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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중국산 부품은 기후 대응 위한 ‘세기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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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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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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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급망’, 영국 ‘금융’ 친환경 선도
양국 협력 시 탄소중립 목표 달성 용이 
미·중 ‘친환경 기술 협력’부터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중국과 영국은 기후 대응 관련 각자의 영역을 선도하고 있다. 영국은 선진적인 친환경 자금조달 시스템을 구축했고 중국은 태양 전지판, 배터리, 친환경 에너지 부품의 글로벌 공급망을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힘을 합치는 대신 지정학적 갈등과 안보 우려, 편 가르기에 밀려 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

사진=ChatGPT

중국은 ‘친환경 공급망’, 영국은 ‘친환경 금융’

어마어마한 비용 낭비다. 친환경 인프라 관련 자본 조달 비용을 1%만 줄여도 글로벌 경제에 800억 달러(약 109조원)의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영국이 미국에 가까워지고 중국과 멀어지면서 프로젝트 비용이 오르고 정부 보조금으로 차이를 메우면서 기후 목표를 향한 진전은 점점 느려지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영국은 친환경 자금조달 방식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다. 지난봄에도 금융감독청이 도입한 ‘지속가능성 공시 요구사항’(Sustainability Disclosure Requirements, SDR)은 3,100억 파운드(약 574조원)에 이르는 투자 펀드에 새로운 ESG(환경, 사회, 지배 구조 지표) 라벨을 부여했다. 이는 파운드화 친환경 채권의 비용을 낮추고 지속 가능 투자에 보다 명확한 구조와 신뢰를 제공하고 있다.

런던 증권거래소는 현재 100여 개의 기업에 녹색 경제 마크(Green Economy Mark)를 수여했는데 이들의 시가총액은 2019년에 비해 3배 증가한 1,680억 파운드(약 311조원)에 이른다. 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평가하는 기준인 영국의 친환경 분류 체계(Green Taxonomy)는 내년에 입법화될 예정으로, 투자 위험을 줄이고 의사결정을 간소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영국이 제도를 만든다면 중국은 장비를 생산한다. 올해 말까지 글로벌 태양광 모듈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배터리 팩을 킬로와트시당 100달러(약 13만6,500원) 이하의 비용으로 생산할 전망이다. 그야말로 친환경 에너지 전환의 성배로 여겨지는 숫자다. 작년 한 해에만 태양광 발전 장비 가격이 21% 내렸다. 중국 친환경 장비의 메가와트시당 비용은 전 세계 평균보다 11~64% 낮다.

중국산 배터리 및 태양광 모듈 가격 추이
주: 배터리 팩(킬로와트시당 달러, 좌측 Y축, 하늘색), 태양광 모듈(와트당 달러, 우측 Y축, 청색)

중국산 부품 사용하면 ‘비용 줄고 시기 앞당겨’

문제는 영국을 비롯한 서구 국가들이 이러한 비용 하락의 이점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작년에만 미국, 유럽연합(EU), 영국에서 9개의 반덤핑 및 안보 관련 조사가 중국산 친환경 수입품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탈탄소화를 향한 가장 저렴한 경로가 지정학적 이유로 가로막히고 있다.

영국이 중국과 협력을 꺼리는 것은 전반적인 대외 관계 및 안보를 함께 고려한 결과다. 2023년부터 중국을 ‘시스템적 도전’(systemic challenge)으로 규정하고 AUKUS 안보 협정(호주, 영국, 미국 간 3국 안보 동맹)하에 인공지능, 양자 센서 등 기술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 왔다.

영국이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면 2035년까지 80기가와트의 해상 풍력 발전, 60기가와트의 육상 친환경 에너지, 30기가와트의 보관 시설을 만들어야 하는데, 중국 부품이 없으면 비용이 6,000억 파운드(약 1,11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하지만 절반만 중국에서 현재 가격으로 공급받을 수 있어도 540억 파운드(약 100조원)가 절약된다.

시나리오별로 보면 이렇다. 향후 중국 장비 비율이 전체의 15%로 제한된다면 자본 조달 비용은 6.9%에 이르고 프로젝트 지연으로 영국의 탄소 절감 목표는 2억 2,000만 톤 미달성으로 끝난다. 하지만 50%가 가능하다면 자본 비용이 6%로 줄고 목표도 2년 앞당겨 달성할 수 있다. 만약 미국과 중국 간 친환경 기술 협력이 이뤄져 중국 부품을 70%까지 조달할 수 있다면 자본 비용은 5.6%로 내려가고 영국은 900억 파운드(약 167조원)를 절감하면서 기후 목표를 일정 안에 달성할 수 있다.

중국 장비 사용 비율에 따른 자본 지출 및 자본 비용 예상
주: 중국 장비 15% 사용 가정, 중국 장비 50% 사용 가정, 중국 장비 70% 사용 가정(좌측부터) / 중국 자본 지출(짙은 청색), 비중국 자본 지출(청색), 자본 비용(%)(하늘색 선)

지정학적 대치로 인한 비용 ‘막대’

결국 열쇠는 중국이 쥐고 있다. 에너지 장비 관련 사이버보안 우려가 해소된다면 미국 의회의 반대도 잠잠해질 수 있고 영국도 개입할 여지가 생긴다. 서구 동맹국들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저가 중국 장비를 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

현시점에서 영국이 고려해 볼 정책도 있다. 먼저 국가 안보와 직결되지 않는 일반 용도의 에너지 장비부터 별도 도입을 검토하자. 또 중국 제조업체들에 파운드화 표시-위안화 결제 채권 발행을 허용해 영국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면서 중국의 자본 조달 비용을 낮춰 주는 방안도 생각해 보자. 안보 리스크가 덜한 분야에 한해 중국-영국 간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중국산 부품 조립에 인도를 참여시키는 것도 비용 절감과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다.

중국의 공장들은 기후 대응을 위해 한 세기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귀한 선물이고, 영국의 금융 시장은 투자 자산과 친환경 성장을 연결하는 가장 앞서있는 시스템이다. 정치 논리 때문에 둘을 따로 두는 것은 너무 아까운 일이다.

원문의 저자는 크리스 에일렛(Chris Aylett) 영국 왕립 국제 문제 연구소(Royal Institute of International Affairs) 연구원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The clear case for UK–China climate cooperation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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