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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험사 부실자산 50% 가까이 늘어 중소기업·건설업 부문 대출 연체율 증가 금융당국, 보험사 '부실 대출' 관리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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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동성 부족 사태로 신동아건설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관한 우려가 은행권을 넘어 보험업권까지 확산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PF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커지면서 그동안 부동산 PF를 적극적으로 취급해 온 손해보험사의 대출 연체액은 사상 처음 1조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보험사 가중부실자산, 1년 새 5,000억원 증가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순위 58위 신동아건설은 7일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 개시를 신청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부동산 PF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재점화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가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지만, 금융권에서는 부동산 시장 침체와 금리 상승 등으로 인한 건설사의 자금난이 금융기관의 부실 자산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시장의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근래 들어 PF 리스크는 은행권을 넘어 보험업권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총 39곳이 보유한 가중부실자산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조6,1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9%(5,315억원) 증가했다. 가중부실자산은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5단계의 자산 건전성 분류에서 하위 3단계에 속하는 자산을 더한 값이다. 업종별로는 생보사가 6,642억원에서 9,183억원으로 38.3%, 손보사는 4,242억원에서 7,016억원으로 65.4% 급증했다.
보험사별로 살펴보면 한화생명이 2,580억원으로 가중부실자산이 가장 많았고 이어 메리츠화재(1,480억원), 롯데손보(1,347억원), 삼성생명(1,308억원), 현대해상(925억원), DB손보 (840억원), 교보생명(812억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가중부실자산 비율은 롯데손보가 0.96%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하나생명·MG손해보험(0.63%), 흥국화재(0.48%), 메리츠화재·처브라이프(0.3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그 외 보험사들은 0.3% 미만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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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이하금액도 1조원 상회
보험사의 가계 대출 잔액도 위험 수준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손보사 22곳이 가계와 기업에 내준 대출 잔액(보험계약대출 제외)은 79조6,83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3개월 이상 연체돼 사실상 회수가 어려운 대출금인 '고정이하금액'은 1조278억원으로 1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동안 손보사가 취급한 대출의 고정이하금액은 연간 1,000억~3,000억원대를 유지하다 2023년 4분기 1조1,816억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1조원대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지난 1년간 손보사들은 상대적으로 자금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대출채권 취급을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3분기 3,702억원이던 중소기업 대출채권은 1년 만에 6,531억원으로 76.4% 늘어났다. 그러나 중소기업 대출채권 연체율은 지난해 1분기 기준 0.76%로 전년 동기 대비 0.44%포인트, 직전 분기 대미 0.20%포인트 증가했다. 전체 기업 대출채권 연체율(0.51%)과 비교해도 0.25%포인트 높은 수치다.
보험사별로는 메리츠화재가 5,431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롯데손보 1,217억원 △흥국화재 1,116억원 △DB손보 1,047억원 △현대해상 635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메리츠화재는 전체 고정이하금액 중 부동산 PF 대출로 인한 연체액이 5,003억원에 이르는 등 손보사 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부동산 PF를 취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PF 위험노출액(익스포저)도 가장 높았다. 메리츠화재의 부동산 PF 익스포저는 지난해 3분기 기준 16조5,000억원으로 전체 보험업권(39조2,000억원)의 42%를 차지한다.
이에 대해 메리츠화재는 당장 연체가 발생할 수는 있어도 실제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고정이하금액 중 부동산 시장 경기 악화와 신사업성평가 도입으로 지난해 부동산 PF 대출이 1분기 1,637억원에서 3분기 5,003억원으로 늘었지만, 회수에는 문제가 없다"며 "부동산 PF 대출 안전성은 대출 순위와 LTV(담보인정비율) 수준에 좌우되는데, 당사는 선순위 대출 비중 98%, LTV 40%로 대출채권 회수에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에 건설업 연체율 215%↑
보험업권의 대출 연체액이 급증한 원인으로는 고금리에 따른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목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금리가 급등함에 따라 부동산 PF 리스크가 빠르게 확산됐고, 대출 규제로 부동산 수요는 줄어드는 반면 고금리로 사업비 부담은 크게 늘면서 중소 건설사의 자금 여건이 급속도로 악화했다. 실제로 손보사 대출 연체액의 상당 부분은 건설사와 부동산 임대업종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3분기 건설업과 부동산업 및 임대업 업종에서 발생한 연체액은 4,653억원으로 2022년 3분기(1,475억원)에 비해 215.4% 증가했다.
이 같은 부동산 PF 익스포져의 건전성 저하 위험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금리가 높은 데다 공사비도 증가하고 있어서다. 결국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려면 금리인하와 대출규제 완화가 이뤄져야 하는데 시장에서 체감할 만한 수준까지 이뤄지지 않는다면, 경색된 자금 흐름이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많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시장 불안이 확산하지 않도록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전체 보험업권 고정이하여신비율 지표를 관리해 충당금을 쌓게 하는 등 미래 손실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보험업권의 대출 관행에 대한 관리 감독도 강화했다. 최근 금융당국은 일부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현대해상과 흥국화재에 대해 '경영유의' 처분을 내렸다. PF 사업성 평가는 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 등급으로 구분하고, '유의'와 '부실우려' 등급부터는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해 이와 관련한 충당금을 쌓아야 하지만 두 회사는 이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실제보다 높은 등급을 올려 분류해 충당금을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사는 PF 리스크 관리에도 소홀했다. 흥국화재는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진행된 신규 대체투자·부동산 PF에서 57%에 대해서만 현지실사를 진행했고, 현대해상은 낙관적 전망에 출자를 확대했다가 손실 규모를 1,100억원대로 키웠다. 해외 부동산 투자를 잘못해 막대한 손실을 입은 사례도 있었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3월 말 3건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에서 1,115억원의 평가 손실을 봤다. 최초 투자 원금은 1,628억원, 평가 손실은 458억원이었지만 이후 706억원을 추가로 출자해 손실 규모를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