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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美와 광물협정 의향서 체결", 재건 지원과 전략 광물 확보에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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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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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오는 24일 우크라와의 광물협정 체결 예정"
美, 우크라 핵심광물 확보해 전쟁 지원금 회수 목적
美 기업에 우선권 부여하는 방식, EU법 위반 소지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희토류 등 전략 광물 개발을 위한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전후 재건 투자와 맞바꾼 이 협정은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실질적 이익으로 회수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유럽연합(EU)과의 이해관계 충돌 가능성 속에, 우크라이나의 자원을 둘러싼 국제적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광물협정 체결에 앞서 의향서에 서명

17일(현지 시각)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제1부총리 겸 경제장관은 이날 엑스(X)를 통해 광물 개발에 관한 협정 체결을 위한 초기 단계로 의향서(MOI)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스비리덴코 장관은 "미국과 경제적 파트너십과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투자 펀드 설립의 길을 열어줄 의향성 서명했다"며 "이 펀드가 우크라이나 재건과 인프라 현대화, 새로운 경제 기회 창출을 위한 투자 유치에 효과적인 도구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미국도 협정 체결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의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광물 협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24일에 서명할 예정"이라며 "우크라이나가 협정을 이행하리라 믿는다"고 했다. 다만 협상을 이끌고 있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26일쯤 협상 마무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언급해 실제 최종 체결 일정은 약간 변동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의향서의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우크라이나 관계자에 따르면 희토류 등 우크라이나 정부 소유 광물 수익의 50%를 공동 기금에 출자하고 미국의 원조를 부채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본안이 될 광물협정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전략적 핵심 광물을 확보하는 대신, 전후 자금 지원과 민간 투자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 재건을 돕는 내용이 담겼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협정을 통해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군사·재정 지원에 대한 투자 회수를 원하고 있다.

EU경쟁법 준수하지 않으면 가입 어려워

한편 유럽연합(EU)은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광물협정이 구체화될수록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광물협정에는 미국 기업에 일방적인 특혜를 주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EU법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싱크탱크인 유럽정책센터(EPC)의 스비트라나 타란 연구원은 "현재 논의 중인 광물협정은 미국 기업에 법적으로 보장된 '우선 제안권'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어 모든 경제 주체에게 평등하며 공정한 시장 접근권을 보장하는 EU 경쟁법과 단일시장 규칙과 모순된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블룸버그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미국이 전달한 광물협정 초안에는 우크라이나 천연자원에 대한 광범위한 통제권을 재건투자기금을 통해 미국에 부여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우크라이나 자원에서 발생하는 미래 수익을 공동 관리할 재건투자기금 이사회 이사 5인 중 3인을 미국에서 선정하자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실질적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이뤄지는 신규 천연자원 사업과 관련한 결정권을 쥐게 된다. 또 기금 이사회에서 신규 프로젝트 불허 결정이 나는 경우에는 우크라이나가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한 당사자에 사업 제안을 할 수 없도록 했다.

타란 연구원은 "관련법에 따라 EU 회원국은 공개입찰 시 모든 기업이 동등한 조건으로 참여하고 경쟁해야 한다"며 "EU 가입 후보국인 우크라이나가 정식 회원국으로 합류하기 위해서는 여러 개혁 조치를 이행해야 하며, 공정한 단일시장 규정 준수도 요건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즉, 해당 조항이 개선되지 않고는 사실상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이 불가능함을 시사한다.

희토류 등 자원 개발에 평균 18년 소요

이렇게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광물자원을 독식하는데 초점을 두는 이유는 풍부한 희토류 때문이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지질조사국과 생태천연부가 펴낸 자료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희토류를 비롯해 전세계 핵심광물자원 매장량의 5%를 보유하고 있다. 티타늄 세계 매장량의 7%를 보유했지만, 현재 채굴이 이뤄지는 광산은 6곳에 그친다. 전기차 배터리 등 이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리튬은 세계 매장량의 3%에 해당하는 약 50만t이 매장됐지만, 개발된 광산이 없이 아직 미채굴 상태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2022년 2월 미래 경제에 사활적인 핵심광물자원 50개를 지정했다. 이 가운데 22개가 우크라이나에 매장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 직후부터 우크라이나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며 양국 간 ‘광물협정’ 체결을 서두르는 이유다. EU는 2021년 7월 우크라이나 정부와 ‘핵심광물자원 공동 개발을 위한 전략동반자 관계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희토류 등 핵심광물자원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유럽연합 차원의 노력이었다. 

다만 우크라이나 자원 개발에을 두고 경제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에 따르면 2020~2023년 세계적으로 광물자원 탐지부터 개발 과정을 거쳐 실제 광산 운영을 개시할 때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17.9년이 소요된다. 더욱이 우크라이나 전기 생산능력의 3분의 2가량은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파괴되거나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란 것도 광물협정 이행의 걸림돌로 꼽힌다.  광물자원 채굴과 가공에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 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광물협정 체결을 밀어붙이는 것을 두고 “대통령이 핵심광물자원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그저 좋은 거래 조건만 찾는 사업가적 기질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핵심광물자원이 중요하다는 말만 듣고, 순전히 사업적 차원에서 협정 체결을 서두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광물협정을 체결하더라도, 일종의 ‘양해각서’ 수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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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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