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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부패국 출신 이민자’ 때문에 걱정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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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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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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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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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국 정치적 부패 접한 이민자들이 이민국 정치 신뢰 더 높아
성인기 초반에 부패 목격하면 효과 극대화
정치 및 미디어 교육 통해 ‘정치 신뢰도’ 제고 가능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정치적 부패가 만연한 국가에서 온 이민자들이 새로운 사회에서도 동일한 정치적 태도를 가지고 살아가는지에 대한 질문은 오랫동안 연구자들을 궁금하게 만든 주제였다. 하지만 성인기 초반인 18~25세 사이에 출생국의 정치적 부패를 목격한 이민자들은 도착국의 정치 제도에 높은 신뢰를 갖고 참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동안의 상식적 관념을 뒤집는 연구는 유럽 38개국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뤄졌다.

사진=CEPR

부패국에서 온 이민자가 이민국 정치 제도 “더 많이 신뢰”

정치적 부패가 심한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이 이민 온 국가의 정치까지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는 사실과 반대인 것으로 드러났다. 출생국에서 높은 수준의 부패를 경험한 이민자가 국회, 정당, 정치인과 같은 국가적 정치 제도를 신뢰할 가능성이 덜 부패한 나라에서 온 이민자보다 6%P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높은 신뢰가 UN과 같은 초국가적 기관이나 대인관계에서까지 발휘되지는 않지만 적어도 국가의 정치 기관들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보여지는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신뢰는 장기간 이어져 인생 초반의 경험이 지속적인 효과를 남긴다는 사실도 입증한다. 인격 형성기의 경험이 평생의 태도를 결정한다는 그간의 많은 연구 결과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부패 경험이 정치적 신뢰에 미치는 영향
주: 정치 신뢰 지수, 국회에 대한 신뢰, 정당에 대한 신뢰, 정치인에 대한 신뢰(위부터 차례대로), *정치 신뢰 지수: 나머지 변수들의 평균/출처=CEPR

이민국 언론 매체 자주 접할수록 긍정적 평가 낮아져

이민자의 정치적 태도에 관한 이번 연구는 유럽 사회 조사(European Social Survey)(2004~2018)를 통해 도출된 데이터와 민주주의 다양성(Varieties of Democracy, V-DEM) 프로젝트의 부패 관련 지표에 바탕해 진행됐다. 국가 간, 연령 집단 간, 이민 시기 간 차이를 분석해 부패 경험이 정치적 태도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유사한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가지고 같은 국가에서 온 이민자일지라도 인격 형성기에 경험한 정치적 부패 수준이 다르면, 새로운 이민국 제도에 대해서도 다른 태도를 갖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이민자의 인구학적, 노동 시장적 특성과 출생국-이민국 관계 등의 변수들이 결과를 좌우하지 않도록 고정하고 통제했을 경우 상관관계는 더욱 선명하게 나타났다.

이민국에서의 매체 소비도 이민자의 정치적 태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신문이나 TV, 온라인 매체 등을 자주 접하는 이민자일수록 해당국 정치 제도의 수준을 보다 자세하게 평가하게 돼, 최초의 높은 신뢰감에서 벗어나 단점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매체 소비가 제한적인 이민자들은 출생국에서의 경험을 비교 대상으로 유지해 이민국 제도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부패 접해 본 이민자일수록 정치 활동도 활발

이민자들의 높은 정치적 신뢰는 가시적인 결과로도 이어졌다. 출생국에서 부패를 경험한 이민자일수록 투표 참여나 정당 가입은 물론 정치인들과 접촉할 가능성도 높았다. 정치 제도에 대한 신뢰가 높을수록 해당국 민주정치 절차에 더 빠르고 깊게 통합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부패 경험과 정치 참여 간에는 비례적인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투표, 정치인 접촉, 정당 가입 등의 활동이 이민국 제도에 높은 신뢰를 보유한 이민자들 사이에서 더 활발하게 나타난 것이다.

부패 경험이 정치 활동에 미치는 영향
주: 정치 활동 지수, 최근 선거 참여, 최근 1년 내 정당 활동, 최근 1년 내 정치인 접촉(위부터 차례대로), *정치 활동 지수: 나머지 변수들의 평균/출처=CEPR

한편 이민자들의 신뢰는 이민국의 우월한 제도를 접하며 갈수록 커지지만, 성인 초반기에 부패를 경험한 현지인들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자국 정치 제도와 기관들에 대한 부정적인 경험이 깊이 자리 잡아 불신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또한 이민 2세들도 현지인들과 동일한 패턴의 정치적 신뢰를 보였는데, 이민국에서 형성되고 굳어진 인식이 지배적이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낮은 기대치’ 때문에 ‘호감도 급상승’

지금까지의 결과를 뒷받침하는 이론이 ‘기준점 가설’(reference point hypothesis, 기준점에 따라 결과에 대한 평가가 달라짐)이다. 부패한 국가 출신 이민자일수록 정치 제도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 기본적인 기대 수준을 넘는 이민국 제도를 접하면 호감도가 급상승하는 것이다. 특히 민주주의 제도가 발달하지 못했거나 저소득 국가에서 온 이민자들에게는 출생국과 이민국 간 차이가 극대화돼 보일 수밖에 없다.

정치적 신뢰는 효과적인 정치 제도와 사회 안정의 초석으로 이민자들이 정부 정책에 대한 준수와 정치 과정에의 참여를 통해 시민적 삶으로 통합될 수 있게 도와준다. 반대로 불신은 무관심과 사회적 소요, 포퓰리즘 정서에 기름을 붓는 요인이다.

지금까지 부패국에서 온 이민자들은 이민국의 정치 제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강했다. 하지만 드러난 결과는 오히려 이민자들이 민주 정치 과정을 강화할 수 있다고 알려준다. 이민자들이 해당국에 보이는 신뢰는 정치 교육과 미디어 이해력 증진을 통해 더욱 커질 수 있다. 또한 제도를 더 잘 이해하면 지역 사회에 공헌하는 것은 물론 민주 제도 자체를 굳건히 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원문의 저자는 세밧 기라이 악소이(Cevat Giray Aksoy) 킹스 칼리지 런던(King's College London) 부교수 외 4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How origin country corruption shapes immigrants’ political trust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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