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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공급망 재조정의 숨은 주역은 ‘다국적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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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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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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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급망 재편, ‘다국적 은행’ 역할 재조명
지역 정보 및 저금리 대출 지원
전략적 가치 재평가 필요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2018년 미중 무역 전쟁 점화와 함께 미국 내 다수의 기업이 글로벌 공급망 재조정에 들어갔다. 하지만 조정 과정을 빠르게 마치고 안정을 유지한 기업들은 물류 전문가나 조달팀에만 의지하지 않았다. 그들의 공급망 재편을 결정적으로 도운 것은 글로벌 곳곳에 지점을 운영하는 은행이었다.

사진=ChatGPT

글로벌 공급망 조정, 다국적 은행이 ‘일등 공신’

아시아를 중심으로 안정적 거래 창구를 보유한 다국적 은행과 거래하는 미국 기업들은 그렇지 않은 회사보다 공급망 재편 속도가 훨씬 빨랐다. 가동 중단이나 재고 급증과 같은 심각한 공급망 문제를 겪지 않았을 뿐 아니라 낮은 금리의 대출까지 가능했다. 다국적 은행이 보유한 지역 전문성과 금융 정보가 물리적 인프라보다 더 중요한 경쟁우위를 선사한 셈이다.

관세 전쟁이 시작된 이후 중국 공급업체들과의 단절 움직임은 명확하게 보였다. 미국 수입에서 중국 수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21.6%에서 2023년 13.9%로 낮아져 20년 내 최저를 기록했다. 대신 베트남, 인도, 태국 등이 그 자리를 채웠다. 특히 베트남은 대미 수출이 2020년 690억 달러(약 96조원)에서 2023년 1,140억 달러(약 159조원)로 급성장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추이(미국 수입에서 각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
주: 연도(X축), 수입 비중(Y축), 중국(검정), 중국 제외 아시아(청색), 기타(회색), *2017년 4분기=100, *미국의 대중국 관세 조치 시행(점선)

그리고 많은 정치인이 리쇼어링(reshoring, 제조 및 서비스의 자국 재이전)과 니어쇼어링(nearshoring, 인접 국가로의 생산 시설 이전)을 외쳤지만 대부분의 공급망 재조정은 아시아 내에서 이뤄졌다.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까지 가지 않고 변화 수준에서 마무리된 셈인데 이는 아시아 내에 금융과 물류 정보를 꿰고 있는 다국적 은행 지점들이 있어 가능했다.

공급망 재편 기여 효과 ‘5조 5천억 원’

공급업체를 교체하는 것은 말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 수개월간의 감사와 제품 테스트, 규제 준수 과정을 거쳐야 하고 한두 달의 지체만 생겨도 연수익의 최대 30%가 사라질 수 있다. 다국적 은행들의 역할이 컸던 것은 이 때문이다. 무역금융 담당팀들은 공급업체들의 지불 능력과 ESG(환경, 사회, 지배 구조) 준수 여부, 해당 지역 항만 시설 규모 등을 조사해 적절한 후보를 기업들에 제시했는데 기존 컨설팅 업체들보다 빠르고 효과적이었다.

그 결과 지역 전문성을 보유한 다국적 은행들과 거래관계에 있던 미국 기업들은 그렇지 않은 경쟁 업체보다 적합한 아시아 공급업체를 찾을 확률이 15%P 높았고 상당한 경제 효과로 돌아왔다. 중간 규모 전자제품 제조 공장이 3개월의 생산 차질을 피한다면 평균적으로 160만 달러(약 22억원)의 연간 수익이 보존된다고 볼 수 있다. 이를 2023년 미국의 무역 규모에 결부해 추산하면 모두 40억 달러(약 5조5천억원)의 손실을 피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공급망 재조정에서 다국적 은행의 역할
주: 다국적 은행 거래 기업(좌측), 국내 은행 거래 기업(우측), 신규 공급업체 발견 가능성(Y축)

‘저금리 무역금융’도 제공

한편 글로벌 공급망 재조정과 관련해 다국적 은행들이 급하게 제공한 융자가 위험을 수반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당시 무역금융 상품의 채무 불이행 비율(default rate)은 일반적인 상업 대출(commercial loan, 기업의 자산 구매 및 운영 비용을 위한 단기 대출)보다도 0.2% 낮았다. 비결은 지역 물동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공급업체 재무 상황을 상세히 파악하고 있는 은행의 정보력에 있었다.

실제로 글로벌 지점을 거느린 은행과 거래하는 기업은 2018년 이후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0.55~0.65% 낮은 대출 금리를 적용받았다. 당시 총대출 규모 750억 달러(약 104조원)를 고려하면 4억 2,500만 달러(약 5,900억원)의 이자 비용을 절약한 셈이다.

그럼에도 방대한 해외 지점을 운용하는 은행들의 가치는 저평가된 경향이 있다. 분석에 따르면 다국적 은행들의 주가순자산비율(price-to-book ratio, 기업 주가와 장부가액을 비교한 재무 지표)은 0.9로 장기 평균에 40%나 못 미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수익 및 비용 등 전통적 가치 평가 방식에만 집중해 이들이 보유한 정보의 전략적 가치를 무시한 결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급망 금융(supply-chain finance, 기업과 공급업체 간 무역 거래에 적용되는 융자) 규모는 갈수록 증가해 작년 76억 달러(약 10조6천억원)에서 2034년 174억 달러(약 24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다국적 은행 ‘전략적 가치’ 재평가해야

따라서 다국적 은행의 전략적 가치를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 미국 정부는 중국에서 우방국인 멕시코로 생산 시설을 이전하는 기업들에 세제 혜택을 부여했지만 못지않게 중요한 금융 인프라는 간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적정한 여신 한도와 공급업체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공급망 조정으로도 위험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다국적 은행이 보유한 정보는 전략적 자산으로 간주될 자격이 충분하다. 수출입은행이 지역 정보를 보유한 은행에 대출 보증을 제공하고 다국적 은행 간 통합을 진행해 규모와 정보력을 극대화하는 것도 훌륭한 전략이 될 수 있다.

근미래에 지정학적 갈등이 다시 일어나 미국의 수입 물량 중 5%에 해당하는 1,350억 달러(약 189조원)가 공급망을 다시 찾는다고 가정해 보자. 후보 지역에 지점을 보유한 다국적은행은 그렇지 않은 은행보다 공급망 확보를 3개월 앞당길 수 있다. 이는 45일간의 안전 재고(safety stock, 재고 소진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보유하는 추가 재고) 확보로 이어져 총 42억 달러(약 5조8천억원)의 이익을 가능하게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앞으로의 공급망 안정은 창고나 항만 시설이 아닌,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금융 데이터에 달려 있으며 이는 다국적 은행 네트워크에 의해 확보할 수 있다.

원문의 저자는 로라 알파로(Laura Alfaro) 하버드 대학교(Harvard University) 교수 외 3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Overcoming constraints: How banks helped US firms reroute their supply chains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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