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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고령화의 그늘, 잠들어버린 '치매 머니' 2경엔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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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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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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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와 치매가 가져온 日 금융권의 변화
60세 이상 노인, 가계 현금·예금 60% 보유
집에 묻어 둔 장롱예금 등 '치매머니' 급증

일본의 가계 금융자산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상당수 자금이 현금과 예금 형태로 보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고령화로 인해 금융자산이 노인들 사이에서만 순환하는 '노노(老老)상속'과 치매 노인의 자산 관리 문제가 심화하면서 일본 경제의 새로운 도전 과제가도전과제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노년층이 경제 범죄의 표적이 되거나 금융사고가 발생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금융업계와 정책당국이 대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日, '현금·예금' 비중이 금융자산의 55.2%

일본은행이 최근 발표한 자금순환통계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기준 일본 가계 금융자산이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한 2,214조엔(약 2경360조6,000억원)으로 2005년 3월 말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3분기 들어 주가 하락과 엔화 강세의 영향으로 금융자산 총액이 2,179조엔(약 2경원300조원)으로 소폭 감소했으나, 여전히 2,000조엔을 웃도는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항목별로는 투자신탁이 전년 동기 대비 23.3% 증가했고 주식과 현금·예금이 각각 7.2%, 0.3%씩 증가했다.

일본 가계는 대부분의 금융자산을 현금과 예금 형태로 보유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일본 가계의 현금 및 예금 비중은 55.2%로, 전체 금융자산의 절반을 넘는다. 미국(13.2%), 영국(27.1%), 한국(43.4%)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오랜 기간 디플레이션을 겪으면서 현금 보유가 유리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고 제로금리 정책으로 인해 투자 대신 현금 보유를 선호하게 된 것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급속한 고령화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

일본 다이이치(第一)생명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일본 내 장롱예금은 60조엔(약 561조5,000억원)에 달한다. 최근에는 '돈을 집에 보관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현금 보관용 개인금고 판매가 급증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 상속인과 피상속인이 모두 고령자인 '노노(老老)상속'으로 금융자산이 고령층 내에서만 순환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특히 치매를 앓는 고령층이 보유한 금융자산, 이른바 '치매 머니'의 규모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치매 유병률 높은 노인 상대 경제 범죄 늘어

'치매 머니'의 증가로 일본 사회에서 치매는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문제로 부상했다. 일본의 고령자는 상당한 자산가로 전체 금융자산의 60% 이상이 60세 이상 시니어에게 집중돼 있다. 75세 이상 후기 고령자의 자산은 전체 20%를 훌쩍 넘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들이 치매에 걸리면 다양한 측면에서 사회적 파장이 발생한다. 특히 치매 환자의 계좌에 예치된 자산은 본인의 동의 없이는 인출이 불가능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일본의 치매 환자는 최대 73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다이이치 생명경제연구소는 오는 2030년 치매 머니는 무려 215조엔(약 2,000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일본 국내 총생산(GDP)의 40%에 해당하는 규모로 전체 가계 금융자산의 10%를 넘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일본의 노년층이 보유한 막대한 자금이 금융회사에 잠들어 활용되지 못할 경우, 일본 경제의 활력이 크게 저하될 것으로 우려한다.

치매 유병률이 높은 80세 이상 노인이 증가하면서 부유한 치매 노인을 상대로 한 경제 범죄도 급증했다. 특히 최근 들어 보이스피싱이 피해가 많이 늘어났는데 이중 고령자 피해액의 비중이 80%에 달한다. 경제 범죄의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치매 노인의 집을 헐값에 매입해 시세보다 10배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부동산 사기 사례가 등장했고 가족, 간병인 등 신뢰 관계에 있는 사람이 연금, 저축 등 고령자의 재산을 부당하게 가로채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日 금융권과 정부, 제도적 장치 마련에 나서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일본 금융권은 노년층에 대한 서비스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고령 인구의 비율이 28.5%로 '세계에서 가장 나이 든 나라'가 되면서 노인 고객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전문성과 전략을 갖추지 않으면 금융업계가 존속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치매 환자의 증가는 금융사에 새로운 숙제를 안겼다. 금융사기 방지 등 치매 노인의 자산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금융사기에 대한 불안이 커질수록 노인 고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독립적인 판단이 어려운 치매 환자 고객의 경우 상품 판매 자체가 힘들 수 있다. 일본의 노인들은 복잡하고 어려운 금융 상품보다는 집에 현금을 보관하는 방식을 선호하는데 실제로 고독사 노인이 남기고 간 현금이 매년 100억엔에 이른다. 이에 일본의 금융사들은 노인 고객을 응대할 수 있는 직원 교육을 강화하고, 후견인 서비스 등을 확충해 신뢰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 정책당국도 치매 머니 동결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나섰다. 가족신탁과 성년후견인제가 대표적이다. 가족신탁은 믿을 수 있는 가족에게 치매가 발병하기 전에 미리 자산관리를 위탁하는 방식이다. 성년후견인제는 판단 능력을 상실한 개인을 대신해 특정인에게 법률적인 행위와 권한을 부여하는 제도로 후견인은 치매 환자의 재산을 관리하고 필요한 법적 행위를 수행하며 환자가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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