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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도 낮췄는데" 롯데카드, 매각 절차 난항 시장 악재·자산 건전성 등이 발목 잡아 네이버 인수전 참여 여부도 불투명

최근 시장 매물로 나온 롯데카드가 유력 인수 후보인 금융지주사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롯데카드의 건전성이 나날이 악화하는 가운데, 카드업 비중 확대가 오히려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는 인식이 금융지주사 사이에서 확산한 결과다.
롯데카드 매각 '정체'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 최대 주주인 PEF(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는 지난달 초 금융지주사와 금융사 등 잠재 인수 후보군 8곳에 투자안내서(티저레터)를 배포했다. 매각 대상은 MBK 보유 지분 전량(59.8%)과 우리은행 보유 지분 전량(20%)이다. MBK는 기존 3조원대였던 희망 몸값을 2조원대로 낮추는 등 매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아직 적극적인 인수 의향을 표명한 곳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시장에서는 KB금융과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금융지주사들을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았다. 이들 금융지주사가 롯데카드를 품고 카드업계 1위로 도약할 것이라는 진단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카드업 비중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금융권 전반에 확산하며 상황이 뒤집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사의 카드 부문 순이익 비중이 높아지면 글로벌 신용평가사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며 "유력한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실제로 카드업 비중이 높은 신한금융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신용평가사들이 카드업을 경계하는 것은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 카드론 등 고위험 대출 상품의 부실 리스크가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전업 카드사의 평균 연체율은 1.93%로 집계됐다. 이는 10년 만에 최고치이자, 전년 동기(1.85%) 대비 0.08%p 상승한 수준이다. 이에 금융지주들은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카드업 성장보다는 자산 건전성 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

위태로운 롯데카드 자산 건전성
롯데카드의 위태로운 자산 건전성 역시 매각 지연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롯데카드의 조정자기자본비율은 2019년 19.08%에서 지난해 15.5%로 3.55%p 낮아졌다. 조정자기자본비율은 총자산 대비 자기자본의 비율로, 카드사의 대표적인 자본 적정성 지표다. 같은 기간 부실채권을 의미하는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1.48%에서 1.66%로 0.18% 상승했으며, 1개월 이상 연체율은 1.73%에서 1.77%로 올랐다. 원화유동성자산비율은 573.59%에서 375.52%로 198.07% 급감했다. 원화유동성자산비율은 만기 3개월 이내의 단기 부채나 예금에 대해 은행이 지급할 수 있는 자금의 보유 정도를 나타내며, 원화유동성자산에서 원화유동성부채를 나눠 산출한다.
롯데카드의 자본 건정성 악화 흐름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카드와 같이 MBK가 주인인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며 롯데카드의 홈플러스 관련 순보유채권 전액(793억3,800만원)이 부실채권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이는 유동화전단채(ABSTB)가 아닌 장부상 채권이다. 이에 더해 310억원 규모의 국세·지방세전용카드 채권도 부실 우려를 가중하고 있다. 해당 채권은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평가 과정에서 조세채권으로 인정받지 못할 경우 채무 상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게 된다.
올해 초 부각된 팩토링 대출(일반 기업의 매출 채권을 담보로 자금을 대출해 주는 상품) 연체 사태 역시 악재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2월 롯데카드의 팩토링 채권 연체 상황을 다룬 보고서를 통해 "(연체가 발생한 채권은) 소매 렌탈사에 대한 단일 채권"이라며 "2025년 1월 말 기준 잔액은 786억원"이라고 짚었다. 이어 "(롯데카드는) 2023년 이후 부동산 PF 신규 취급 중단에 따른 대체 수익 확보를 위해 팩토링 채권을 빠르게 늘렸다"며 "팩토링 채권 내 거액여신 비중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건전성 추이에 대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네이버 참전 가능성은?
대내외적으로 악재가 누적되고 있는 만큼, 여타 금융지주사들과 함께 티저레터를 수령한 것으로 알려진 네이버의 인수전 참여 여부 역시 확신할 수 없다. 네이버는 최근 수년간 커머스·핀테크 등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육성하며 금융 관련 사업 비중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만약 네이버가 롯데카드를 인수할 경우 간편결제 서비스인 네이버페이에 롯데카드의 금융 인프라를 접목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으며, 신용 기반의 다양한 금융 상품 개발도 가능해진다. 롯데카드의 방대한 소비 데이터를 네이버가 기존에 보유한 데이터에 결합하면 개인 맞춤형 금융 서비스도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된다.
재무 여력도 충분하다. 네이버의 올해 3월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7조5,000억원에 달한다. 최근 3개 분기 연속 5,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실적도 탄탄하다. 문제는 이미 간편결제 시장에서 막대한 점유율을 확보한 네이버가 굳이 2조원에 달하는 거금을 들여가며 카드 신용 판매를 늘릴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네이버가 자금 여유가 있다고 해도, 카드업황이 전반적으로 악화하는 상황에 롯데카드를 인수할 가능성은 낮다”며 "단순히 시너지 창출만을 위해 롯데카드를 품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