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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중감정에 정치 불안까지” 아프리카서 ‘생존 위기’ 직면한 中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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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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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 자산·인력 피해 확산
일대일로 핵심축으로 끈끈한 관계
‘중국만 좋은 개발’ 회의론 대두

중국 기업들이 아프리카 전역에서 정치 불안과 반중 감정 확산이라는 이중 리스크에 직면했다. 대미 관세 회피를 위한 생산기지 이전과 수십ㅍ년 간의 인프라 투자에도 불구하고 현지 사회가 중국식 개발 모델에 회의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환경 파괴와 기술 이전 부족, 노동 착취 논란 등으로 반중 여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과거 ‘운명공동체’를 외치던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지 민심 악화 속 반중 시위·테러 위험 급증

23일(이하 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최근 아프리카 국가들의 정권 교체와 내전, 반중 시위가 확산되면서 중국 기업의 공장과 자산, 현지 인력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 콩고,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말리 전역의 광산 현장에 대한 공격이 발생했고, 콩고와 나이지리아에서는 몸값을 노린 중국 노동자 납치 사건이 잇따랐다. 지난 1월에는 소말리아 근해에서 중국 소유 어선이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상하이시 상무위원회도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아프리카의 정치적 불안이 중국 기업들에 어려운 운영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니제르는 중국 석유 경영진을 축출하고 체납 세금을 요구하는 등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를 보인다”며 “사헬 지역 및 기타 아프리카 국가에 만연한 안보 위협은 중국 기업에 실체적인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국 기업들에 “아프리카의 정치 불안기에 ‘엄정 중립’ 기조를 택하고, 어떠한 형태의 정치적 성격도 드러내지 말라”고 조언했다.

이러한 위기는 최근 수년간 중국 제조업체들이 아프리카로 진출을 확대해 온 상황과 맞물리면서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2020년대 들어 중국 업체들은 미국의 고율 관세를 피하고자 동남아시아보다 인건비가 더 낮은 아프리카를 새로운 생산기지로 낙점했다. 특히 의류·전자 등 노동집약형 산업들은 에티오피아, 탄자니아, 이집트 등에 현지 공장을 세우며 생산 기반을 대거 옮겼다. 이는 미국과 유럽 수출을 염두에 둔 중국 산업계의 공급망 다변화 전략으로 읽힌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정치 불안정성과 사회적 반감이라는 변수는 이러한 전략의 리스크를 폭발시켰다. 에티오피아 내전, 사헬 지대 군부 쿠데타, 나이지리아 내 반중 시위 등은 단기간 내 복수의 국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으며, 이는 중국 기업들이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됐다. 그간 경제적 논리로만 접근했던 아프리카 진출이 ‘정치 리스크 관리’라는 고차원적 과제와 맞물리게 된 셈이다.

무상 원조, 차관 제공, 국책건설 등 포괄적 협력 구조

중국·아프리카 협력 관계의 역사는 199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국은 아프리카 대륙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경제 전략을 가동했고, 인프라 건설과 자원 확보를 중심으로 막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발전소와 도로, 철도 등 대규모 국책 사업에 자국 건설사를 투입했고, 각종 차관과 원조를 묶어 공급하는 방식도 병행했다. 무상 원조와 유상 차관, 중국산 기자재로 구성된, 이른바 ‘3종 세트’ 모델은 여러 아프리카 국가에 중국을 가장 적극적인 투자국으로 각인시켰다.

2000년대 들어 중국은 이러한 경제적 협력에 정치적 외교 전략까지 얹어 ‘운명공동체’ 프레임을 강화했다. 중국 공산당은 아프리카를 자국 외교의 전략적 우군으로 규정해 매년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FOCAC)을 개최했고, 시진핑 국가 주석이 직접 대규모 차관 제공과 인프라 약속을 발표하는 일이 반복됐다. 이를 두고 SCMP는 “중국은 아프리카와의 파트너십을 단순한 투자 관계를 넘어 지정학적 지렛대로 활용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중국은 아프리카와의 관계를 단순한 시장이 아닌 ‘전략적 확장’의 축으로 접근해 왔다.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의 핵심이 아프리카였고, 이를 위해 항만·철도·공항 등 핵심 인프라 거점 프로젝트에 대규모 자본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아프리카 정치 지형이 변화하고, 각국의 대중 인식이 달라지면서 이 같은 운명공동체 관계에도 균열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성과는 분명하지만, 더 이상 일방적 모델만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아프리카 내부에서 힘을 얻으면서다.

광산 폐수로 오염되기 전의 카푸에 강/사진=잠비아 관광청

환경 파괴, 노동 착취 논란 점화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중국 기업에 대한 인식이다. 과거에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외국 자본이라는 긍정적 이미지가 강했지만, 최근에는 환경을 파괴하고 이익만 가져가는 착취자라는 부정적 시선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잠비아에 진출한 중국 국영기업 중국비철금속산업그룹의 자회사 시노-메탈스리치잠비아 광산에서는 지난 2월 구리 광산의 산성 폐기물을 저장하던 테일링댐이 무너지면서 5,000만 리터에 달하는 독성 폐수가 카푸에강으로 흘러들어간 바 있다.

잠비아 주요 도시를 관통하는 카푸에강은 그 길이만 1,500km에 달한다. 잠비아 국민 2,000만 명 중 약 60%가 이 강 유역에 거주하며, 식수로 사용하는 인구는 500만 명에 달한다. 그런데 진한 산성 물질과 중금속으로 가득찬 폐수가 순식간에 강을 오염시키며 주민들은 생존을 위협받는 처지에 놓였다. 이에 히칠레마 잠비아 대통령은 “카푸에강 주변에 터 잡은 사람들과 야생 동물을 위협하는 위기”라고 강조하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노동 문제도 핵심 쟁점이다. 중국 기업들이 아프리카에 진출하며 현지 고용 확대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고급 기술직과 관리직 대부분을 중국 본토 인력으로 채우고 있단 지적이다. 그러는 동안 현지 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과 낮은 임금, 안전관리 부실 등에 시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연스럽게 ‘노동 기회 제공’이라는 명분은 설득력을 잃게 됐고, 심한 경우 “현지인들을 노예처럼 부렸다”는 강한 반감까지 불러일으키는 형국이다.

기술 이전이나 인프라 운영권 이양 등, 개발 협력의 핵심 지표에서도 중국은 낮은 평가를 받는다. 도로, 항만 등 핵심 인프라의 운영 주체가 여전히 중국 국유기업인 탓이다. 이에 일부 국가에서는 자국 이익 없이 부채만 늘어난다는 비판과 함께 ‘부채 함정 외교’ 논란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더 이상 중국식 개발 모델이 자신들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아프리카 전반의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기술 이전과 고용 구조 개선, 환경 기준 준수 등에서 가시적 변화가 없다면, 중국 자본이 아프리카 현지에서 배척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데 관측이 일치했다. 이미 일방적 투자와 인프라 공급의 한계에 도달한 만큼 진정한 공동 발전 모델을 설계하지 않으면 반감은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네덜란드 흐로닝언 대학의 이바 페사 교수는 “지금까지 중국의 아프리카 투자는 ‘바닥을 향한 경쟁’에 가까웠다”고 평가하며 “향후 생존을 위해서는 개발 전략 자체를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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