‘적법 절차’에 따른 인권과 자유의 해체

홍콩의 법적, 정치적 환경은 급변했다. 입법회 구성은 민주 진영 후보의 진입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도록 변경됐고 예비 선거 관련자 47인에 대한 기소는 광범위한 민주적 관행을 불법화했다. 동시에 교육법 개정을 통해 미래 세대가 정치적 무기력(political disempowerment)을 체화하도록 하는 시도까지 펼쳐지고 있다.

상황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홍콩 사태는 다른 글로벌 이슈들에 밀려 국제 사회의 관심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탱크가 동원되는 극적 상황이 전개돼야 주목도가 오를지 모르겠으나, 홍콩의 자유와 인권은 점진적이지만 무자비한 법적 조치들에 잠식당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법치주의가 사라져가는 홍콩은 사업에만 열려 있고 정치에는 닫혀 있는 도시가 되고 있다.

홍콩 자유주의의 점진적인 해체는 권위주의에 대항한 싸움의 힘겨움을 실증하는 사례다. 홍콩인들에게 끝없이 지속되는 ‘법적 절차에 따른 퇴보’는 노골적인 탄압만큼 폭력적이다.

원문의 저자는 브렌든 클리프트(Brendan Clift) 멜버른 로스쿨(Melbourne Law School) 강사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Sentencing of Hong Kong democrats just the latest legal blow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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