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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글로벌 서비스업 PMI 예비치 53.1 美 경제, 여전히 '확장 국면' 미셸 보먼 "인플레 억제되면 7월 금리인하 지지"

도널드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물가 상승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지만, 미국 경제는 당장 인플레이션 충격보다는 견조한 성장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경제지표는 여전히 확장 국면을 이어가고 있으며, 관세 영향은 아직 제한적이고 일시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美 6월 서비스업 PMI '견조'
23일(이하 현지시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은 6월 미국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가 53.1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월치 53.7 대비 0.6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소폭 둔화하며 거의 같은 수준을 유지한 셈이다. 6월 제조업 PMI 예비치는 52.0을 기록하며 지난 5월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15개월래 최고치 수준도 이어갔다.
제조업 생산 지수는 51.5로 5월의 49.4 대비 상승하며 4개월 만에 처음으로 확장세를 나타냈다. PMI는 50을 초과하면 경기 확장, 미만이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S&P 글로벌은 6월 경제 확장세 제조업과 서비스업에서 균형 있게 나타났다며 관세에 대한 우려로 재고 비축이 늘어난 점이 일부 성장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서비스업은 신규 주문이 여전히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증가폭은 다소 줄었다. 서비스 수출은 3개월 연속 감소하며 2022년 말 이후 가장 큰 분기 감소폭을 기록했다. 제조업의 경우 국내 수요 회복에 힘입어 신규 주문이 늘어났으며 수출은 5월 소폭 반등 이후 6월에는 소폭 하락으로 전환됐다.
다만 지표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확대되고 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모두에서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는데, 특히 제조업 부문에서는 원자재 및 판매가격이 2022년 7월 이후 가장 빠르게 올랐다. 제조업 응답 기업의 약 3분의 2는 투입비용 상승, 절반 이상은 판매가격 상승을 관세 때문이라고 밝혔다. 서비스업 역시 관세, 임금, 연료, 금융비용 등의 상승으로 비용 부담이 증가했다.
S&P 글로벌의 크리스 윌리엄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는 2분기 말에도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최근 두 달간 물가 상승세가 다시 가팔라졌다"며 "기업들이 재고 및 인력 확충에 나선 것은 공급 우려와 관세 비용 반영의 일환으로 보이고 그에 따른 경기 부양 효과는 일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상품 가격의 상승폭이 3년 만에 가장 컸다"며 "서비스업도 식품 등 관세 영향을 받아 가격 상승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서비스업과 제조업을 합친 합성 PMI는 52.8로 5월의 53.0 대비 하락했으나 여전히 경기 확장을 나타내는 50을 웃돌았다.

연준 부의장 "관세 영향 작고 일회적"
이번 지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고민을 깊게 만들 전망이다. 견조한 경제 성장은 금리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근거가 되지만, 관세라는 정책 변수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섣부른 통화정책 결정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다만 연준 내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영향이 작고 일회적일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연준에서 통화정책 결정 투표권을 가진 인사 중 가장 매파 성향(통화긴축 선호) 인사로 꼽히는 미셸 보먼 부의장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억제된 상태를 유지한다면 이르면 다음 (7월) 통화정책회의(FOMC)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먼 부의장은 미국 경제 상황에 대해 "현시점에서 우리는 무역 관련 상황 전개나 기타 요인들로부터 의미 있는 경제적 영향을 보지 못했으며, 성장세가 다소 둔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지속해서 회복력을 보여왔다"고 평가했다. 물가 상황에 대해선 "높은 관세로 인한 재화 가격 상승 압력은 다른 요인들로 상쇄되고 있다"며 "또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의 기저 추세는 현재 지표에서 보이는 것보다 연준의 2% 물가 목표에 훨씬 가까워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무역협상에 따라 궁극적으로 현재보다 낮은 관세율로 귀결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는 금융시장에서 나타나는 낙관론의 재개와 일치한다"며 "나아가 올해 인플레이션에 대한 영향을 보게 되더라도 미 경제의 증가된 여력이 그 영향을 제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이란 공습발 경제 불안 우려에 “기름값 올리지 마라” 압박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연준이 금리 인하시점을 조율함에 있어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관세보다는 유가 동향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미국은 사상 처음으로 이란 본토를 공습하며 ‘세계의 화약고’인 중동에 다시 발을 들여놓게 됐는데, 문제는 미국 경제도 전쟁을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중동전쟁 개입은 불확실성을 키우며 미국 경제의 경로를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 단적으로 유가 급등은 미국 경제에 심각한 부작용을 안길 가능성이 높다. 유가 급등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스태그플레이션 경고음이 커지는 미국 경제에는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단행한 이란 핵시설 공습 이후 유가 급등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내며 에너지업계와 내각에 기름값 인상을 억제하라고 강하게 압박하고 나선 상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에서 “기름값을 올리지 마라. 그렇지 않으면 적의 손에 말려드는 꼴”이라며 “나는 지켜보고 있다!”고 썼다. 그는 동시에 에너지부에 즉각적인 국내 원유 생산 확대를 명령했고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은 “알겠다”며 이를 수용했다. 올여름 고물가에 더해 관세 재도입까지 예고된 상황에서 유가 상승은 정치적으로도 트럼프 입장에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