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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소득세 부당·과다 환급 점검
세무사회, 허위·과장 광고 삼쩜삼 고발
플랫폼 안내 불충분 무더기 소송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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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상반기에만 65만 건이 넘는 소득세 경정청구가 쏟아지면서 국세청이 꼼꼼히 확인하지 못하고 돌려준 환급금이 상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국세청은 소득세 부당·과다 환급과 관련해 집중 점검을 예고하고 나섰다. 국내 최대 세무 플랫폼 ‘삼쩜삼’과 이용자들 역시 주요 조사 대상이다. 일부 납세자의 경우 이미 돌려받은 환급금을 토해내거나 심지어 가산세까지 부과될 수 있어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중복·부당 인적공제 사례 증가
25일 세무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세청은 지난해 환급된 소득세에 대한 부당·과다 환급 점검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오류가 확인되는 경우에는 환급금 반납 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나아가 관련 법령에 따라 가산세가 부과될 수도 있다. 국세청은 “소득세 경정청구가 급증한 가운데 중복·부당 인적공제로 세금을 환급받은 케이스 또한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일손이 부족해 일일이 확인하지 못하고 환급금을 내준 사례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실제로 소득세를 돌려받기 위한 경정청구는 2022년 37만3,000건에서 2023년 58만7,000건으로 늘더니, 지난해에는 상반기에만 65만3,000건으로 급증했다. 이에 따른 환급액도 2022년 3,539억원, 2023년 7,090억원으로 증가 추이를 보였다. 국세청 관계자는 “세무 플랫폼 업계가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면서 최근 소득세 환급 청구가 급증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세무 플랫폼은 소비자가 몰라서 돌려받지 못한 소득세 환급금을 찾아준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특히 2020년 설립된 삼쩜삼은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빠르게 시장을 선도하는 위치에 섰다. 출범 초기에는 정보기술(IT) 개발자 등 프리랜서를 겨냥했지만, 최근에는 개인사업자에 근로소득자까지 몰리면서 작년 5월 기준 가입자가 2,000만 명을 넘어섰다. 삼쩜삼은 자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지난해 소득세 정기신고를 진행했거나 환급을 조회한 직장인 361만 명 중 47.7%에 달하는 약 172만 명이 환급 대상자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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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들 “민감 정보 상업적 활용 안 돼”
그러나 지나치게 공격적인 마케팅이 문제가 됐다. 한국세무사회가 허위 과장 광고 등 이유로 삼쩜삼을 고발하고 나선 것이다. 세무사회는 삼쩜삼이 “숨은 환급액을 찾아보세요”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소비자를 현혹하고, 회원가입을 유도해 홈택스 등의 개인정보를 획득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많은 소비가가 회원가입 후 환급금 조회 및 신청에 나서고 있지만, 환급금이 전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지적이다.
세무사회는 “국가가 엄격하게 관리해야 하는 주민등록번호 등 민감 개인정보와 국세기본법에 따라 비밀 유지 규정까지 적용되는 소득, 의료 등 과세 정보가 영리기업의 상업적인 목적에 의해 아무렇지 않게 수집되고 있다”고 짚으며 “그 시작은 환급금이 있는 것처럼 현혹하는 허위·과장 광고에서 시작되므로 국민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고발에 나선 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30대 근로소득자의 피해 사례를 제시했다. 세무사회에 의하면 해당 소비자는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53만9,661원의 세금을 초과 납부했으니, 돌려받아 가세요”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회원가입 후에는 가족의 정보까지 모두 입력하면 환급액이 발생할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지만, 결국 환급금은 전혀 없었다는 전언이다. 세무사회는 삼쩜삼이 이처럼 애초에 환급 대상자가 아닌 이들을 대상으로 무작위에 가까운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쩜삼의 운영사 자비스앤빌런즈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광고 규정 및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삼쩜삼 관계자는 “(자사 서비스의) 예상 환급액 정확도는 96% 이상”이라며 “입력 오류, 미납 세액 등 변수 발생을 제외하면 세금 신고 후 3개월 이내에 환급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객이 환급 신청 후 실제 환급액이 예상 환급액과 다르거나 0원인 경우, 고객센터 접수 후 환불 정책 가이드에 따라 수수료를 환불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부당 환급금 반납·가산세 책임 범위 불분명
이 같은 해명에도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지며 삼쩜삼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됐다. 특히 피해자 중에는 미성년자도 포함돼 있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미성년자인 B군은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온 환급 정보를 보고 정부의 코로나19 재난 지원금과 유사한 것으로 오인해 삼쩜삼에 회원 가입했으나, 개인정보를 뺏긴 것을 뒤늦게 인지하고 탈퇴했다. 실제 환급액이 없었음은 물론이다.
이번 국세청의 부당·과다 환급 점검에 따라 가산세가 부과될 수 있다는 점도 삼쩜삼 이용자들의 우려를 키우는 요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국세청이 사전에 부당·과다 환급을 걸러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 또한 제기된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통상 한 건의 소득세 경정청구를 점검하는 데 한 시간가량 걸린다”며 “경정청구 폭증으로 지난해 세무서 담당 조사관 1인당 평균 1,300~3,000건의 환급 신청서를 살펴봤다”고 말했다. 부당 청구를 철저히 차단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의미다.
국세청은 부당·과다 환급을 확인한 후 취할 조치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만약 가산세까지 물어야 한다면, 플랫폼 업체와 이용자의 책임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지도 논의해야 하는 탓이다. 업계에서 이번 점검으로 가산세 위협에 놓인 납세자들이 삼쩜삼 등 플랫폼의 안내가 불충분했다는 점을 들어 민원이나 소송을 제기할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루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