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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1위 롯데면세점, 中 따이궁 거래 중단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따이궁 의존도 커진 상황 수익성 강화 위한 포석, '생존 전쟁' 시작되나
롯데면세점이 면세업계에서 처음으로 따이궁(중국인 보따리상)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했다. 매출액을 포기하더라도 회사 손실을 줄이는 것이 먼저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따이궁 끊어낸 롯데면세점
13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말 거래 규모가 큰 주요 중국인 보따리상들에게 이달부터 면세품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롯데면세점이 면세업계에서 처음으로 중국인 보따리상과의 거래 중단이라는 고강도 체질 개선 처방에 나선 것은 손실 누적에 따른 존폐의 갈림길에서 매출을 포기하고서라도 수익성을 되살리겠다는 의지가 실린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인 보따리상은 한국에서 면세품을 헐값에 대량 구매해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에 유통하는 보따리상으로 대부분 중국인이다.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둘러싼 갈등으로 중국 정부가 경제보복의 하나로 자국 단체관광객의 한국 입국을 금지한 뒤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코로나19 사태로 입출국 관광객이 사실상 끊기다시피 하면서 이들의 입지는 더 커졌다. 2017년 이후 국내 면세업계 매출 규모는 사실상 중국인 보따리상이 좌지우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출 급감 우려에도 '지속 가능성' 우선
하지만 이들은 면세점 수익 악화의 '주범'이기도 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이후 쌓인 재고를 처리해야 했던 국내 면세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중국인 보따리상에게 상품 정상가의 40∼50%를 수수료 명목으로 환급하는 조건으로 물건을 넘겼다. 이를 통해 중국인 보따리상은 큰 이윤을 남겼으나 면세점은 팔면 팔수록 손실을 떠안는 출혈 경쟁으로 내몰렸다.
이러한 영업 행태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한 면세점들은 상호 합의로 지난 2023년 1월부터 점진적으로 중국인 보따리상 수수료를 인하해 현재 35% 안팎까지 낮췄으나, 수수료율이 수익의 마지노선인 20%보다 여전히 높아 면세점들이 손실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이 선제적으로 중국인 보따리상과의 거래를 중단하기로 한 것도 바닥까지 떨어진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절박함이 반영된 것이다. 지난해 기준 롯데면세점의 연 매출에서 중국인 보따리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50% 이상이다. 중국인 보따리상과 거래를 끊으면 매출 급감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수익성을 살려내야 한다는 게 내부에서 공유하는 위기의식이다.
질적 성장으로 방향 전환
롯데면세점은 장기적으로 국내외 저효율 사업장을 정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이미 지난해부터 인천국제공항에서 완전 철수하며 사업장 정리를 시작했다. 인천공항은 한국에 들어오는 관문으로서의 상징성은 크지만 임대료가 높아 면세업체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꼽히는 반면 매출은 크지 않은 편이다. 당시 롯데면세점의 매출 중 인천공항이 차지하는 비중은 1%에 불과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인천공항에 이어 부산의 시내면세점, 제주 시내면세점 등의 철수 가능성도 거론된다. 롯데면세점도 국내에서 서울 시내면세점과 온라인 면세점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재편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면세사업은 정부로부터 특허를 받아야 하는 사업이다. 따라서 특허권을 반납하는 과정에서의 진통을 감수해야 한다. 영업장을 정리할 경우 고용 문제, 특허권 중도 반납 시 다른 입찰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 등도 고려해야 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조직 개편과 고정비 절감 등을 포함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2022년 12월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실시한지 약 18개월여 만의 구조조정이다. 롯데면세점은 또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한편 송객수수료도 조정키로 했다. 롯데면세점을 포함한 면세업체들은 이미 2023년부터 송객수수료를 내리며 수익성 개선을 꾀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오프라인 영업점의 면적을 축소해 비용 절감도 꾀하고 있다.
아울러 롯데면세점은 중국인 보따리상의 빈자리를 내국인 관광객과 외국인 개별 관광객, VIP 고객 등으로 채우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지난해 폐지했던 마케팅 부문을 복원하고 여기에 마케팅전략팀과 자유 여행객(FIT) 마케팅팀, 여행사 마케팅팀 등을 둬 역할을 세분화했다. 정확한 수요 예측을 바탕으로 상품 운영을 효율화하고자 운영혁신부분도 신설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마저도 의존도가 큰 중국 시장의 소비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점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회의론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을 연결하는 항공 노선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양국 단체 관광도 정상화됐으나 실제 탑승객 수는 이전에 못 미치는 상황"이라며 "중국을 여행하는 내국인들도 중·장년 비중이 높고, 이들이 면세점보다는 현지 상점을 둘러보는 등의 쇼핑 성향이 강해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