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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 탑재 전면 금지 못하는 현실 감안 예약·발권 단계에서 승객 동의절차 진행 배터리 이상현상 시 초기대응 위해 추진
에어부산이 기내 화재 사고를 막기 위해 보조배터리 관리 규정을 강화한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김해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 화재 사고 이후 마련된 것으로, 에어부산은 보조배터리 관리 강화를 통해 기내 화재 위험을 줄이고 승객 안전을 지키겠다는 방침이다.
수하물 내 보조배터리 유무 사전 확인
4일 에어부산은 기내 화재 위험 최소화 정책을 발표했다. 오는 7일부터 일부 노선에서 먼저 시행한 뒤 점차 모든 노선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에어부산은 이 같은 내용을 승객에게 충분히 알리기 위해 예약, 발권, 탑승 수속 과정에서 관련 규정 동의 절차를 추가했다. 또한 출발 하루 전에는 문자로 별도 안내를 보내고, 기내에서도 안내 방송 횟수를 기존 2회에서 3회로 늘린다.
아울러 기내 화재가 발생했을 때 신속한 대응을 위해 승무원 훈련도 강화한다. 에어부산은 교육용 화재진압 시범 동영상을 직접 제작해 전 승무원을 대상으로 즉시 교육을 실시하고, 화재 단계를 고려한 상황별 모의 훈련도 함께 진행한다. 사옥 내 화재진압 훈련시설도 개선할 계획으로, 연무기 설치 등 실제와 유사한 상황에서 승무원이 훈련하기 적합한 환경을 조성할 예정이다. 또 지역 소방본부 등 전문기관 교육 이수를 통해 전문성을 한층 더 강화할 방침이다.
화재 발생 시 열폭주 및 폭발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비(Lithium battery fire containment pouch)도 추가한다. 에어부산은 기내에 리튬배터리 화재 격리 장비를 비치하고, 승무원이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방화 장갑도 새롭게 구비할 예정이다. 정병섭 에어부산 대표는 "기내 화재에 대한 손님들의 우려와 불안을 해소하고 안전한 여행 환경을 확보하기 위해 에어부산이 선제적으로 강화 정책을 수립했다"며 "사내 종사자들의 안전의식 고취와 역량 강화를 비롯해 항공 안전 문화 확산을 위해서도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100Wh 초과 배터리는 항공사 승인 필요
에어부산은 지난달 김해국제공항에서 여객기 내 선반 속 정체불명의 물체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여객기 동체 상부 대부분이 소실되는 피해를 입었다. 발화 지점이 전소하면서 정확한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화재 당시 영상과 승무원 증언 등에 따라 리튬 보조배터리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에어부산의 ‘기내 화재 발생 경위’ 자료를 보면 지난달 28일 밤 부산 김해에서 홍콩으로 출발하려던 에어부산 BX391편에서 화재를 최초로 목격한 에어부산 승무원은 “항공기 후방 좌측 선반에서 발화를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좌석 위의 기내 수하물을 두는 보관함(오버헤드빈)에서 발화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항공보안365’에 따르면 위험물로 분류되는 리튬 배터리는 소량에 한해 여행객이 휴대 또는 부치는 짐(위탁수하물)으로 운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리튬 배터리를 장착한 카메라·휴대전화·노트북 등 전자장비는 리튬 메탈 배터리의 리튬 함량이 2그램(g) 이하이거나 리튬 이온 배터리가 100와트시(Wh) 이하인 경우 기내에 휴대하거나 위탁 수하물로 부칠 수 있다. 그러나 리튬 보조배터리는 위탁 수하물로도 부칠 수 없다. 기내 휴대만 가능하다. 다만 100Wh를 초과한 보조배터리는 항공사 승인을 받아야만 기내에 반입할 수 있다.
보조배터리 기내 반입, 금지도 확인도 못한다
그러나 승객들이 소지한 리튬 배터리가 기준을 충족한 것인지에 대한 탑승 전 검사는 따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 최근 인증 여부가 불투명한 저가형 보조배터리가 광범위하게 보급되면서 관련 사고도 늘고 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2006년부터 지난 16일까지 리튬 배터리로 인해 발생한 항공편 사고 총 587건 중 230건이 충전식 배터리에서 발생했다는 조사 결과를 최근 내기도 했다.
정부도 규정 강화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다른 나라들도 기내에 반입하는 리튬 배터리 인증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는 전례는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리튬 배터리가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상황에서 항공사 부담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심장박동기, 보청기 등 의료 목적의 배터리를 기내에 반드시 반입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전면 금지도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보조배터리 반입 자체를 금지하기보다는, 초기 화재 진압이 용이하도록 눈에 보이는 곳에 두도록 하는 방안 등을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기내 방송이나 체크인 카운터에서의 안내를 강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