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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연준 인사들 “느린 접근 중요해져”
관세 등 정책 따라 인플레이션 영향
“소비자 물가 상승, 금리 인상 불가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해 하반기 3회 연속 금리를 인하한 가운데, 주요 인사들이 올해는 이와 같은 기조가 이어지지 않을 것을 시사했다. 학계의 전망 역시 올해 금리 인하가 매우 제한적인 수준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금리 인상에 대한 가능성과 함께 경제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현행 금리수준 유지에 무게 실려
12일(이하 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보스턴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미국 경제가) 상당한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는 만큼 금리 조정에 대한 느린 접근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추가 진전이 거의 없다면, 지금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필요에 따라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콜린스 총재의 입장이다.
제프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도 현재 금리 수준이 경제를 자극하지도 않고 둔화하지도 않는 수준에 도달했을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슈미드 총재는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몇 달 전 예상했던 것보다 더 느린 금리 인하로 무게가 실렸다”며 “나의 금리 전망은 올해 예상 금리 인하 폭을 0.5%p로 제시한 점도표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이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학계의 분석과 일치한다. 이달 3~5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국경제학회(AEA)에 참석한 제이슨 퍼만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미국 노동 시장이 건강하다는 조건하에 연준은 올해 한 차례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며 “인하 폭은 0.25%p에 그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연준 인사 중 가장 매파(통화긴축 선호) 성향으로 꼽히는 미셸 보먼 이사 또한 금리 인하 속도가 느려질 것이란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그는 “정책 조정에 대한 신중하고 점진적인 접근이 매우 중요하다”며 “작년 9월 이후 1%p 인하된 현재 시점의 금리는 (내가 생각한) 중립금리 추정치에 가장 근접하다”고 설명했다. 연준은 지난해 9월 0.5%p, 11월과 12월 각각 0.25%p의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아울러 보먼 이사는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에 대해 경계하는 시각을 보였다. 그는 “인플레이션율은 2023년 크게 하락했지만, 핵심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위원회의 2% 목표를 불편한 수준으로 상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준이 중시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지난해 11월에 전년 대비 2.4% 상승에 그쳤지만,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년 대비 2.8% 오르며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임을 나타냈다.
올해 금리 인하 폭 중간값 2회
인플레이션 재점화에 대한 우려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의사록에서도 여과 없이 드러난다. 연준은 지난 8일 FOMC의 지난달 17, 18일 회의 의사록을 공개했다. 해당 의사록에는 “대부분 연준 위원이 인플레이션 상방 위험이 증가했다고 판단했다”, “위원들은 예상보다 강한 인플레이션 지표와 무역 및 이민 정책의 변화 가능성을 판단 근거로 꼽았다” 등 내용이 기재돼 있다. 관세를 무기로 타국을 압박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무역 정책이 미국 내 물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연준 위원들의 공통된 견해다.
향후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 가능성도 강하게 내비쳤다. 의사록은 “(회의) 참가 위원들이 통화정책 완화 속도를 늦출 시점에 도달했거나 거의 근접했다고 판단했다”며 “물가상승률이 (연준이 원하는) 2%로 안정되고 노동시장이 완전 고용 수준을 유지하는 등 각종 지표가 예상대로라면, 시간을 두고 중립적인 정책으로 나아가는 게 적절하다”고 전했다. 해당 회의 이후 발표된 FOMC 참석자들의 경제 전망에서 올해 금리 인하 폭 중간값은 2회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금리 선물시장에서는 연내 금리 인상에 1회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 30% 이상으로 가장 많았다. 금리 인하가 이미 끝났다는 전망도 15%에 달했다.
“경제·산업 모두 타격, 불확실성 도래”
일각에선 금리 상승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차기 행정부의 고율 관세 및 감세 정책이 대규모 재정 적자를 불러올 것으로 예견되는 만큼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배리 아이컨그린 캘리포니아대 경제학 교수는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이 현실화할 경우, 중국을 비롯한 여타 국가의 보복 관세 때문에 미국의 생산비가 올라 소비자 물가 또한 동반 상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었다. 미국 자동차 산업은 지금까지 캐나다와 멕시코 등 주변국과 잘 협력해 왔는데, 관세로 인해 철강, 알루미늄 가격이 오르면 자동차 가격도 뛰어 그 피해가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이컨그린 교수는 “여기에 트럼프 당선인이 반도체지원법(CSA)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손보면 클린테크(친환경 기술)와 하이테크(최첨단 기술) 산업 또한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등 무역 상대국에는 선제적인 대응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은 수동적 태도를 보이는 국가를 ‘나약하다’고 여긴다”면서도 “다만 과잉 반응은 도리어 트럼프 당선인을 자극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이컨그린 교수는 “미국 금리는 바닥을 찍고 오직 한 방향, 상승만 가리키고 있다”고 거듭 강조하며 시장 참여자들의 적극적인 대응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