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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트럼프 관세는 ‘미국 국가 안보’와 어떤 상관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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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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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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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국가 안보’ 내세워 중국 포함 3개국에 관세 결정
미국 내 법적 절차 통한 번복은 ‘불가능’
WTO 제소해도 미국 응하지 않으면 ‘무용지물’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최근 국가 안보를 구실로 캐나다, 멕시코, 중국 수입품에 관세 부과를 결정하며 국내외의 법적 논쟁이 촉발됐다. 트럼프 측의 설명은 불법 이민과 펜타닐을 포함한 마약 밀수가 미국에 보기 드문 위협을 안긴다는 것이다.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는 추가 협상을 위해 집행이 한 달 미뤄졌지만 중국 수입품에 대해서는 이미 10%의 관세가 매겨졌다.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만 선언하면 언제든 편리하게 관세가 집행될 수 있는 상황에서, 해당 조치의 법적 근거는 물론 세계무역기구(WTO)의 실효성에 대한 질문도 뜨겁다.

사진=CEPR

트럼프, 중국·캐나다·멕시코에 관세 부과

논쟁의 중심에는 1977년에 제정된 ‘국제 비상 경제 권한법’(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 이하 IEEPA)이 있는데, 이 법은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 시 국제 상거래를 규제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인정한다. 트럼프는 전면적 관세를 정당화하기 위해 해당 법안과 76년 제정된 ‘국가 비상사태법’(National Emergencies Act, NEA)을 인용하고 있다. 하지만 두 법안 모두 무엇이 비상사태를 구성하는지 규정하지 않아 상당한 해석의 여지가 남아 있다.

하지만 미국 법원은 전통적으로 IEEPA에 명시된 대통령의 권한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 왔다. 연방대법원도 유사 상황에서 폭넓은 행정적 재량권을 인정한 바 있다. 국회 역시 이미 선포된 국가 비상사태를 철회할 수 없기 때문에 트럼프 관세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가 비상사태와 관세 부과는 어떻게 연결되는가?

이러한 IEEPA의 모호성으로 인해 두 가지 질문이 제기된다. ‘국제 무역을 규제할 수 있는 대통령의 권한에 관세가 포함되는가?’와 ‘그러한 관세가 마약 및 불법 이민으로 인한 비상사태와 관련 있는가?’다. 전직 대통령 누구도 관세 부과를 위해 IEEPA를 인용한 일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리처드 닉슨(Richard Nixon) 대통령이 관세 도입을 위해 1971년 사용한 적대국 무역법(Trading with the Enemy Act, 이하 TWEA)을 참고할 수밖에 없다. 당시에도 법원은 관세 조치를 포함한 광범위한 권한이 대통령에 있다며 닉슨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따라서 IEEPA가 TWEA를 대체했다 쳐도 해당 판례가 법적 해석에 영향을 미쳐 트럼프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올 확률이 높다.

하지만 메이플 시럽이나 아보카도 같은 물건에 매겨지는 관세와 불법 마약 단속 간 관계는 기껏해야 미약한 수준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법원이 특정 정책과 목적 사이의 관련성을 물은 적도 있지만 지난 판례를 볼 때 트럼프의 관세 조치와 그가 주장하는 목적 간 관계를 따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트럼프가 관세 시행을 위해 인용한 미국 법 (국가 비상사태 선언이 가장 간편)
주: 1974년 무역법 제301조(Trade Act of 1974, Section 301): 태양 전지판, 세탁기, 철강, 알루미늄 등에 적용, 대상 국가 중국, 미국 무역 대표부가 무역 상대국이 부당한 행위로 미국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단할 시 발동 가능, 4년 기한이지만 예외 적용 가능 / 1962년 무역 확장법 제232조(Trade Expansion Act of 1962, Section 232): 철강 및 알루미늄에 적용, 대상 국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중국, EU, 인도, 멕시코, 캐나다 등이 대상 국가, 미국 상무부가 수입품이 미국 국가 안보에 위협을 제기한다고 판단 시 발동 가능, 기한 없음 / 국제 비상 경제 권한법(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 모든 수입품에 적용, 캐나다, 멕시코, 중국이 대상 국가,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 선언 시 발동 가능, 4년 기한이지만 대통령이 연장 가능/출처=CEPR

WTO ‘미국 패소 결정’해도 달라질 것 없어

미국 밖에서는 해당 관세의 적법성이 국제 무역 협정하에서 심의되고 있다. WTO는 이미 트럼프가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부과한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에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합의체는 ‘관세 조치가 국제 관계상의 비상사태로 볼 때 적법하다’는 미국 측의 주장을 반박하며 패소를 결정했다.

이 판례는 트럼프 관세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WTO가 같은 논리를 적용해 이달 내려진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한 관세 조치는 정당하지 않다고 판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WTO 판결에 대해 절차적 하자를 지적하며 집행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든 사례가 여러 번 있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exico–Canada Agreement, 이하 USMCA)을 가지고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해당 협정의 안보 예외 조항은 WTO보다도 광범위해 미국이 국가 안보를 해석할 수 있는 재량권은 충분하다. 따라서 USMCA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USMCA조차 없는 중국은 이미 WTO에 제소한 상황이지만 승소한다 해도 미국이 집행에 응하지 않는 이상 상징적인 승리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한 국가의 행정 권력이 국제 무역 “판 흔드는 사례”

미국 내에서 법적 절차를 거쳐 관세 조치가 번복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IEEPA 등 미국 법의 모호한 규정과 법원의 행정권에 대한 존중이 맞물려 대통령의 권한에 대한 도전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는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WTO의 기능은 미국의 비협조로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고 USMCA 역시 국가 안보에 대한 광범위한 해석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승리한다고 해도 상징적 의미 외에 실질적인 결과를 얻기 어려워 보인다.

그나마 협상이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하는 방법일 것이다. 어차피 트럼프가 관세를 통해 의도하는 것은 상대국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다자간 기구보다 양자 간 협상을 선호해 온 트럼프 행정부는 국제 무역 규범을 준수하는 일에 관심이 없다.

트럼프 관세의 적법성 논쟁은 미 국내법과 국제 무역 규정 간 갈등을 보여주는 사례다. 해당 조치는 미국법상으로 적법하고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지만 미국 밖에서는 확립된 규범을 부정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규범이나마 미국의 절차적 무효 주장에 아무런 힘도 쓸 수 없지만 말이다. 어찌 됐든 트럼프 관세는 자국에서 견제받지 않는 행정 권력이 글로벌 무역의 양상까지 흔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심각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원문의 저자는 아치우스 아닐(Achyuth Anil) 포용적 무역 정책 센터(Centre for Inclusive Trade Policy) 연구원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Chaos theory: Assessing the legal validity of Trump’s tariffs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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