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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첫날부터 주가 미끄러진 LG CNS, 하락세 지속 IB 업계 "대형 증권사들 압박에 공모가 고평가돼" 높기만 한 코스피200 진입 장벽, M&A로 승부수 띄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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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기업공개(IPO) 공모주 시장의 대어로 꼽히던 LG CNS의 주가가 상장 이후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공모가 고평가로 인해 상장 직후 물량이 대거 쏟아져 나오며 주가 하방 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공모가 밑도는 LG CNS 주가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LG CNS의 주가는 상장 첫날이었던 지난 5일부터 계속해서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상장 첫날이었던 5일 LG CNS는 공모가(6만1,900원) 대비 9.85%(6,100원) 하락한 5만5,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초가는 공모가보다 2.26% 낮은 6만500원에 형성됐다. 장 초반 한때는 주가가 6만1,900원을 터치하기도 했지만, 이내 수십만 주에 달하는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오며 하방 압력이 심화했다.
상장 다음 날인 6일에도 주가는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6일 LG CNS는 직전 거래일 대비 3.4% 상승한 주당 5만7,7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준수한 지난해 실적이 발표되며 주가가 소폭 상승했지만, 공모가 수준으로 주가를 회복하는 데에는 실패한 것이다. 호실적으로 인해 발생했던 미약한 상승세마저도 금세 힘을 잃었다. 지난 7일 LG CNS는 전 거래일 대비 0.87% 하락한 5만7,200원에 거래를 마감했으며, 10일 오후 2시 47분 기준 5만6,400원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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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가 고평가'가 화근
이를 두고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사실상 예견된 일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진행된 기관투자자 대상 청약에서 이미 LG CNS 주가 하락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짙게 드러났다는 것이다. LG CNS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2,059곳 중 6개월 의무보유를 확약한 기관은 단 52곳에 그쳤다. 의무보유 확약은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약정으로, 확약 기관이 적을수록 공모가가 고평가됐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을수록 장기 보유 확약을 걸고 물량을 추가로 배정받는 기관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LG CNS의 공모가 산정 과정이 '인위적'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형 증권사들이 줄줄이 LG CNS의 상장 주관사로 이름을 올린 가운데, 수요예측 참여 기관들이 주관사들로부터 압박을 받으며 자연스럽게 공모가가 고평가됐다는 것이다. LG CNS의 상장 대표 주관사는 KB증권,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모건스탠리 등 3개사며, 공동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 대신증권, 신한투자증권, JP모건 4개사다.
공모가가 고평가됐다는 인식이 확산하면 시장에 물량이 쏟아져 나오게 된다. 이와 관련해 한 IB업계 관계자는 "공모 가격 자체가 과도하게 높은 수준에 형성되면 주가 상승 기대가 사라지며 상장 초기부터 물량이 과도하게 풀리고, 결국 주가가 미끄러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LG CNS는 재무적 투자자인 맥쿼리PE의 엑시트(투자 자금 회수)를 위해 높은 가격을 고집해 상장을 강행했다”며 “현재의 주가 하락세는 '거품'이 빠지며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주가 상승 동력은 어디에
시장에서는 향후 LG CNS가 주가 상승을 위해서라도 매년 6개월마다 리밸런싱되는 코스피200 지수 진입을 노릴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흥행에 실패한 LG CNS에 있어 코스피200 지수의 진입 장벽은 상당히 높다. 최근 강화된 특례 편입 요건에 따르면, 코스피200 지수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유동시가총액이 코스피200 지수 종목 50위의 시가총액 50%를 15거래일간 웃돌아야 한다. 현재 50위 종목인 대한항공의 시가총액은 8조6,900억원 수준이다. 유동시가총액이 1조5,797억원에 달하는 LG CNS는 지금보다 2.75배 상승한 주가를 장기간 유지해야 코스피200 지수에 진입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LG CNS가 M&A 움직임을 본격화하며 사업 재투자에 나설 경우 상황이 변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LG CNS는 지난해 12월 증권신고서를 통해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 중 절반이 넘는 약 3,300억원을 DX(디지털 전환) 기업 인수에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현신균 LG CNS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달 IPO 기자간담회에서 “(M&A) 영역과 지역에 대해서는 보고 있는 부분이 있으나 이 자리에서 자세히 언급하기에는 곤란한 부분이 있다”며 “다만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가까운 시일 내 깜짝 뉴스로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업계에서는 LG CNS의 M&A 행보에 대한 추측이 쏟아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LG CNS가 DX 전문 회사나 AI 소프트웨어 분야의 회사를 인수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며 "이 밖에도 매출 비중이 높은 스마트 엔지니어링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물류 해외 공장·물류 자동화 기업 인수에 나설 수도 있고, 신성장 동력으로 낙점한 인공지능(AI)이나 물류 로봇 관련 분야에서 M&A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