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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략 분야에 중국 투자 제한 중국 산업 발전 지렛대 역할 우려 ‘딥시크 혁신’에 시장 이목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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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위시한 미국 정부가 자국 전략 산업에 대한 중국 자본의 침투를 원천 차단하고 나섰다. 중국이 파트너 기업이나 제3국의 투자 펀드 등 우회로를 이용해 미국의 첨단 기술과 지적 재산을 노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시장은 ‘딥시크 사태’를 예로 들며 중국의 기술 발전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어 향후 자금의 이동 방향에 많은 이목이 쏠린다.
“국익에 부합하는 투자만 수용”
24일(이하 현지시각)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중국을 적대국으로 규정한 ‘미국 우선주의 투자정책’ 각서에 서명했다. 해당 각서는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를 포함한 모든 법적 수단을 이용해 미국의 기술·핵심기반시설·의료·농업·에너지·원자재 및 기타 전략 분야에서 중국의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CFIUS에 기술, 핵심 인프라, 의료, 농업, 에너지, 원자재 등 전략 부문에서 중국의 투자를 제한하도록 명령했다. 또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의 투자는 ‘패스트트랙’ 절차를 도입해 촉진하기로 했다. 특히 10억 달러 이상 투자의 경우 환경 검토를 신속히 처리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민감 시설 인근의 미개발 투자 및 부동산 거래에 대해서는 CFIUS의 권한을 강화하는 식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끝으로 미국 거래소에 상장된 외국 기업에 대한 감사를 강화하고, 적대적 외국 기업의 연금 플랜 기여금 수령 자격을 제한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서를 통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항상 국익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며, 일부 적대국이 첨단 기술, 지적 재산 및 전략 산업에서의 지렛대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 기업과 자산에 대한 투자를 체계적으로 지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중국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러한 전략을 추구하는 데서 나아가 파트너 기업이나 제3국의 투자 펀드를 통해서도 전략 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달 초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국산 수입품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우리는 중국이 미국을 사들이는 것을 막기 위해 새로운 규칙을 채택할 것”이라며 “명백히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투자만 허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 기업과 자본이 자국의 지적 재산을 훔쳐 공산주의 중국으로 가져가는 것을 막겠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일관된 주장이다.
딥시크 분전에도 中 증시 불확실성 여전
일각에서는 이 같은 미국의 견제가 한발 늦었다는 평가를 내놔 눈길을 끌었다. 이미 중국이 전략 산업에서 상당한 기술 진전을 이루면서 전 세계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중국 인공지능(AI) 기업 딥시크의 혁신적인 AI 모델 공개를 기점으로 중국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크게 개선된 것으로 파악됐다. CNBC에 의하면 23일 기준 MSCI(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 중국 지수는 지난달 저점 대비 26.5%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딥시크 R1이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붓는 미국 빅테크 모델에 비해 비용은 적게 들이면서도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면서 ‘중국도 AI 분야에서 겨뤄볼 만하다’는 기대를 심어줬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을 감안했을 때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제임스 리우 클리어노믹스 창립자는 “미·중 무역 전쟁 확대, 중국 금융 시스템에 대한 반복적 우려, 부동산 거품, 정부 경기 부양책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같은 요인들이 2025년 변동성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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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외국인직접투자 유치에 총력
기대와 우려 속에서 중국 정부는 외국계 기업과 민영기업에 대한 규제를 잇달아 철폐하겠다고 나서면서 경제 회복의 의지를 다졌다. 19일 중국 국무원 판공청은 상무부와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마련한 ‘2025년 외국인 투자 안정 행동계획’을 발표하면서 “지난해 8월부터 시행해 온 제조업 외국인 투자 제한을 전면 철폐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외국인 투자기업의 중국 재투자 지원 강화 △외국인 투자 촉진 산업 범위 확대 △외국인 투자기업의 중국 내 차입 활용 제한 해제 △다국적기업의 투자 및 투자회사 설립 장려 △외국 기업 중국 내 합병 및 인수 시행 지원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한 자금조달 채널 확대 등을 약속했다.
중국은 이 같은 조치를 통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자금 이동을 가속하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이번 행동계획은 외국인 투자가 대외 개방 수준을 높이는 데 중요한 요소이며, 신품질 생산력을 발전시키고 중국식 현대화를 실현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1월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는 980억 위안(130억 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줄었다. 이는 최근 3년 이내 최저치로, 중국의 외국인직접투자는 2023년 8% 감소한 이후 지난해부터 지난 1월까지 27% 추가 감소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재무부는 “중국 경제는 미국 투자자를 포함해 세계에서 가장 제한적인 투자 환경 중 하나”라고 평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