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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시장 외면받는 회생 매물들, ‘N수 아니면 파산’ 진퇴양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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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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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 매물 입찰 관심도 급하락
대형 PEF 운용사들도 ‘관망’ 모드
캠코, 기업 정상화에 1천억원 투자

기업회생(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는 기업의 인수합병(M&A) 매물들이 새 주인 찾기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한때 든든한 현금 실탄을 등에 업고 진흙 속 진주 찾기에 분주하던 국내외 사모펀드(PEF) 운용사들마저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다.

시장의 외면을 받은 이들 매물은 이제 재기를 노리기보다 파산을 통한 기업 청산으로 무게를 옮겨가고 있다. 정부가 부실징후기업 정상화를 위한 자금 지원을 확대하고 나서기도 했지만, 실효성은 다소 제한적일 전망이다.

기존 투자금 포기하는 사례도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기업회생 절차를 진행 중인 메디파마플랜, 제스코파워, 동양시스템즈와 코스닥 상장사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 등의 경영권 매각이 무산됐다. 이들 회사는 입찰에 참여한 원매자가 단 한 곳도 없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동양시스템즈의 경우 2대 주주이자 재무적 투자자(FI)인 PEF 운용사마저 경영권 인수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동양시스템즈의 2대 주주는 지분 17.78%를 보유한 SKS프라이빗에쿼티(PE)다.

통상 기업회생 절차에서 경영권이 매각되면, 인수자에게는 신주를 발행하고 기존 주주의 주식은 무상 소각한다. 매각이 무산된 채 파산 절차로 전환한다고 해도 회생채권과 회생담보권 등을 우선 변제하기 때문에 기존 주주권자는 사실상 한 푼도 건질 수 없다. SKS PE가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동양시스템즈를 인수하는 방법밖에 없었다는 의미다. 결국 SKS PE는 지분 인수와 경영 정상화에 추가로 자금을 투입하는 것보다 이미 투자한 금액을 포기하기로 결정한 셈이다.

구조조정 M&A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인 PEF 운용사들까지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서 매각 ‘N수생’도 늘고 있다. 신세계건설의 에덴밸리 리조트가 대표적 사례다. 해당 매물은 애초 회원제로 운영 중인 골프장을 대중제로 전환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반짝 관심을 받았지만, 거래 금액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매각이 거듭 무산됐다. 신세계개발은 에덴밸리 첫 입찰에서 1,500억원가량의 가격으로 우선매수권자를 찾았으나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공개매각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최저 입찰가를 1,300억원 수준으로 낮춘 공개 매각에서도 인수 희망자는 등장하지 않았고, 결국 에덴밸리는 삼수를 목전에 두게 됐다.

이렇다 보니 아예 파산을 신청하는 기업도 증가하는 추세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재건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엔 회생절차를 밟고, 그렇지 않을 경우엔 파산 신청을 한다. 회사의 모든 재산을 현금화해 채권자에게 배당한 후 법인은 청산하려는 의도다. 대법원 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1,444건으로 전년 동기(1,213건) 대비 19%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회생 건수는 977건으로 전년(924건)과 비교해 5.7% 늘었다. 상당수의 기업이 재기보다 청산에서 답을 찾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매물 쌓인 시장, 더디기만 한 소화 속도

시장 내 구조조정 딜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시점은 2022년 말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침체에 고금리 장기화까지 겹치면서 재무 부담에 시달리는 기업이 폭증한 것이다. 가장 먼저 건설사들이 매물로 쏟아졌다. 2023년 한 해에만 국원건설, 대우산업개발, 에이치엔아이엔씨(HN Inc), 동흥개발 등이 회생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대우산업개발의 경우 종합건설사업자 시공능력평가에서 75위를 기록하는 등 탄탄한 재무구조를 자랑했다는 점에서 건설업 줄도산 위기설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작년에는 ‘데시앙’ 브랜드로 익숙한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개시했다. 태영건설은 채권단과의 극적 합의에 성공하며 기업회생은 피할 수 있었지만, 여전히 우발채무 리스크가 높다는 점에서 시장의 불안은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현재 태영건설은 계열사와 자산 등을 적극적으로 매각하며 경영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다만 쏟아지는 매물에도 시장 참여자들은 좀처럼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회생 이슈가 있는 기업은 그만큼 매력이 없어 법정관리까지 들어선 것이라는 시각이 대부분”이라며 “굳이 인수에 나선다면, 이미 회생 절차에 돌입한 기업에 투자하는 사후적 구조조정보다는 회생 절차가 개시되기 전인 사전적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을 선호하는 추세”라며 시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캠코기업지원금융 회수율 10% 하회

이와 같은 시장 내 한파는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엔 시공능력평가 58위의 중견 기업 신동아건설이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신동아건설은 지난해 12월 만기가 도래한 60억원 규모의 어음을 막기 위해 법인 매각, 본사 유동화 등 자금 조달 방안을 검토했음에도 채권단과 뜻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감독원에 의하면 신동아건설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428.75%를 기록했다. 이는 업계가 평가하는 적정 수준(100~200%)을 한참 웃도는 수치다.

악화한 경영환경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금융위원회 산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회생·부실징후·워크아웃 기업의 정상화를 위해 나섰다. 앞서 정부가 지난해 초 한계기업의 단계별 맞춤 지원 강화를 발표하면서 부실징후기업 정상화를 위한 자금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자회사 캠코기업지원금융에 1,000억원을 출자한다는 내용이다.

캠코기업지원금융은 DIP(Debtor In Possession·기존경영자관리인제도)금융 전담을 위해 2019년 캠코가 전액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이다. DIP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기업 경영진을 법정관리인으로 선임해 계속 경영을 맡기는 제도를, DIP금융은 회생기업에 운영자금과 긴급필요자금을 지원하는 금융을 의미한다.

업계에서는 시장의 적극적 움직임이 없는 한 정부 차원의 기업 살리기도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새로운 인수 주체가 나서도 지금과 같은 경기 침체 국면에서는 경영 정상화가 쉽지 않은데, 과거의 경영 구조로는 재기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캠코기업지원금융은 2019년부터 5년간 158개 기업에 1,569억원을 지원했지만, 돌아온 금액은 141억원에 그쳤다. 정부의 대규모 자금 지원도 종국에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줄을 잇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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