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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로운 ‘간편식 1위’ 프레시지, 적자 탈피 위해 스타 셰프와 맞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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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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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석·여경래 등 스타 셰프와 IP 계약
홈쇼핑 판매량 ‘쑥’, 유의미한 성과 확인
실적 개선 위해선 원가 관리 등 각종 과제도
여경래 셰프(왼쪽)가 2024년 10월 30일 간편식 업체 프레시지와 지식재산권(IP) 유통 계약 체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프레시지

간편식 제조 및 유통 업체 프레시지가 유명 셰프들과의 잇따른 협업을 발표하며 ‘업계 1위’ 굳히기에 나섰다. 유명 셰프의 스타성과 요리 노하우를 바탕으로 단기간 내 매출을 끌어올리고, 종국에는 만성적 적자까지 탈피하겠다는 의지다. 시장에서는 프레시지가 간편식 시장의 성장 둔화와 경쟁 심화, 높은 수준의 원가 관리 등 산적한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수십 년 요리 노하우와 유통 시너지 기대”

10일 식품유통업계에 따르면 프레시지는 최근 스타 셰프와의 협업 강화에 한창이다. 인기 셰프의 유명세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차별화된 맛의 노하우를 녹여낸 제품으로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달 26일에는 중식 대가 여경래 셰프와의 협업으로 개발한 ‘여경래 칠리새우’를 현대홈쇼핑을 통해 선보였다. 여경래 칠리새우는 지난해 10월 여 셰프와 맺은 지식재산권(IP) 유통 계약에 따라 처음 내놓은 제품이다.

프레시지의 구원 투수로 등판한 여 셰프는 50여 년간 중식 외길을 걸으며 세계중식협회 부회장, 한국 중식 연맹 회장을 역임하는 등 한국 중식의 발전을 이끌어온 인물로 평가된다. 프레시지는 여 셰프와의 IP 협업을 통해 그의 중식 내공을 담아낸 다양한 프리미엄 메뉴를 더 많은 소비자가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현복 프레시지 영업2본부장은 “최근 소비자들의 미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유명 셰프의 시그니처 메뉴를 집에서 즐기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프레시지는 단순한 협업 관계보다 셰프의 정체성을 더 깊게 반영한 제품을 내놓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셰프들이 수십 년간 쌓아 온 요리 노하우에 프레시지의 간편식 제조·유통 기술을 더해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매출 증대 효과에 브랜드 가치 제고는 덤

프레시지는 이보다 앞선 지난해 7월에도 최현석 셰프와 전략적 IP 유통 계약을 체결하며 IP 확장에 박차를 가한 바 있다. 최 셰프의 레스토랑 쵸이닷, 중앙감속기 등에서 판매 중인 스테이크류와 스탭밀, 그리고 별도 개발한 간편식 전 제품의 제조와 유통을 프레시지가 전담하는 식이다. 당시 프레시지는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등을 통해 주목받은 최 셰프의 메뉴를 간편식으로 선보일 수 있게 돼 기쁘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프레시지의 기대처럼 최 셰프와의 협업은 유의미한 성적으로 이어졌다. 쵸이닷 제품 라인업은 지난해 11월 한 달간 17만 개의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롯데홈쇼핑 ‘테이스티: 맛’ 프로그램을 통해 선보인 제품들 또한 누적 매출이 600억원을 넘어섰다. 일반적으로 간편식 업계에서는 단일 시리즈 판매량이 10만 개를 돌파할 경우 ‘히트’에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프레시지의 성공을 확인한 유통업계는 앞다퉈 스타 셰프 영입에 나섰다. 먼저 농심이 운영 중인 비건 다이닝 포리스트키친은 미쉐린 가이드 1스타 레스토랑에 3년 연속 이름을 올린 윤서울의 김도윤 셰프와 손을 잡았다. 일반 소비자가 막연하게 여기는 비건 요리의 문턱을 낮춰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농심 관계자는 “김 셰프의 노하우가 비건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협업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세븐일레븐은 일식 전문가 정호영 셰프와 함께 ‘카덴’ 시리즈를 선보였다. 어묵우동, 유부초밥, 토핑유부초밥 등 카덴 3종은 출시 이후 일제히 매출 상위권에 올랐고, 특히 카덴유부초밥은 출시와 동시에 세븐일레븐 간편식 카테고리 1위를 달성했다. 해당 시리즈는 최근 정 셰프가 JTBC 예능 ‘냉장고를 부탁해 since 2014’에 출연하며 다시 한번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간편식 시장에 불어닥친 스타 셰프 열풍과 관련해 한 식음료업계 관계자는 “최근 고물가로 소비 심리가 많이 위축되긴 했지만, 유명 셰프의 음식이라면 한 번쯤 맛보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이 대부분”이라며 “유명 셰프들과 협업은 매출 증대는 물론 브랜드 가치 제고라는 부수적인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가 관리 등 선행 과제 속속

