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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시장 정조준한 유럽 방산업계, 대중국 견제 속 ‘빅게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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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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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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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재무장 전략 한계 뚜렷
동남아 수출 확대로 돌파구 모색
기술력이 경쟁 좌우, 한국도 참전

유럽 방산업체들이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틈타 동남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미국의 전략 축소와 중국 견제를 원하는 동남아 국가들의 니즈가 맞물리면서 유럽산 무기 수요 또한 확대될 조짐을 보이면서다. 한국 방산업계 또한 이 같은 흐름을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재무장까지 먼 길, 대체 시장 필요성 대두

20일(이하 현지시각)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최대 조선업체 핀칸티에리(Fincantieri)는 6,000톤(t)급 첨단 다목적 호위함(PPA) 2척을 연내 인도네시아에 인도할 예정이다. 현재 인도네시아 해군 대원들의 PPA 운용 훈련이 전개 중이며, 인도 시점은 오는 6월과 12월로 계획돼 있다. 핀칸티에리 관계자는 “PPA의 인도는 인도네시아가 이 지역에서 가장 발전된 해군 함정의 소유자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는 곧 수요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핀칸티에리 외에도 이탈리아의 또 다른 방위 산업체 레오나르도, 프랑스의 에어버스, 다쏘, 탈레스 등 다수의 업체가 동남아시아의 문을 적극적으로 두드리고 있다. 이달 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동남아시아 순방이 수주 확대의 기폭제가 될 것이란 기대에서다. 특히 레오나르도는 지난해 인도네시아용 전투시스템을 맞춤화한 PPA 판매를 공식화한 데 이어 최근에는 베트남에 사무소를 개설하는 등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처럼 유럽 방산업체들이 동남아시아 시장에 눈을 돌리는 것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중심으로 한 유럽 내 수요가 구조적 제약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 재무장 논의가 본격화했지만, 실제 자금 조달이 쉽지 않고 규제 장벽 또한 높아 수출로 눈을 돌리는 게 빠르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울러 전통적으로 미국과의 안보 네트워크에 의존해 온 유럽의 방산기업들로선 방위비 축소를 선언한 미국과의 완전한 단절 전 대체 시장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는 진단이다.

동남아 지정학적 위기, 무기 수출국엔 기회로

이와 같은 상황에서 동남아시아는 미국의 공백과 중국의 팽창 사이에서 택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으로 통한다. 수요의 절대적 규모는 아직 크지 않지만, 그만큼 기술 이전이나 유지보수, 장기 계약 등에서 유럽 업체가 충분히 승부를 걸 수 있는 여지로 작용한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방산은 단발성 공급이 아닌 지속적인 관계 유지가 핵심”이라며 “일찍 시장에 안착한 기업일수록 중장기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동남아의 지정학적 불안정 또한 유럽 방산 업체들을 불러들이는 데 일조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중국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남중국해의 90%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며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이 때문에 그간 중국과의 전통적 무기 거래가 주를 이루던 동남아 국가들로선 방산 파트너 다변화에 대한 논의 또한 거세지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이 동남아 시장에 직접적으로 나서기보다 동맹국 중심으로 간접적 견제를 택하면서 유럽 업체들에도 기회가 생겼다. 독일과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내 주요 방산 업체들은 기술이전, 현지 생산 등 ‘맞춤형 조건’까지 제시하는 등 치열한 경쟁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과거 동남아 방산 시장에서 통용되던 “기술력은 미국산, 가격 경쟁력은 중국산”이라는 공식이 더 이상 힘을 얻지 못하는 배경이다.

한국 업체들도 줄줄이 출사표

한편, 한국 방산업체들도 이러한 상황을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다. 한화오션은 2023년 하반기 태국 방콕에서 열린 방산 전시회에 참가해 필리핀 국방부 관계자들과 만나 잠수함 사업 관련 대화를 나눈 데 이어 지난해엔 3조원 규모의 필리핀 잠수함 사업을 공식화했다. 필리핀 정부 또한 이리네오 에스피노 국방부 차관이 한화오션 거제조선소를 방문해 잠수함 건조 및 정비 능력을 살피는 등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HD현대중공업은 한발 빨리 필리핀을 공략했다. 필리핀은 해군 전력 현대화를 위해 2010년대 중반부터 ‘호라이즌 사업’을 전개 중이다. 당초 계획은 호위함 6척과 초계함 12척 등을 확보하는 것이었지만, 지난해 잠수함 2척을 추가하는 새로운 계획을 발표했다. HD현대중공업은 해당 사업에 참여해 2016년부터 2022년까지 호위함 2척과 초계함 2척, 원해경비함 6척 등 함정 10척을 수주했다. 이 중 호위함 2척은 이미 인도를 완료한 상태다.

지난 3월에는 필리핀 마닐라에 특수선 기술 거점 역할을 할 사무소를 개소하기도 했다. 남중국해 갈등이 고조되면서 인근 지역 방산 수요가 늘고 있는 만큼 필리핀을 기술 거점으로 삼고 동남아 공략을 가속한다는 게 HD현대중공업의 구상이다. 실제로 영국 군사정보기업 제인스에 의하면 남중국해를 둘러싼 동남아 국가의 해양 방산 지출 규모는 2023년 80억 달러(약 10조9,360억원)에서 2030년 100억 달러(약 13조6,700억원)로 증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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