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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우크라에 안전 보장 제공 준비 유럽 평화유지군도 포함, 트럼프도 “찬성” 트럼프 "광물협정 합의 접근, 젤렌스키 곧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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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종전 이후 유럽이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을 위해 우크라이나에 유럽 평화유지군을 배치하는 것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동안 러시아가 종전 이후 우크라이나에 외국 평화유지군을 배치하는 것은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던 것과 상반된 것으로, 종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트럼프 "푸틴도 유럽군 파병 찬성할 것"
24일(이하 현지시간)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와의 회담을 시작하기 전 “우리의 공동 목표는 우크라이나에 견고하고 지속적인 평화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안전 보장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평화가 존중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군대를 파견할 준비가 돼 있다”며 “(병력 배치는) 최전선이 아니라 평화 협정을 이행하기 위한 것이며, 이를 보장하기 위해 미국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마크롱 대통령에 따르면 유럽 평화유지군 배치는 프랑스와 영국 주도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물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종전 협상에 서명하는 경우에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의 표시로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이 배치될 예정이다.
이에 트럼프는 “유럽의 평화유지군을 우크라이나에 배치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그것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제3차대전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우리가 현명하다면, 수주 안에 전쟁이 끝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와의 '광물 협정' 체결과 관련해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라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협정에 서명하기 위해 이번 주 혹은 다음 주에 미국에 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희토류 등 자원에 대한 미국의 지분 획득 등을 위한 "최종 합의에 가까이 와 있다"며 "우크라이나 의회의 승인이 필요할 것이지만 나는 성사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과의 만남에 대해선 "적절한 시기에 모스크바를 방문할 용의가 있다"면서도 5월 9일 러시아 전승절에 맞춰 방문하는 것에 대해선 "조금 이른 것 같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러시아와 경제 발전 협력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자신이 설립한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도 "나는 푸틴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이뤄질 주요 경제 개발 거래에 대해 심각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대화는 매우 잘 진행되고 있다"고 적은 바 있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이 더 이상 러시아의 침략에 직면하지 않으려면 "확실한 억지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유럽은 더 강력한 파트너가 될 준비가 돼 있으며, 국방 측면에서 더 많은 일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는 나토 유럽 회원국들의 국방비 지출 확대를 시사한 것으로 외신들은 평가했다.
EU, 우크라에 200억 유로 추가 군사지원 추진
현재 국제사회는 미국과 러시아가 종전 협상에 돌입한 상황에서 종전 이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재침공을 어떻게 막을지를 놓고 논쟁이 한창이다. 우크라이나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원하지만,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은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23일 우크라이나의 향후 평화 유지를 위해 나토 가입이 허용된다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의향이 있다”고 배수진까지 쳤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200억 유로(약 30조990억원) 규모의 추가 군사 지원안을 준비하고 있다. 미 정치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이번 지원안에는 포탄과 미사일과 같은 군사 물자뿐만 아니라 정부와 경제 운영에 필요한 현금 지원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무기 공급은 에스토니아 총리를 역임한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가 조율하고 있으며 이전의 군사 원조 규모를 뛰어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U 외교관들은 헝가리 등 특정 국가의 반대를 고려해 지원안은 EU 패키지가 아닌 개별 회원국 간 공동 분담금 형태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번 지원안 추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을 서두르며 러시아와 일방적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나왔다. 특히 유럽 각국은 이번 전쟁이 러시아에 유리한 조건으로 마무리될 경우 향후 러시아가 역내 안보에 더욱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이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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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지원보다 러시아 에너지 구매에 더 많은 지출
한편 유럽연합(EU)은 지난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재정 지원금보다 러시아산 화석연료 구매에 더 많은 자금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는 최근 펴낸 보고성에서 EU가 지난해 러시아로부터 219억 유로(약 32조8,000억원) 상당의 석유와 천연가스를 수입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반면 같은 기간 EU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재정 지원금은 187억 유로(약 28조원)로 집계돼 러시아산 에너지 구매액이 17%가량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바이바브 라구난단 CREA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러시아 화석연료를 구매하는 것은 사실상 크렘린에 자금을 제공해 침공을 지원하는 것”이라며 “이는 즉각 중단돼야 하며 이는 우크라이나의 미래뿐만 아니라 유럽의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이어 EU가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지만 여전히 러시아로의 자금 유입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러시아는 ‘그림자 선단(Shadow Fleet)’으로 불리는 노후 선박을 통해 제재를 피하며 석유를 수출하고 있다”면서 “이 선박들이 러시아 화석연료 수출 수익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실제 러시아는 지난 한 해 전 세계 화석연료 수출로 2,420억 유로(약 362조5,000억원)를 벌어들였으며 전쟁 발발 이후 누적 수익은 1조 유로(약 1,500조원)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의 세수의 절반가량이 에너지 부문에서 발생하는 만큼 이 같은 수익은 전쟁 자금으로 직결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EU는 추가 제재를 논의하고 있다. 앞서 EU 대사들은 지난 19일 16차 대러시아 제재안에 합의했으며 여기에는 러시아산 원유를 가공한 뒤 타국산으로 둔갑시켜 수입하는 ‘정제 우회로’를 차단하는 방안과 터크스트림 가스관을 통한 가스 유입을 제한하는 조치가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