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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 수입품에 ‘60% 관세’ 예고 동남아시아에 중국 제품 대규모 유입 가능성 미중 갈등 “최대 희생양 될 판”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값싼 중국산 제품들의 대규모 유입이 미칠 경제적 충격에 잔뜩 움츠려 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60% 관세 조치의 여파다. 조치가 시행되면 미국을 향하던 중국산 제품들이 동남아시아(이하 동남아)를 비롯한 타지역으로 흘러 들어가 지역 경제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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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에 저가 중국 제품 ‘홍수 경보’
이에 더해 트럼프는 동남아 수입품에도 10~20%의 일관 관세를 적용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압박은 가중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이하 아세안) 국가들은 2018년을 교훈으로 삼아 미국과의 개별 협상을 피하고 공동 행동을 통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 지역 내 협력은 동남아의 이익을 지켜내는 것은 물론, 글로벌 자유시장 수호를 위한 더 큰 연대를 결성할 가능성도 키운다.
동남아 지역 정부들은 이미 압박하에 있다. 미중 무역 갈등과 기술 전쟁으로 인도네시아는 벌써 보호 관세와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동시에 불법 수입품 단속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업들도 중국의 과잉 생산과 불공정 경쟁을 비난하며 정부에 보호 조치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다수의 동남아 국가들은 중국산 제품의 우회 경로가 되며 단기적 반사 이익을 얻고 있다. 하지만 상표만 바꾸거나 특별한 공정을 거치지 않은 상품들은 미국 관세의 표적이 될 위험이 있다.
동남아, 중국과 자유무역협정 맺고도 성장 이뤄내
관세는 보복 조치로 이어지고 보호무역의 악순환을 부르며 전 세계를 빈곤에 빠지게 한다. 미국은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값싼 중국산 제품의 대규모 유입을 지적하며 자국의 보호무역주의를 정당화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호주를 비롯한 선진국들이 이미 중국 쇼크를 이겨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만 허덕이는 것은 세계화의 혜택을 고루 나누지 못하는 자국 정책의 결함 때문이다.
중국의 WTO 가입 이후 첫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 FTA)인 아세안-중국 자유무역협정 체결 당시 동남아 국가들도 경제적 부작용을 우려한 바 있다. 하지만 특유의 적응력을 발휘하며 파괴적 영향을 피할 수 있었다. 급격한 경제 성장과 지역 공급망 통합을 통해 퇴출된 산업과 근로자들을 신속히 자리로 되돌렸다. 2000년 이후 아세안의 글로벌 수출은 480% 증가했으며 대중국 무역 규모도 2010년 이후 두 배 이상 성장해 중국은 아세안의 최대 무역 상대국으로 자리 잡았다.
“위기 상황 그때와 달라”, 가능한 수단 총동원해야
하지만 지금 벌어지려는 상황은 그때와 완전히 다르다. 미국 시장에 들어가지 못한 값싼 중국 수입품들의 홍수는 적응력이 높은 동남아라고 해도 당해내기 어렵다. 파국적 결과를 피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세안을 중심으로 한 단합이다. 강대국들은 개별 국가와의 협상을 선호하지만 하나된 대응이 훨씬 더 큰 무게감을 전달할 수 있다. 지역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인도네시아라 할지라도 아세안의 글로벌 영향력을 통해 미국, 중국과 협상하는 것이 낫다.
또한 가능한 무역 수단과 제도를 총동원해 지역 경제 보호에 나서야 한다. 다양한 무역 구제책(trade remedies)을 통해 수입품 홍수와 불공정 가격 경쟁으로부터 자국 산업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국제 무역 협정에서도 승인한 방안들을 통해 명백한 보호무역 조치의 발동 없이 자국 제조업 부문을 보호하면서 상황에 적응할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아세안은 중국과의 대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무역량 급증에 따른 적법한 보호 조치임을 강조해 갈등을 피하고 장기적인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세안 내 공급망을 강화하고 역내 포괄적 경제 파트너십(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이하 RCEP)과 같은 공동체를 대화 채널로 이용할 필요도 있다. RCEP는 이미 중국을 포함한 동남아 국가들의 장관급 및 당국자 간 미팅 창구로 이용되고 있으며 정상들이 참석하는 포럼도 준비되고 있어 현재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즉각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아세안의 경제적 성공은 규칙 기반의 다자간 무역 시스템을 통해 세계 경제에 통합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시스템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지만 아직 가동되고 있고 아세안이 오히려 힘을 실어줄 수도 있다. 다가오는 위기는 아세안의 경제적 안정과 번영에 심각한 위험을 드리우고 있으며 회원국들의 과감하고 단합된 대응으로만 막을 수 있다.
원문의 저자는 마리 팡게스투(Mari Pangestu) 인도네시아 대학교(University of Indonesia) 교수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ASEAN response to a Trump-generated Chinese economic tsunami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