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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공정위 제재 앞두고 동의의결 신청서 제출 음원 스트리밍 제외한 '프리미엄 라이트' 출시 제안 토종 음원앱, 자진 시정 시 공정한 시장 조성 기대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코앞에 둔 구글코리아(이하 구글)가 돌연 동의의결 신청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가 제기한 모든 혐의를 부인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지 2개월 만이다. 구글은 자발적 시정 조치와 피해 보상 방침을 밝히면서 업계 상생과 관련한 내용을 공정위에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는 음원 서비스를 제외한 프리미엄 요금제를 별도 출시하겠다는 방안이 담겨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르면 이달 안에 동의의결 절차 개시 여부 결정
15일 통신업계 등에 따르면 구글은 최근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 의혹에 대한 시정조치안을 마련해 공정위에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동의의결이란 공정위 조사·심의를 받는 사업자가 스스로 원상회복, 소비자 피해 구제 등 타당한 시정 방안을 제시할 경우 공정위는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다. 앞서 공정위는 구글의 공정거래법 위반 의혹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이와 관련한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구글 측에 발송했다. 심사보고서는 검찰의 공소장과 비슷한 기능을 한다.
해당 심사보고서에는 유튜브 프리미엄 상품과 별개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외한 저렴한 상품을 출시에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라'는 조치 의견이 담겼다. 구글은 이를 수용해 이번 동의의결신청서에 유튜브 프리미엄에서 유튜브 뮤직이 빠진 별도의 상품을 출시하는 방안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의의결은 관련 절차에 따라 피심인의 신청 후 14일 이내에 시정조치안의 타당성 여부 등을 검토해 동의의결 절차를 진행할지 여부를 결정하는데 이르면 이달 안에 전원회의를 열어 개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제재 미루는 사이 유튜브 뮤직 사세 확장
그동안 구글은 유튜브를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에 유튜브 뮤직을 함께 묶어 판매해 왔다. 음원 서비스가 필요 없는 이용자들도 광고 없이 유튜브를 보려면 유튜브 뮤직을 구매할 수밖에 없어 사실상 강제 판매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공정위는 심사보고서에서 "유튜브 프리미엄 판매 과정에서 유튜브 뮤직을 끼워 파는 방식으로 시장 지배력을 부당하게 전이했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로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제한받고 시장 내 다른 사업자의 활동도 부당하게 방해받았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특히 구글이 일부 국가에서는 유튜브 뮤직을 제외한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를 출시해 운영해 왔다는 점이 논란이 됐다. 구글은 2021년 네덜란드, 벨기에 등에서 프리미엄 라이트를 출시해 시범 운영하다가 2023년 10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미국·독일·호주·태국 등에서 프리미엄 라이트를 정식 출시했다. 프리미엄 라이트는 유튜브 뮤직, 백그라운드 재생, 오프라인 저장 등을 제외하고 광고 없는 동영상 시청만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반면 국내에는 이 서비스가 출시되지 않아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공정위의 조사와 제재가 지연됐다는 점도 업계의 불만을 키웠다.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 논란은 2021년 처음 공론화됐다. 구글이 다른 나라에 프리미엄 라이트 서비스를 시작한 시점이다. 2년 후인 2023년 공정위는 해당 의혹에 대해 공식 조사에 착수했고 1년 6개월의 조사를 거쳐 지난해 7월 구글 측에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피심인 기업은 심사보고서 수령 후 4주 이내에 의견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구글 측은 7개월이 지난 올해 2월에야 공정위에 의견서를 회신했고, 이후 두 달 만에 자진 시정 방안을 담은 동의의결을 신청한 것이다.
공정위와 구글이 시간을 끄는 사이 후발주자였던 유튜브 뮤직은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며 국내 음원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그 결과 국내 주요 플랫폼의 이용자 수는 눈에 띄게 감소했다. 실제 지난 2월 기준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년 새 유튜브 뮤직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579만 명에서 724만 명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멜론의 MAU는 769만 명에서 677만 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니뮤직은 362만명에서 274만 명, 플로는 232만 명에서 203만 명, 네이버 바이브는 126만 명에서 62만 명으로 줄었다.

유튜브 구독 상품 다양화로 이용자 더 몰릴 수도
그간 유튜브 뮤직의 끼워팔기로 피해를 입어온 토종 음원앱들은 이번 구글의 자진 시정으로 시장 경쟁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튜브가 동영상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활용해 국내 음원 시장의 1위 사업자로 올라선 만큼, 프리미엄 라이트 요금제를 도입해 유튜브 뮤직이 묶음 상품에서 제외될 경우 토종 음원 플랫폼 사업자들이 반사 이익을 볼 것이란 기대다. 유튜브 프리미엄에 가입하며 덤으로 유튜브 뮤직까지 쓰던 이용자들이 다시 멜론, 지니, 플로 등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미 유튜브 뮤직 서비스에 락인된 이용자들이 토종앱 등으로 서비스를 옮길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유튜브 뮤직은 타 토종앱과 달리 알고리즘 기반의 자동 음원 추천 시스템을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다. 다른 가수들의 노래를 부르는 커버곡이나 라이브 음원 등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도 차별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음원시장에 공정한 경쟁 체제가 구축될 수 있다는 점 자체는 긍정적이나 이미 수년간 유튜브 뮤직에 정착한 이용자를 다시 끌어올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구독 상품이 늘어나 유튜브 쏠림 현상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유튜브를 즐길 방법이 다양해져 결국 유튜브가 더 많은 돈을 벌게 될 것이란 지적이다. 더욱이 글로벌 플랫폼으로서 유튜브의 지위가 여전히 굳건한 만큼, 별도 앱 설치가 필요한 토종 음원 플랫폼이 유튜브와 정면으로 경쟁하기엔 한계가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3월 기준 유튜브의 MAU는 4,769만 명으로 플랫폼 업계 1위를 유지했다. 같은 기간 카카오톡은 4,595만 명, 인스타그램은 2,347만 명, X(옛 트위터)는 672만 명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