한편 식품유통 기업들 중에서도 유독 프레시지가 스타 셰프들과의 동행에 열심인 배경에는 ‘업계 1위’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적자 행진이 자리하고 있다. 2016년 창립 첫 해 1억원, 이듬해 15억원에 그쳤던 프레시지의 매출은 2021년 5,298억원까지 뛰었지만, 그 이면에서는 적자 또한 함께 커졌다. 프레시지가 금융감독원에 처음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2018년부터 2023년까지 6년 동안 기록한 영업 적자는 누적 3,304억원에 달한다.

식품유통업계 모기업 없이 홍콩계 사모펀드 운용사 앵커PE를 최대 주주로 둔 프레시지로서는 자금 조달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앵커PE 입장에선 프레시지의 실적 개선 가능성이 크지 않은 한 추가 투자를 단행하기에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추가 투자를 진행하려면 출자자 동의를 얻어내야 하는데, 이 또한 녹록지 않다.

결국 프레시지는 스스로 위기를 탈출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주요 과제로는 원가 절감이 꼽힌다. 간편식은 일반적인 가공식품과 비교해 원가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원재료의 신선도가 소비자에게 그대로 노출되는 만큼 선별이나 손질에 공을 들여야 하는 것은 물론, 보존제가 없고 유통기한이 짧다는 특성 탓에 대량 생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프레시지 역시 원가 관리에 숱한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프레시지의 매출 원가율은 86%에 달했다. 통상 식품 기업의 원가율이 50~60%라는 점을 고려하면 1.5배가량의 원가를 지출한 셈이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감행한 소비자가 인하도 프레시지의 발목을 잡았다. 가뜩이나 높은 원가에 운송비, 인건비, 마케팅 비용까지 지출하다 보니 최소한의 수익마저 남길 수 없었던 것이다. 판매관리비 등을 적용한 프레시지의 2023년 개별 기준 원가율은 141%를 기록했다. 1만원의 매출을 올릴 때마다 4,100원의 손해를 떠안았다는 의미다.

설상가상으로 간편식 시장의 성장세도 주춤한 모양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밀키트 시장은 2017년 20억원 규모에서 2022년 3,821억원으로 5년 사이 190배 넘게 성장했지만, 코로나19 엔데믹을 기점으로 성장에 제동이 걸린 채 3년째 3,000억원대에 머물고 있다. 이에 대해 브랜드 포지셔닝업체 데이비스컴퍼니의 김소형 컨설턴트는 “성장이 멈춘 간편식 시장에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계속해서 등장하면서 경쟁이 심화했다”고 진단하며 “대기업이 가진 유통 인프라나 식자재 조달망을 따라잡기 쉽지 않은 만큼 중소 업체들의 이익 개선은 요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적자탈출을 위해 수많은 과제를 떠안은 프레시지의 한숨이 깊어지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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