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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환율로 '물가 불안' 고조, 경기와 물가 사이 셈법 복잡해진 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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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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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년 동월比 2.2%
5개월 만에 인플레 키운 고환율·고유가
韓·美 금리차·물가 불안, 한은 신중론 우세

상승세를 이어가던 소비자물가가 5개월 만에 다시 2%대로 올라섰다. 고환율 상황에서 석유류 가격이 올랐고, 이상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채솟값이 크게 뛴 것도 영향을 끼쳤다. 여기에 함께 오른 국제유가와 환율이 향후 물가 불안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물가 5개월 만에 2%대, 고환율·고유가 직격탄

5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물가는 1년 전보다 2.2% 올랐다. 앞서 정부는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을 1.8%로 전망했지만, 첫 달부터 2%를 넘긴 것이다. 1%대 물가상승률이 2%대로 복귀한 것은 5개월 만이다. 상승률만 놓고 보면 작년 7월 2.6% 이후 가장 높다. 더구나 소비자물가는 작년 11월부터 석 달 연속 상승 추세다.

특히 석유류가 7.3% 올라 지난해 7월(8.4%) 이후 최고 상승률을 나타내면서 전체 물가를 0.27%포인트(p) 끌어올렸다. 이는 국제유가와 환율의 상승 영향이다. 수입 원유 가격 기준인 두바이유의 배럴당 가격은 지난해 11월 72.6달러에서 12월 73.2달러, 지난달 80.4달러로 오름세가 계속되고 있으며, 1,30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부터 1,400원대로 올라섰다. 여기 1년 전 유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었던 데 따른 기저효과도 물가 상승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서민 생계와 직결되는 무·당근·배추·김 등 채소류를 비롯해 장바구니 물가도 크게 올랐다. 전체 채소류 가격은 지난달 4.4% 상승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2.2%의 2배에 달했다. 무 가격은 지난달 79.5% 뛰었고 배추도 66.8% 올랐다. 당근 가격은 76.4% 상승했으며 김은 35.4% 올랐다. 모두 밥상물가와 직결되는 품목이다.

"물가, 당분간 둔화할 것"

향후 전망도 불안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작한 관세전쟁이 본격화할 경우 수입물가 상승을 막을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원유 생산을 늘리고 글로벌 교역이 줄어들면서 국제유가가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긴 하지만, 나머지 원자재 가격 상승은 불가피해 보인다.

게다가 수입품 물가는 달러당 원화값이 좌우하는데, 1월 말 외환보유액이 4,110억 달러(약 595조원)로 2020년 6월 4,107억 달러 이후 4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달러당 1,400원대 후반까지 밀린 원화값을 방어하는 데 투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외환보유액은 떨어지는 원화값을 방어하는 실탄이다. 특히 환율 불안이 지속돼 심리적 저항선인 4,000억 달러 선이 무너질 경우 시장에 충격이 예상된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이번 달부터는 물가 상승률이 다시 둔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와 농산물가격의 기저효과, 낮은 수요압력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둔화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이후에는 목표 수준(2%) 근방에서 안정될 전망”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환율과 유가 움직임, 내수 흐름, 농산물가격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만큼, 2월 경제전망 시 이러한 요인들의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정전망을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수 vs. 환율, 한은의 금리 딜레마

연초 물가 상승이 우려되는 이유는 심각한 경기 침체 와중에 물가가 오르기 시작하면 자칫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물론 아직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볼 상황은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경제학계에서는 성장률이 1% 아래로 떨어지고 물가가 4% 이상 치솟을 때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본다. 그러나 스태그플레이션은 서민 생계를 직접적으로 위협한다는 점에서 안심하긴 어렵다. 경기 부진으로 명목소득이 줄거나 그대로인데 물가가 치솟으면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실질소득이 줄어들면 소비를 위축시켜 내수가 더 타격을 입는다.

이에 시장의 눈은 이번 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로 쏠리고 있다.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1%까지 낮춘 해외 기관도 나온 상황인 만큼 침체한 내수를 살리기 위해선 현재 연 3.0%인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의 경기 부진이 점차 확인이 되고 탄핵의 경제적 충격에 대한 우려가 커짐에 따라 2월 금통위 때에는 금리 인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은도 정책 보고서 등을 통해 '인하' 신호를 여러 차례 준 바 있지만, 고환율과 다시 고개를 든 물가 상승률이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동결하면서 한은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훌쩍 넘어선 점과 내수경기 침체 등을 고려하면 금리를 내려야 하지만, 한은이 금리를 먼저 낮추면 상단 기준 1.5%포인트(p)인 양국 금리차가 벌어져 환율 상승과 외국인 자금 유출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한은이 경기부양론을 고려해 이달 기준금리를 낮추더라도 향후 연준 행보를 의식하며 통화정책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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