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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 예외없다” 무순위 청약부터 입주조건 완화까지, ‘미분양 물량’ 밀어내는 주요 건설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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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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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장기화에 신규 아파트 미분양 증가
서울도 미분양 단지 2,000가구 육박
‘준공 후 미분양’ 80%는 지방에 몰려 있어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연초부터 청약 입주 조건을 대폭 낮추며 입주자 모집에 나섰다. 분양가의 10~20% 선의 계약금을 요구하는 관행과 달리 5% 만을 계약금으로 받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이는 힐스테이트, 롯데캐슬 등 브랜드 단지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현상으로, 미분양을 털어내기 위한 건설사들의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경기·인천 브랜드 단지, 계약조건 완화

22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인천 계양롯데캐슬파크시티는 현재 59, 84, 108타입 등 일부 유형을 대상으로 5% 계약금을 내걸고 입주자를 모집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최초 입주자모집 당시 계약금 10%를 내걸었지만, 조건을 완화한 것이다. 해당 아파트는 롯데건설이 인천 계양구 효성동 101-21번지 일원에서 도시개발사업을 통해 총 3,053가구를 공급하는 대단지다. 1단지는 지하 2층~지상 최고 26층 20개 동, 1,964가구(전용면적 59~108㎡)로 구성되고, 2단지는 지하 2층~지상 최고 25층, 10개 동, 1,089가구(전용면적 84㎡)로 지어진다.

5%의 분양가도 쪼개 처음 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500만원 안팎의 돈만 내면 되도록 한 곳들도 많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한 경기도 오산시의 ‘힐스테이트 오산더클래스’는 입주할 때까지 5% 계약금만 받는 조건으로 분양을 이어가고 있다. 모든 가구를 전용 면적 84㎡로 공급하는 이 단지는 6억6,400만~6억9,900만원선에서 공급되는데 이의 5%인 3,320만원~3,495만원만 받는 것이다. 특히 처음 계약할 때는 500만원과 발코니 확장비 297만원 등 797만원만으로 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다. 계약서 작성 15일 후 5%의 나머지 금액을 납부하면 입주 전까지 추가 납부 금액이 없다.

21일부터 무순위(임의공급 4차) 분양모집을 시작한 대우건설의 ‘용인 푸르지오 원클러스터’는 계약할 때 500만원을, 30일 후에 분양가 5%의 나머지인 1,857만~2,369만원을 납부하도록 했다. 또 오는 31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분양모집을 하는 ‘양주 용암 영무 예다음 더퍼스트’(시공사 영무토건)도 같은 조건으로 분양을 시작할 예정이다. 계약할 때 500만원만 내고 7일 후에 5%의 나머지인 1,137만~2,096만원을 지급하는 것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미분양이 문제가 되는 시기에는 건설사들이 계획했던 경상이익 수준을 포기하고 일부 손해를 보거나 이익을 줄이더라도 미분양을 털어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계약 조건을 완화해 계약금을 최소로 받거나 아예 중도금의 대출 이자를 건설사가 대신 내주는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알짜 단지도 미분양 속출

‘청약 불패’로 불렸던 서울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도 미계약 물량이 잇따르고 있다. 강서구 등촌동 ‘힐스테이트 등촌역’은 이달 초 예비당첨자를 대상으로 아파트 동호수 추첨 및 계약을 진행했으나 계약 물량을 다 소화하지 못했다. 이 단지는 지난달 139가구 1순위 청약 모집에 4,960명이 몰려 평균 35.7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이후 정당 계약과 예비당첨자 계약 과정에서 ‘완판’(완전 판매)을 달성하지 못했다. 이에 힐스테이트 등촌역은 이달 청약홈을 통해 무순위 청약에 나선다. 공급가격은 전용 59㎡ 기준 11억원대, 84㎡는 14억원대로 예상된다. 청약통장이 필요하지 않고, 주택 수와 관계없이 신청할 수 있다.

힐스테이트 등촌역 미분양 사례를 놓고 업계에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초 청약 당시 수천 명이 몰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으나 계약 포기가 적잖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수요자가 선호하는 전용면적 59㎡ 일부 타입조차 입주자를 찾지 못했다.

업계는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와 정국 혼란으로 인한 매수 심리 악화가 맞물리며 서울 분양 시장에도 침체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고 풀이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서울 미분양 아파트는 931가구로 집계됐다. 지난달 청약받은 힐스테이트 등촌역과 노원구 월계동 ‘서울원 아이파크’ 등이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서울 미분양 아파트는 2,000가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상반기에도 서울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대출 조이기와 대내외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최근 대출과 정책 리스크로 서울 아파트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다”며 “수요자가 정책적 불확실성 때문에 시세 차익이 확실한 단지를 제외하고는 청약을 보류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더 처참한 지방 상황

지방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방 역시 1군 대형 건설사들의 분양단지에서도 미달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실제 대우건설이 대구 달서구 상인동에서 공급한 '상인 푸르지오 센터파크'는 0.03대 1의 평균 경쟁률을 보이며 1순위 마감에 실패했다. DL이앤씨 'e편한세상'과 롯데건설 '롯데캐슬'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 롯데건설이 울산광역시에서 공급한 '번영로 롯데캐슬 센트럴스카이'와 DL이앤씨의 'e편한세상 동인천 베어프런트'는 각 0.39대 1과 0.34대 1의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 마감에 실패했다. 지난달 부산 서구에서 공급한 'e편한세상 송도 더퍼스트비치' 역시 189세대 모집에 53명만 1순위 청약을 하는 등 심각한 미달 사태를 보였다.

악성 미분양 주택의 증가 추세도 꺾일 줄 모르고 있다.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전국 1만8,644가구로 2020년 7월 이후 약 4년 4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이 중 지방 악성 미분양 물량은 총 1만4,802가구로 전체의 79.4%에 달했다. 2022년 말 6,226가구였던 지방 악성 미분양 주택은 2023년 말 8,690가구로 늘어난 뒤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악성 미분양 증가로 지방 건설사들은 공사비를 제때 못 받아 유동성이 급격하게 악화 되며 부도나 폐업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부도를 신고한 건설업체는 30곳으로 이 중 83.3%(25곳)는 지방 소재 기업이었다. 전체 부도 신고 업체 수도 2019년 49곳을 기록한 이후 5년 만에 최대를 나타낸 수치다. 건산연운 “2023년 이후의 지속적인 건설 수주 감소와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 공사비 상승 등으로 인해 건설 기업의 재무 상태가 크게 악화했다”면서 “특히 수도권보다 지방 중소 건설 기업은 부도나 폐업 위기에 직면한 곳이 더 많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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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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