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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협상 자신감 드러낸 트럼프 “관세 거래 미국이 결정, 누구도 우리와 경쟁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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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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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각개격파 전략' 본격화
日, 예고 없는 트럼프 등판에 '당황'
예측 불가능 트럼프式 외교, 韓도 긴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조르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정상회담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백악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전략이 드러났다. 상호관세 유예 기간인 90일 안에 주요국들과 협상을 끝내겠다는 것은 사실상 협상 당사국 간의 공동 대응 가능성을 철저히 차단한 채 진행하는 ‘각개격파’였다. 우리나라는 일본을 비롯해 유럽연합(EU) 주요국들과 함께 관세 폭탄과 안보 비용 청구서를 제시받은 처지다. 하지만 이들과 연합전선을 형성하지 못하고 눈치를 보며 살길을 찾아야 하는 ‘죄수의 딜레마’에도 직면한 상태다.

허찔린 日 "이달 다시 협상"

17일(이하 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가운데, 상호관세 협상에 대한 언론의 질문을 받고 “많은 국가가 우리와 협상하고 싶어 한다”며 “모든 국가와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솔직히 나보다 그들(다른 국가들)이 더 협상을 원한다”며 “모두의 얘기를 듣고 공정하게 대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거래를 결정하는 것은 우리”라며 미국의 주도권을 강조했다.

이날 회담에 배석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우리는 ‘빅 15(Big 15)’ 경제국과 협상을 우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은 그러면서 “일본과의 전날 진행한 미·일 관세 협상은 환상적이었다”고 평했다.

하지만 일본 정치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예측 불가능성’이 이번에도 불거져 나왔기 때문이다.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담당상이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있던 사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협상 참여' 의지를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증액 문제와 연계하겠다는 뜻도 내비치자,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공저로 관료들을 불러 모아 한밤 회의를 열었다. 아카자와 협상팀에 방위성 관료가 동행하지 않은 점도 일본으로서는 당혹스러운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참석에 사실상 첫 협상 대면식은 백악관이 됐다. 아카자와 협상팀은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약 50분에 걸쳐 면담했는데, 방위비 분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은 이때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일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면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주일미군 주둔비 분담을 시작으로 미국만이 일본의 방위 의무를 지고 있다는 점을 들며 ‘불공평’하다는 평소 생각을 반복해 언급했다.

이시바 총리는 협상이 끝나자 조기 합의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가장 적절한 시기에 방미해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회담하는 것을 당연히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쉬운 협의는 되지 않겠지만 다음으로 이어지는 협의가 됐다”는 긍정 평가도 남겼다. 그러나 야당은 이시바 총리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을 언급하며 “역시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직담판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톱이 과감한 결단으로 하는 것이 미국의 기본자세”라며 “일본도 그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 사이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장 등판이 미국의 초조함을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보다 낮은 장관급 아카자와 협상팀을 직접 만난 데엔 노림수가 있다는 것이다. 90일간의 짧은 관세 유예기간 내에 미국이 우위인 상황에서 딜(거래)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는 분석이다. 아사히신문은 “관세에 직접 관련한 통상문제에 한하지 않고, 미국 측이 불만을 품고 있는 사안은 뭐든 의제가 될 수 있다는 향후 교섭 양식을 각국에 보여줘 조기 합의에 응하도록 압박하는 의미도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죄수의 딜레마' 빠진 韓

이에 다음 주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방미해 미국을 상대해야 하는 한국에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참고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이날 미·일 협상의 결과가 사실상 공개되지 않으면서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우리 측 협상단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만나겠다고 나서는 상황이 벌어지지 말란 법도 없기 때문이다.

수십 개국과 동시협상을 벌이는 미국은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나라에 관세를 더 많이 깎아 주겠다’며 다른 나라들 사이에서 ‘죄수의 딜레마’를 부추기고 있다. 트럼프의 거친 기세에 휘말리면 자칫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게 외교가의 우려다. 한 정부 소식통은 “과거엔 유사한 상황에 처한 국가들끼리 개별 협상에 앞서 ‘최소한의 마지노선’ 정도는 미리 공유했지만, 이번엔 아무런 사전 소통이 없다”며 “심지어 이날 협상이 언제 시작되고 끝났는지에 대한 정보조차 공유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도 “트럼프가 당사국들을 재촉하며 극단적인 이간질 이후 각개격파 형식으로 협상을 진행하면서 공동전선 형성 자체가 불가능해졌다”고 했다. 그는 이어 “만약 한국이 일본, 유럽, 캐나다 등과 반미 스크럼을 짰다가 우리만 의리를 지키려다 트럼프에게 찍히는 경우를 상상해보라”며 “지금은 한국뿐 아니라 모두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중국과 아주 좋은 거래할 것"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협상과 관련해서도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백악관에서 진행된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우리는 중국과 대화 중"이라며 타결이 가능한 시점은 3~4주 정도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계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 매각 협상과 관련해선 "틱톡과 협상안이 있으나 그것은 중국에 달렸다"며 "우리는 관세 협상이 정리될 때까지 (매각협상을) 연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 들어 합성마약 펜타닐 관리 소홀을 이유로 중국에 20%, 상호관세 명목으로 125% 관세를 매긴 데 대해 중국이 125% 보복관세를 부과하면서 미중 양국은 본격적인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관세를 인상할 때마다 비율에 맞춰 보복 관세를 부과했고, 트럼프 행정부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칩을 두고도 중국 수출을 제한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나는 그들이 더 높이길 원치 않는다"면서도 "어느 지점에서는 사람들이 사지 않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과의 협상 발언은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의 오찬 및 정상회담 등에서도 나왔다. 기자단이 '시진핑 주석과 통화할 것이냐'고 묻자 "우리는 중국과 매우 좋은 협정을 맺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동남아 3국을 순방하면서 일종의 관세 맞대응에 나선 것을 우려하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 누구도 우리와 경쟁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불과 사흘 전만 해도 미국을 망치려는 의도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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