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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관세 전쟁으로 얻을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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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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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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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관세 유예, ‘미국 악영향’ 반영
물가 인상 압박 및 무역 적자 확대
전면적 관세 버리고 ‘전략적 대안’ 찾아야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미중 관세 전쟁이 90일간 유예된 것은 외교적 성과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국의 경제 상황 영향이 더 크다. 양국이 6년째 관세를 놓고 대립하는 가운데 부담을 느끼는 쪽은 중국이 아닌 미국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미국 관세 인상이 가져온 결과는 물가 상승과 무역 적자 확대, 그리고 경제 상황 악화를 전략적 승리라고 착각하는 일부 유권자들뿐이다.

사진=ChatGPT

미중 관세 유예, 절박한 미국 상황 반영

관세를 전략적 수단으로 보기도 하지만 미국에서는 누진세(regressive taxes)로서의 작용이 더 크다. 저소득층 및 중산층에 불균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작년 미국 소비자들은 4,390억 달러(약 605조원)의 중국 제품을 샀고 평균 관세율은 30%였다. 이에 비해 중국의 보복 관세는 10%로 미국산 수입품 규모가 1,435억 달러(약 197조원)였던 것을 감안하면 미국에 비해 경제적 고통은 훨씬 적다.

정확히는 미국 소비자들이 추가로 부담하는 몫이 1,317억 달러(181조원)로 중국보다 6배나 크다. 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0.5%에 해당하며 그만큼 가구 구매력을 축소시킨다. 더 나쁜 것은 현재의 관세 조치가 불평등을 심화하는 것인데 가난한 미국인일수록 수입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세금 환급을 통해 전략 산업을 보호하는 등 관세 영향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고 있다.

미국, 중국 관세 부담 비교(2024년, 단위: 십억 달러)
주: 미국(좌측), 중국(우측)

관세로 인한 물가 인상 압박, 미국이 ‘훨씬 커’

아직까지는 소비자 물가 인플레이션(headline inflation)이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관세의 효과는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월 미국의 핵심 상품 물가(core goods prices, 변동성이 심한 식품 및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5% 치솟았다. 일종의 지연 효과다. 신규 관세 시행 전 비축한 재고가 관세가 적용된 상품에 자리를 내주고 있는 것이다.

재고가 소진되면 수입업자들은 가격 인상분을 흡수할지 소비자에게 전가할지 결정해야 하는데 현재 소매업자들의 63%가 하반기 쇼핑 시즌 전에 가격 인상을 고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플레이션은 이제 시작이라는 얘기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eral Reserve)로서는 금리 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잡고 고용 축소를 감수하든지, 가만히 앉아 물가 인상을 지켜봐야 하는 선택지밖에 없는 셈이다.

반면 중국은 통화정책상 여유가 있는 편이다. 생산자 물가(producers prices)가 전년 대비 2.7% 줄었을 정도로 디플레이션(deflation) 상황이기 때문이다. 경기 과열 걱정 없이 금리 인하를 결정할 수 있고 이는 중국 제조업체가 미국 경쟁자보다 저가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중국이 지난 4월 6.1%의 산업생산량 증가율을 기록한 것은 단기 수익성보다는 시장 점유율 확대라는 장기 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시사한다.

대중국 무역 적자 ‘오히려 확대’

정치권에서는 다수의 기업이 중국을 떠나 미국으로 돌아왔다고 하지만 리쇼어링(reshoring, 제조 및 서비스의 자국 재이전) 효과는 크지 않다. 2020~2024년 기간 중국에서 이전한 생산 시설이 미국에 자리 잡은 경우는 전체의 7%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베트남, 멕시코, 인도네시아 등으로 옮겨 저비용 생산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생산 기지 이전도 미국의 무역 적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메이드인 베트남’ 표기를 달고 있는 제품들 상당수에 중국 부품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관세가 중국 제품 수입을 막기보다 무역 흐름을 우회하도록 하는 데 그치고 있다는 얘기다. 그 결과 관세 인상 이후 미국의 무역 적자는 더 커졌다. 관세 인상 전 수입품을 사재기하고 인상 후에는 저렴한 공급망을 찾는 기업들을 보면 왜 그런지 알 수 있다.

미국의 대중국 무역 적자 추이(2024년, 단위: 십억 달러)
주: 수출, 수입, 무역 적자(위부터), *2024년 1월부터 10월까지

관세로 재정 적자를 해소한다는 것도 과장된 논리다. 연간 600억 달러(약 83조원) 정도의 관세 수입으로는 국채 이자 비용 한 달 치도 막지 못한다. 오히려 관세는 간접적으로 달러화 가치를 높여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무역 적자를 악화시키는 역효과를 발휘한다.

게다가 미국 국채에 대한 해외 수요도 줄고 있다. 중국은 작년에 미국 국채 보유 규모를 320억 달러(약 44조원)나 줄였다. 2028년이면 이자 비용이 GDP의 3.3%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미국으로서는 문제가 아닐 수 없으며 관세 정책의 전반적인 실패를 입증한다.

‘경제 전쟁’ 승리는 관세 아닌 ‘장기 생산성’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의 ‘관세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는 의견은 정치적 함의를 포함한다. 자동화와 경기 침체로 피해를 입은 지역일수록 보호무역주의가 인기를 얻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유권자들은 자신이 경제적 고통을 당하면서도 관세를 불공정 무역에 대한 애국적 대응이라고 보기도 하는데 이것이 포퓰리즘에 의거한 무역 정책이 인기를 얻는 원인이다. 특정 분야에 집중된 섬세한 산업 정책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는데도 말이다.

여기서 가져가야 할 교훈 중 하나는 경제 교육에 관한 것이다. 미국 고등학교 3학년생 중 관세의 실제 효과를 아는 비율은 1/4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경제적 영향을 제대로 따지지 않고 강력한 정책만을 지지하는 경향의 한 이유가 될 것이다.

미국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고 싶다면 전면적 관세 조치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탄소 기반 수입 가격 조정(carbon-based border adjustments)이나 핵심 분야 해외 투자에 대한 선별적 관리, 국내 고부가가치 생산에 대한 장려책 등 나은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관세 수입을 인공지능(AI), 로봇공학 및 첨단 제조 관련 교육훈련에 투입하는 것도 현재 무역 적자 해소에 골몰하는 것보다 장기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일 것이다. 진정한 승리는 관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생산성과 혁신, 교육에서 비롯된다.

원문의 저자는 동아시아포럼 편집위원회(EAF Editorial Board)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Trade war truce isn’t cause for complacency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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