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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A 위원장 내정자, 동맹국 대상 관세 강화 필요성 주장 전문가 "글로벌 시장 질서,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할 것" 美 내부에서는 제2의 '플라자 합의' 등장 전망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 고문으로 활동할 스티븐 미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 내정자가 동맹국에 강력한 관세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안보 동맹’을 무기로 동맹국 대상 관세 압박을 본격화해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미런 내정자 "동맹국에 최대 50% 관세 부과해야"
12일(이하 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런 내정자는 CEA 위원장으로 지명되기 직전인 지난해 12월 말 “글로벌 거래 시스템 재구성을 위한 가이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미국의 동맹국에 약 20%, 최대 50%까지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이 한층 부유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 담겼다. 현재 미국이 이들 국가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평균 2%다.
미런 내정자는 보복 관세 위험을 잠재우기 위해 안보 동맹을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는 “보복 관세를 시행하는 국가들에게 공동 방위 의무와 미국의 안보 우산에서 멀어질 것이라고 선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WSJ은 “미국은 (보복 관세를 빌미로) 일본, 한국 또는 나토 회원국을 방어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미런 내정자의 이 같은 주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보편적 관세' 공약과 궤를 같이한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을 비롯한 모든 국가의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에는 60%의 고율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지난달 말에는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게재한 글을 통해 취임 당일에 중국에 1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고, 멕시코와 캐나다에 각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글로벌 경제 질서 재편 가능성
미국의 관세 압박이 눈에 띄게 거세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전반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강력한 무역 장벽을 쌓을 경우 글로벌 통상 질서가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강구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자유무역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했지만, 결국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때 사용했던 보호무역주의적 조치들을 계속 유지하면서 훨씬 강화된 수단을 사용했다"며 "미·중 경쟁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이후에도 계속 심화될 것이기 때문에, 다시 예전의 자유무역으로 돌아가기에는 어려운 환경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의 경험에 비춰봐도 (트럼프 집권 이후 미국은) 동맹보다는 거래적인 관점, 양자주의적 관점에서 미국을 상대로 무역수지 흑자를 보고 있는 국가를 상대로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려고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국, EU, 멕시코와 같은 국가들이 가장 우선순위에 있고, 한국, 일본, 베트남, 대만 등은 그다음 순위 정도가 될 것"이라며 "우리 같은 경우는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많이 보는 자동차에서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플라자 합의 2.0' 등장할까
미국 현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관세 정책으로 인해 제2의 '플라자 합의'의 필요성이 대두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플라자 합의는 1985년 9월 미국을 비롯한 주요 5개국 재무장관이 미국 플라자 호텔에 모여 벌인 환율 조정 조처다. 당시 지속되는 강(强)달러 현상으로 인해 막대한 재정·무역 적자에 시달리던 미국은 일본 등 4개국에 자국 통화 가치를 높이라고 압박해 이를 관철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제무역 연구 석학인 모리스 옵스펠드 UC버클리 교수는 지난 3일 2025 전미경제학회 연례총회 자리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관세 정책이 무역 적자 감소 및 제조업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내지 못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달러 약세로 관심을 옮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트럼프가 취임 직후 관세 인상을 단행하겠지만 무역 적자 축소, 제조업 고용 확대 등 관세 인상의 목적을 달성하진 못할 것이고, 이 같은 정책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달러 약세에 의존할 것"이라며 "(트럼프는) 무역 파트너 국가에 압력을 가해 달러 약세를 유도한 1985년 '플라자 합의' 같은 '마러라고 합의'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