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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우크라, 광물협정 위한 의향서 체결 "EU 가입 방해 않겠다' 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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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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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오는 24일 우크라와의 광물협정 체결 예정"
美, 우크라 핵심 광물 확보해 전쟁 지원금 회수 목적
美 기업에 우선권 부여하는 방식, EU법 위반 소지
지난 17일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제1부총리 겸 경제장관이 미국과의 '경제 파트너십과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투자 기금 설립을 위한 의향서'에 서명하고 있다/사진=율리아 스비리덴코 엑스(X)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희토류 등 전략 광물 개발을 위한 협정을 추진 중인 가운데, 양국이 협정 체결에 앞서 공동 투자기금 설립 등을 골자로 하는 의향서(MOI)에 서명했다. 종전 후 우크라이나 재건과 광물 자원의 개발권을 맞바꾼 이 협정에는 미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실질적 이익으로 회수하려는 포석이 담겼다. 다만 현재 논의 중인 협정 초안에는 미국 기업에 사업 우선권 등을 부여하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이는 유럽연합(EU)의 관련 규정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우크라 광물 수익의 50%, 공동 기금으로 출자

17일(현지시각)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제1부총리 겸 경제장관은 이날 자신의 엑스(X) 계정을 통해 미국과 광물 개발에 관한 협정 체결을 위한 초기 단계로 의향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스비리덴코 장관은 "미국과 경제적 파트너십과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투자 기금 설립의 길을 열어줄 의향서에 서명했다"며 "이 펀드가 우크라이나 재건과 인프라 현대화와 새로운 경제 기회 창출을 위한 투자 유치에 효과적인 도구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의향서의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도 광물협정의 체결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의 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와의 협상 경과를 묻는 질문에 "우리는 광물 협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24일에 서명할 예정"이라면서 "우크라이나 측이 협정을 이행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다만 협상을 이끌고 있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26일쯤 협상 마무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언급해 실제 최종 체결 일정은 약간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의향서의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우크라이나 관계자에 따르면 희토류 등 우크라이나 정부 소유 광물 수익의 50%를 공동 기금에 출자하고 미국의 원조를 부채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본안이 될 광물협정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전략적 핵심 광물을 확보하는 대신, 전후 자금 지원과 민간 투자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 재건을 돕는 내용이 담겼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협정을 통해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군사·재정 지원에 대한 투자 회수를 원하고 있다.

EU 단일시장 규정 준수 않으면 가입 어려워

그러나 EU 내에서는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광물협정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이번 협정에는 미국 기업에 일방적인 특혜를 부여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관련 EU법 위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EU 싱크탱크 유럽정책센터(EPC)의 스비트라나 타란 연구원은 "현재 논의 중인 광물협정은 미국 기업에 법적으로 보장된 '우선 제안권'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는 모든 경제 주체에게 평등하며 공정한 시장 접근권을 보장하는 EU경쟁법과 단일시장 규정과 충돌한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미국이 제시한 광물협정 초안에는 우크라이나 천연자원에 대한 광범위한 통제권을 재건투자기금을 통해 미국 측에 부여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자원에서 발생하는 미래 수익을 공동 관리할 기금 이사회 이사 5인 중 3인을 미국이 지정하도록 한 조항이 대표적이다. 또한 기금 이사회가 신규 프로젝트를 불허할 경우, 우크라이나가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타국이나 기업에 사업 제안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함으로써, 실질적인 결정권을 미국이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미국과의 광물협정이 현행 EU법과 충돌할 경우,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에 중대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타란 연구원은 "관련법에 따라 EU 회원국은 공개입찰을 통해 모든 기업이 동등한 조건으로 사업에 참여하고 경쟁해야 한다"며 "EU 가입 후보국인 우크라이나가 정식 회원국으로 합류하기 위해서는 여러 개혁 조치를 이행해야 하는데, 공정한 단일시장 규정 준수도 그 핵심 요건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즉 이번 광물협정에서 논란이 된 조항이 개선되지 않고는 사실상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번에 체결한 의향서에는 향후 EU 가입 의무 이행에 걸림돌이 되는 조항이 포함돼서는 안 된다는 우크라이나의 입장도 어느 정도 수용된 것으로 보인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의향서에는 '미국은 광물협정 합의안 작성 과정에서 EU 가입 의무 또는 국제금융기관 및 다른 공식적 채권자들과 합의 사항과 충돌하는 것을 피하겠다는 우크라이나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앞서 지난달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EU 가입을 위태롭게 하는 협정은 수용할 수 없다"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자원 개발 18년 소요, 협정 실효성 없다는 지적도

이렇게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광물 자원을 독식하려 하는 이유는 풍부한 희토류 때문이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지질조사국과 생태천연부가 펴낸 자료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희토류를 비롯해 전 세계 핵심 광물 자원 매장량의 5%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자원이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일례로 티타늄은 세계 매장량의 7%를 보유하고 있으나, 현재 채굴이 이뤄지는 광산은 6곳에 불과하다. 전기차 배터리 등 이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리튬 역시 세계 매장량의 3%에 해당하는 약 50만 톤(t)이 매장돼 있지만, 아직 개발된 광산이 없다.

지난 2022년 2월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미래 경제에 사활적인 핵심 광물 자원 50개를 지정했는데 이 가운데 22종이 우크라이나에 매장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광물 자원을 확보함으로써 70%에 육박하는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를 낮추는 데 초점을 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입장은 EU도 다르지 않다. EU는 2021년 7월 우크라이나 정부와 ‘핵심 광물 자원 공동 개발을 위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데 이어 지난 2월에는 우크라이나 측에 21개 핵심 자원에 대한 공동 개발을 제안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자원 개발을 두고 경제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광물 자원 탐지부터 개발 과정을 거쳐 실제 광산 운영을 개시할 때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17.9년이다. 여기에 광물자원 채굴과 가공에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한데, 우크라이나 전기 생산능력의 3분의 2가량은 이미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파괴되거나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다. 

이와 관련해 미국 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는 "핵심 광물 자원에 대한 실질적 이해 없이 단지 유리한 조건의 거래만 노리는 전형적인 사업가적 접근"이라며 "핵심 광물 자원이 중요하다는 말만 듣고, 단순한 계산에만 근거해 협정 체결을 서두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광물협정을 체결하더라도, 실질적인 구속력보다는 양해각서 수준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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