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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주택 수리비 ‘더 받으려는’ 임대인 vs. ‘덜 주려는’ 임차인, 갈등 해소 나선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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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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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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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분쟁 중 수리비 분쟁 15.6%
민법 ‘차용물 반환 시 원상회복 의무’ 명시
“집주인의 권리” vs. “악용 사례 많아”

정부가 주택 임대 계약 만료 시 원상복구비를 과다하게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수리비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그간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수선과 보수 비용에 대한 갈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한 데 따른 것으로, 정부는 적정한 원상복구 범위와 비용의 기준을 만들어 이를 최소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임대주택 수선·유지·보수 범위 명확하게

11일 정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민간임대주택의 수선·유지·보수 범위와 퇴거 시 원상복구 기준을 세우는 작업에 돌입했다. 이를 위해 ​외부 기관에 ‘민간임대주택의 임차인 보호를 위한 세부기준’ 연구용역을 발주했다는 설명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임대주택에 대한 과도한 원상복구비를 청구하는 경우, 자세한 기준을 따져서 수리비를 청구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 성격의 지침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간 시장에서는 전월세 임대차 계약 만료 시 임대인과 임차인 간 원상복구를 둘러싼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해 왔다. 임차인이 해당 물건을 사용하는 동안 벽지, 장판 등 훼손된 부분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그 복구 범위와 비용에 대한 견해차가 컸던 탓이다. 지난해 한국부동산원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에에 접수된 분쟁 109건 가운데 유지·수선 의무 관련 분쟁은 111건으로 15.6%를 차지했다.

분쟁조정을 신청한 임차인들은 원상복구 범위와 비용에 대한 기준이 없다 보니 임대인 측에서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원상복구 비용을 과도하게 청구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일부 임대차 계약의 경우 세제 및 기금 공적 지원을 받은 경우에도 부당하게 원상복구 비용을 청구하는 것으로 나타나 무주택자들의 비판을 샀다.

박 장관이 지난해 국감에서 임대주택 수리비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역설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 또한 부영그룹의 사례를 들며 “일부 임대주택 사업자들이 많게는 수백만원에 달하는 원상복구 비용을 부당 청구했다”고 짚으며 “이들 임대인이 지금까지 임차인으로부터 받은 하자보수 명목 금액과 실제 하자보수에 집행된 금액을 토대로 명확한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고의적 훼손 여부 따라 수리비 부담 주체 달라져

전문가 사이에선 원상회복 비용 청구가 집주인의 당연한 권리라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우리 민법이 ‘차주가 차용물을 반환하는 때에는 이를 원상에 회복하여야 한다(제615조)’고 규정한 만큼 주택 임대차 계약 또한 예외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엄정숙 부동산전문변호사는 “임대차 계약에서 원상회복 비용 청구는 집주인의 권리”라며 “세입자로서는 이를 준수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원상회복 비용 지급 여부는 통상적 소모인지, 고의적 훼손인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통상적 소모는 세입자가 특별한 해를 가하지 않고 임차한 시설물을 사용했음에도 자연적, 시간적 흐름에 따라 훼손이 생기는 상태를 말한다. 이 경우 세입자가 원상회복 비용을 집주인에게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이사를 올 당시에 있었던 훼손 또한 마찬가지다.

반면 세입자가 임차한 집의 시설물을 고의로 훼손했을 때는 세입자가 그 책임을 져야 한다. 여기에는 ‘훼손’의 의도가 아니라더라도 없었던 시설물을 추가 설치하는 인테리어 공사 등이 포함된다. 공사로 인해 해당 물건의 가치가 올라갔다는 판단에 임대인이 이를 수용할 경우에는 문제가 없지만, 집주인이 원상회복을 원할 경우엔 임차인이 그에 대한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분쟁 최소화 목적 표준계약서 실효성 제한적

문제는 어디까지가 통상적 소모라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법무부와 공동으로 임대인 및 임차인의 의무와 권리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한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를 보급했다. 기존 표준계약서에 분쟁발생 사전방지 관련 항목을 추가한 해당 표준계약서는 2015년 3월부터 임대차 시장에서 활용됐다.

달라진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는 △입주 전·후 수리비 부담 등 임차인 보호조항 추가 신설 △계약서 분량 축소 △전자서식 제공 등 3가지가 특징이다. 특히 임대인과 임차인 간 분쟁발생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수리비 부담의 경우, 원인 규명이 쉽지 않은 만큼 수리가 필요한 시설물 및 비용 부담에 대해 임대차 계약 시 미리 합의해 관련 분쟁을 사전에 방지하는 데 중점을 뒀다.

예컨대 임대인과 임차인은 표준계약서에 △임차주택의 수리가 필요한 시설물 유무 △수리가 필요한 시설물이 있다면 언제까지 수리가 완료돼야 하는지 △약정한 시기까지 미완료 시 어떤 식으로 수리비를 부담할지 등을 미리 합의해 기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추후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정부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줄을 이었다. 대부분 임대차 계약이 부동산 중개업자를 통해 이뤄지는 탓에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의 책임소재를 미리 명확히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번 국토부의 가이드라인 마련이 임대차 시장에 만연한 소모적 분쟁을 예방하는 것은 물론, 무주택자들의 주거 안정과 집주인들의 자산 보호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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