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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만 남은 부산, 패스트 패션 리더 ‘자라’도 백기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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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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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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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 31개 매장 중 부산 2곳 폐점
“중심 상권 대규모 매장, 유지비 부담”
신세계면세·롯데백화점도 탈(脫) 부산
자라 부산대점/사진=자라

글로벌 SPA(제조·유통 일원화) 패션 브랜드 자라(Zara)가 부산에 운영 중인 오프라인 매장 4곳 중 2곳의 문을 닫는다. 자라 측은 온라인 매출 증대에 따른 오프라인 매장 효율화 과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업계에서는 그 배경으로 자라의 주요 소비층이 부산을 대거 이탈했다는 점을 꼽아 눈길을 끈다.

서면점·롯데센텀시티점만 남아

25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자라의 운영사 자라리테일코리아는 이달 31일 부산대점과 롯데부산광복점 2곳의 영업을 종료할 예정이다. 이들 두 매장이 문을 닫게 되면 부산의 자라 매장은 서면점과 롯데센텀시티점 두 곳만 남게 된다. 자라리테일코리아 관계자는 “우리는 꾸준히 매장 차별화와 전략적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며 “향후 롯데아울렛 동부산점에 새로운 매장을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페인 의류기업 인디텍스(Inditex) 산하의 자라는 2007년 롯데쇼핑과 합작으로 자라리테일코리아를 설립, 한국에 첫선을 보였다. 일본 SPA 브랜드 유니클로가 기본 아이템 위주로 판매하는 반면, 자라는 2030 세대를 겨냥한 최신 유행 의류·잡화를 내세웠다. 서울 명동과 삼성동 코엑스에서 시작한 자라는 ‘패스트 패션’ 붐을 일으키며 2020년에는 매장을 42개까지 늘렸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자라는 오프라인 매장 효율화 작업에 나섰다. 서울 가로수길점과 경기 부천점 등이 문을 닫았고, 남은 오프라인 매장도 디지털 서비스를 연계한 ‘뉴 콘셉트’ 매장으로 재정비했다. 또 온라인 세일 상품의 경우 기존 무료 배송에서 유료 배송으로 전환해 수익성을 강화하고 나섰다.

온라인 전환 전략은 일부 성과를 거뒀다. 자라리테일코리아의 2023 회계연도(2023년 2월~2024년 1월) 매출은 6,119억원으로 전년 대비 10%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또한 525억원으로 31% 늘었다. 채널별로는 오프라인 매출이 7%, 온라인 매출이 19% 증가했다. 전체 매출 중 온라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7%를 넘어섰다. 앞서 인디텍스는 자회사들의 온라인 매출 비중을 30%까지 확대할 것이라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자라 같은 글로벌 SPA 브랜드는 오프라인 매장이 지역 중심 상권에 자리하는 데다, 규모도 최소 1,000평(약 3,305㎡) 이상이라 운영 비용이 많이 든다”면서 “거기에 쉬인이나 테무 같은 중국 저가 온라인 패션 플랫폼도 부상하고 있어 오프라인 매장 유지에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추가 폐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청년들 빠져나간 부산, 매장도 한산

지역 경제가 심각한 수준으로 침체했다는 점도 자라의 탈 부산을 가속했다. 지역 대표 ‘부촌’으로 불리는 센텀시티(해운대구 우동)에 위치한 대기업 매장까지 연이어 철수를 결정할 정도로 소비 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것이다. 이는 신세계면세점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는 영업 부진을 이유로 신세계몰에 위치한 부산점의 문을 오는 24일 닫기로 했다. 해당 점포 특허권의 만기일(2026년)을 1년 이상 앞둔 폐점이다.

신세계면세점 부산점에서 불과 5분 거리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도 현재 점포 매각이 한창이다. 그간 센텀시티점은 전국 70여 롯데백화점 매장 중 매출 최하위권을 거듭해 왔다. 백화점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명품 수요 역시 급감하면서 명품관이 있어야 할 1·2층에는 무신사스탠다드, 에잇세컨즈 등 SPA 브랜드가 들어온 지 오래다. 애초 6층에 있던 자라 매장도 2층으로 내려왔다.

전문가들은 부산 내 대기업 계열 유통 업체들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배경으로 심각한 인구 유출 현상을 꼽았다. 특히 소비활동이 활발한 청년 인구가 급감하면서 점포를 찾는 발길이 크게 줄었고 결국 폐점으로 이어졌다는 진단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의하면 지난해 7월 기준 부산의 15세~29세 인구는 49만9,644명이다. 부산 청년 인구가 50만 명 아래로 내려온 것은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92년 이후 처음이다.

무신사스탠다드 한남점/사진=무신사스탠다드

계속되는 ‘서울 불패’ 신화

무신사스탠다드 등 최신 인기 SPA 브랜드가 서울 오프라인 매장에서 연일 최고 수준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도 부산의 상권 축소를 방증한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선보인 무신사스탠다드는 2023년 말 5개에 그쳤던 오프라인 매장을 현재 20개로 3배 이상 늘렸다. 이 가운데 8개 매장이 서울에 자리하고 있으며, 경기도 매장 또한 7곳에 달한다.

지난해 10월 기준 무신사스탠다드 오프라인 매장 매출은 약 12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당시 영업을 전개한 서울, 경기, 부산, 대구 등 전국 16개 무신사스탠다드 매장에서 발생한 매출을 모두 합친 수치다. 무신사 관계자는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1개 매장당 7억5,000만원 상당의 매출이 발생한 것으로, 백화점 입점 패션 점포 기준으로도 최상위권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오프라인 영업의 성장세를 확인한 무신사스탠다드는 서울 내 다섯 번째 매장으로 용산구 한남동을 지목했다. 한남동은 국내외 프리미엄 브랜드 편집숍이 밀집한 구역으로, 이곳에 자리 잡은 수많은 패션브랜드 중 SPA 브랜드는 H&M그룹 계열의 코스(COS)와 무신사스탠다드가 유일하다. 높은 임대료와 주변 경쟁 매장의 고급화 전략 등 각종 제약에도 불구하고 이들 브랜드는 ‘서울 불패’에 더 큰 무게감을 둔 셈이다.

무신사스탠다드 관계자는 “홍대와 성수동, 한남동 등 서울 주요 지역의 로드숍 매장과 젊은 가족 단위 고객이 많은 대형 쇼핑몰 점포를 차별적으로 선보인 오프라인 전략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진단하며 “앞으로도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오프라인 점포를 지속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무신사스탠다드는 롯데백화점 청량리점, 롯데몰 김포공항점, 고덕비즈밸리점(서울 강동구) 등의 오픈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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