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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일간 틱톡금지법 적용 유예 기간 내 미 기업에 지분 매각 권유 트럼프 "美, 50% 소유권 가져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틱톡에 대한 정책을 전면 수정하면서 바이트댄스의 미국 시장 생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과거 틱톡 매각을 강요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합작을 제안하는 등 우호적인 태도로 돌아선 모습이다.
트럼프, 중국앱 호감도 상승에 매각 강요 대신 합작 제안
2일(이하 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틱톡 매각 시한을 75일 연기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이어 바이트댄스와 50대 50 지분 분할을 통한 새로운 계약 체결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75일 후에도 틱톡이 계속 운영된다면 미국은 틱톡의 절반을 가져갈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책 변화는 틱톡의 미국 내 영향력이 급증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틱톡의 미국 사용자는 1억7,000만 명에 달하며, 지난해 대선에서 젊은 유권자들에게 다가가는 데 큰 도움이 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바이트댄스는 현재 비매각 해결책을 모색 중이다. 바이트댄스 이사회 멤버인 윌리엄 포드는 "미국 법률 준수를 위한 현지 통제권 변경이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거래 규모는 400억~800억 달러(약 58조~117조원)로 추정된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틱톡의 잠재적 인수자로 마이크로소프트(MS)사를 언급해 주목받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트럼프 대통령은 MS가 틱톡을 인수하기 위해 논의 중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고 말하고 싶다”며 “틱톡에 관심이 많고 엄청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나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회장이 인수하는 방안도 열려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머스크 CEO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앨리슨 회장도 실제로 틱톡 매각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를 한 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MS 역시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으며, 틱톡과 바이트댄스도 언론의 논평 요구에 응답하지 않았다.
퍼플렉시티, 틱톡 합병 제안서에 "지분 50%는 미 정부에"
MS의 틱톡 인수설은 이번이 두 번째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중인 2020년 국가 안보 우려로 틱톡 미국판과 바이트댄스를 분리하라고 명령했는데 당시 MS사가 최대 입찰자로 떠올랐지만 결렬됐다. 트럼프 대통령도 재선에 실패해 백악관을 떠났다. 지난 2021년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당시 협상 과정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특정한 요구사항을 제시했지만, 정권교체로 물러났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지금까지 다양한 업무를 했지만, 가장 이상했다"고 회상했다.
현재 틱톡 입찰에는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퍼플렉시티가 나선 상황이다. 퍼플렉시티는 틱톡 미국 법인을 결합하는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되, 기업공개(IPO)를 과정에서 미국 정부에 새 법인의 지분을 최대 50%까지 넘기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틱톡 매입자가 지분 절반을 미국에 주면 미국 내 사업권을 주겠다"고 발언한 것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틱톡커 등 인플루언서 통한 '대안 언론'에 밀착 행보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틱톡에 합작 법인이라는 중재안을 제시한 건 혁신적인 미디어 전략을 유지하기 위함이라고 분석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틱톡, 팟캐스트, 유튜브 등 1인 미디어를 집중적으로 공략했고, 이것이 보수 성향은 물론 정치에 관심이 없는 젊은 층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과 인플루언서들 사이 중매를 선 것으로 알려진 데이나 화이트 UFC 회장은 지난해 11월 당선 축하 연설에서 넬크 보이스, 아딘 로스, 테오 폰, 버싱 위드 더 보이스, 조 로건 등을 호명하며 “고마운 사람들”이라고 칭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기간 순회한 1인 미디어 인플루언서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에는 레거시 미디어의 영향력·신뢰도 하락과 함께 기성 언론을 향한 본인의 적대감이 크게 작용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는 지난달 9일 발표한 ‘저널리즘, 미디어, 기술 동향과 예측 2025’ 보고서에서 방송사 자격을 취소하거나 언론인을 감옥에 보내겠다고 협박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기성 언론의 접근을 제한할 수 있으며 자신을 지지하는 ‘대안 언론’에 더 밀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리핑 문답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언론관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캐롤라인 래빗 백악관 대변인은 최근 ‘대통령의 말을 전하는 것과 미국 시민들에게 진실을 말하는 것 중 당신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미국의 많은 전통적인 언론 매체들이 대통령과 그의 가족에 대해 거짓말을 해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우리는 이를 고분고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